달러-원 다시 1100 아래 베팅할 때..‘원화, 신흥亞통화 강세 선봉’

어제 달러-원 환율이 이달 초 이후 처음으로 다시 1110원 아래를 시도하면서 ‘그간 매도 대응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들이 4분기에는 하나둘 해소되면서 결국 1100원을 다시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블룸버그 집계 가격 분석상 올해말 달러-원 환율이 연고점인 1140원을 넘어설 확률은 21% 수준인데 반해, 1100원을 하회할 가능성은 44% 수준에 달하는 만큼, 이제 달러-원 환율의 상승보다는 하락 베팅이 더욱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원, 美 중간선거 전후 연저점 1050 재시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분기에는 1.2조 원, 2분기에는 2.9조 원 가량을 순매도하며 상반기 달러-원 환율 하단이 1050원대에서 지지되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이 3분기에 들어서는 어제까지 2조 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세 분기만에 다시 순매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바이 코리아 재개 움직임은 3분기 달러-원 환율 상단이 1140원선에서 제한되는데 일조했으며, 4분기에도 순매수세를 지속할 경우 달러-원 상단을 더욱 무겁게 할 수 있다.

오안다의 APAC 트레이딩 헤드 Stephen Innes는 어제 이메일 인터뷰에서 “9월 FOMC 이후 긍정적인 투심이 지지되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회복하고 상승세를 타면서 달러-원 환율도 1100원 아래를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FOMC 이후 신흥 아시아 통화 강세 국면이 나타날 때 “원화가 선봉에 설 것”이라며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도 양국에 모두 큰 승리라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달러 강세를 견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글로벌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도 1050원대의 연저점 부근을 다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등 국내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수출’인데, 미국 경기 호조에 유럽 및 신흥국이 동조화 쪽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한국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고 이는 곧 수급상 원화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또한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전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민감도는 약해질 것이며, 3분기 불거졌던 문제 신흥국 위험의 전이 우려 역시 4분기에는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의 경우 차별화 인식이 강해지면서 3분기 때 만큼 원화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10월에도 인상 가능, 이미 시그널은 던져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을 기점으로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가 회복됐고, 이주열 한은 총재도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이제 연내 인상은 그 시점이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시장의 기대가 원화에는 강세 재료다.

KB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어제 전화 인터뷰에서 “결국 금융안정 측면에서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월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시점상으로는 11월보다는 10월이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 전망을 낮추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잠재 수준에는 부합할 것인 만큼 금리인상에는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도 기저효과 등으로 상승해 한은의 10월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도 어제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된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금융불균형을 요약부분에 넣으며 한은이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하며 10월 인상 가능성은 높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달러-원 4분기 상단 1140 아니고 1120

블룸버그 9월 집계 기준 전망치를 제시한 24개 기관의 4분기말 달러-원 환율 전망 평균은 1120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과 UOB가 1150원으로 가장 높은 전망을, 스코샤은행이 1080원으로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기술적 분석상 달러-원 환율의 100주 이평선 저항이 1120원 수준인 만큼, 4분기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본격화된다면 달러-원 상단은 3분기 고점인 1140원에서 1120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이미 9월 상단이 200주 이평선이 지나는 1130원 수준에서 막혀 1140원은 이제 요원해졌음을 보였다. 블룸버그 집계 가격 분석상 4분기말 달러-원 환율이 1120원 아래에 있을 확률은 65% 수준이다.

김경진, 엄재현 기자 (송고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