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태풍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나스닥 100 지수는 2년여래 최악의 월간 성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8일 발표된 미국 작년 4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시장 예상 및 속보치 결과를 상회해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미국채 금리는 대부분 구간이 상승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은 월말 수요에 1% 넘게 급등해 107엔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유가는 사흘 연속 내려 거의 한 달래 최장 하락했다.
한편,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은 일단 ‘최대한의 압박’ 기조 속에서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북한이 일본과도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가 시장 심리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29일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페이스북 독감 확산…아마존 한때 7.4% 급락
기술주 관련 비관론이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밤사이 뉴욕증시에서 기술 대형주들이 다시 급락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매도를 이끌면서 변동성 지수가 급등해 나스닥 100 지수는 2년여래 최악의 월간 성적을 낼 전망이다. S&P 500 지수는 2월 초와 지난주 매도세에서 지지선이 됐던 200일 이평선 바로 위를 맴돌며 소폭 하락했다. Hartford의 주식부문 디렉터 Don Townswick은 “변동성의 귀환은 업계내 다수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페이스북을 제치고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그룹 가운데 가장 큰 주가 손실을 기록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마존 규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 이후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에 530억 달러나 증발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아마존 주가는 장중 최대 7.4%까지 급락했지만 매수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 후 낙폭을 줄여 전일대비 4.4% 하락 마감했다.
최근 개인정보 취급에 관한 논란 속에 기술주 매도를 주도했던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 새롭게 디자인한 메뉴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0.5% 올랐다. 넥플릭스는 #DeleteNetflix 운동의 여파로 주가가 5% 가까이 빠지며 FAANG 그룹 중 두번째로 많이 하락했다. Robert W. Baird의 기관 주식 세일즈 트레이더 Michael Antonelli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페이스북만큼 강한 매도세를 경험하지 못했다”며 “페이스북이 걸렸던 독감이 이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지시간 30일에 미국과 유럽 주요 금융시장은 부활절 직전 금요일인 ‘성 금요일(Good Friday)’을 맞이해 휴장한다.
모멘텀 퀀트형 붕괴 드디어 임박?…유가 약세
모간스탠리와 라자드자산운용등 여러 스트래티지스트들은 그동안 증시를 떠받쳤던 모멘텀 전략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술주 등 동일한 스타급 종목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갑자기 동시에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헤지하는 롱-숏 모멘텀 포트폴리오는 2거래일 기준 4개월래 최대폭 하락을 향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Max Kettner는 모멘텀 매도와 경기민감주 매도가 지속될 경우 기술주가 더 고통받을 수 있다며 “지금 약간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는 사흘 연속 내려 거의 한 달래 최장 하락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지난주 164만 배럴 늘어 다시 쌓이기 시작한 영향이다. 이는 예상치의 거의 두배 수준이다. OPEC과 동맹 산유국 중 일부는 감산을 내년 중반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고 자바르 알 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이 바그다드에서 열린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말했다.
미국 상품 무역적자 2008년래 최대…4분기 GDP 상향조정
미 상무부가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2월 미국 상품 무역적자가 754억 달러로 2008년 7월래 최대폭으로 확대되었다.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했다. 특히 기업 투자가 늘고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미국인들의 수입품 구매가 최근 몇달 간 늘었다. 2월 도매재고와 소매재고는 각각 전월비 1.1%, 0.4% 증가했다.
한편, 작년 4분기 GDP는 시장 예상(2.7%)보다 높은 연율 2.9%로 상향조정되었다. 소비지출과 고정자산 투자가 기존 추정치를 넘어선 영향이다. 다만, 세제 개편의 일회성 영향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기업 이익이 반등할 경우 향후 고용과 투자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으며, 경기 확장 주기가 아직 마무리 단계는 아니라는 중요한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점진적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며,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과거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美 보호무역 위협에도 아직은 끄떡없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3월 경제지표들을 보면 중국의 경제 전망은 아직까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소기업 신뢰지수는 제조업 선방에 힘입어 이번 달 59.1로 1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월드이코노믹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일즈 매니저들의 심리지수는 2월 51.9에서 3월 52.6으로 작년 7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중국 위성 제조업 지수 역시 2월 51.6에서 3월 51.7로 소폭 개선되었다. 철강업체와 상인들은 아직 우려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오직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만이 상당폭 악화되었다.
도이치은행 크라이언의 계속되는 수난
도이치은행이 추가 감원에 나설 전망이다. 존 크라이언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트레이딩 부문에 대해, 시장 점유율을 탈환하거나 철수를 선택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크라이언 CEO도 해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이언 CEO는 직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회사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며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위 임원들은 수주내에 사업을 검토해 어느 분야를 줄이고 어느 분야를 투자할지 결정할 예정이며, 미국 사업이 특별 관심 대상이라고 2명의 관계자가 밝혔다.
서은경, 이경하 기자 (송고: 2018년 3월 29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6BPS36K50XS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