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필요할 경우 군대가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며 초강수를 두자 S&P 500지수가 한때 1% 가까이 빠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며 안전자산에 투자자들이 몰려 금값과 엔화 가치가 1% 넘게 오르기도 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틀 연속 하락해 2.97%대로 내려왔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북한 및 주변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한국은행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오늘 오전 8시반부터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北 ‘대화 용의 있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며 북미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하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유사시 필요할 경우 미군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북한의 최근 성명에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 드러나 현재로선 회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이미 북한이 지난 주 사전 준비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밤 긴급 NSC 상임회의를 소집하고 북미정상회담 무산에 유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은 오늘 아침 담화문을 발표하고 미국측의 일방적 회담 취소는 북한의 새로운 노선이 옳은 방향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만 미국에게 열린 마음으로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며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북미정상회담의 전격 취소에 불확실성 및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져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남북간 화해무드에 힘입어 201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5년물 한국 CDS프리미엄(뉴욕 CMA 집계기준)은 2.5bp 가량 상승해 한달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달러-원 1개월 선물환율 역시 1080원대로 다시 올라왔다.
ECB 리스크 주목…경기 모멘텀은 아직 살아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입안자들은 유로존에 대한 잠정적 위협 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증대하는 글로벌 리스크를 꼽는 한편 경제의 기저 모멘텀에 대한 확신은 일단 재확인 했다.
현지시간 목요일 발표된 4월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ECB 정책위원회는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보호무역주의 증가 위협 등 글로벌 요인과 관련된 리스크들이 더욱 현저해져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6월 포괄적인 논의를 앞두고 ECB 당국자들은 4월 회의를 최신 지표를 검토하는 자리로 삼았다. ECB는 6월 양적완화 중단 여부 및 방법에 관한 논의에 도움이 될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전망을 업데이트 한다. 자산 매입은 9월에 중단되는 것으로 현재 예정돼있다.
한편,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브렉시트가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는 자주 비난받는 그의 통화정책 가이던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런던에서 연설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체제 전환으로 영국 경제의 가능한 결과 범위와 통화정책의 경로를 현저하게 확대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렉시트 투표로 통화정책의 예측성이 무너졌다며 이같은 환경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기대를 고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커 ‘중립금리 가면 긴축 멈춰야…물가 고삐 풀리면 연 4회 인상’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중립수준을 크게 넘어서길 원치 않는다며 중립수준에 도달할 경우 멈춰야 한다고 CNBC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나는 징후가 나타나 금리인상이 정당화 되는 경우 올해 4번째 금리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커는 “연초에 올해와 내년에 각각 금리를 25bp씩 3차례 인상을 생각했고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중립 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립금리는 2.75%-3% 정도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기 시작한다면 올해 4번째 금리 인상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앞으로 3-4차례 추가 금리 인상 후 기준금리가 중립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가 2%를 약간 상회해도 장기간이 아니라면 용인할 수 있지만 연준이 지난 수년간의 저물가를 “따라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월가의 국채전문딜러들은 4월 중순 설문조사에서 연준이 3월에 이어 올해 추가로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뉴욕연은이 밝혔다.
달러 랠리 숨고르기…골드 안전자산 부각될까?
연일 달려온 달러 랠리가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5주 연속 상승세를 마치고 이번주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간밤 미증시가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엔화와 스위스프랑 등 전통적인 안전통화로 몰렸다. 유로화도 0.2% 가량 반등했다.
한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신흥시장 불안에 금값이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동안 달러 강세에 밀려 안전자산으로서 금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금값은 최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온스당 13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으나, 간밤 장중 1% 넘게 올라 한달여래 최대폭 상승을 보였다.
한편 러시아가 기존 감산 합의의 단계적 중단을 시사한 이후 유가가 2주래 최대폭 하락했다.
목요일 WTI 선물은 1.6% 하락해 3년래 고점 대비 낙폭을 확대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러시아와 OPEC이 감산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한은 비둘기로 선회?
경기 논란 속에 한국은행은 어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1.5%에 동결했다. 통방문과이주열 총재 기자간담회에 대해 시장은 비교적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인상 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어제 금통위 직후 한은 기준금리 전망을 올해 두 차례 인상에서 7월 소수의견 후 8월 1회 인상으로 변경했다. 북미회담의 성공 여부가 7월 금리인상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제 트럼프의 대북정책 변화와 한반도 상황 전개가 한은의 향후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터키 중앙은행의 긴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라는 자유낙하를 재개해 5% 가까이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서은경, 이경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