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미국채 새 시대 vs 숏커버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결국 5%를 상회하며 16년래 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미국채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듯 보인다. 수십년래 가장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거의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미국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회복탄력성을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연방정부 적자가 급증해 그에 따른 미국채 발행 홍수를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Brandywine Global Investment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Tracy Chen은 현재 체제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6% 금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때 Bankers Trust의 미국채 트레이딩 데스크를 이끌었던 Allan Rogers는 미국채 10년물이 6%나 7%에 갈 때까지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5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마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막으려 애쓰면서도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들이 미군에 대한 드론 및 로켓 공격을 감행한데 대해 이란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 경고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하마스에 잡힌 인질이 석방된 후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관할하는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한 시장 참가자로부터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벽계원(컨트리가든)의 달러채 이자 지급 실패가 CDS 거래의 ‘크레딧 이벤트(신용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았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2007년래 처음으로 5% 돌파

지난 한 주 동안 30bp나 상승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월요일 한때 11bp 가까이 올라 2007년래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미국채 매도를 부추겼다. 이후 저가매수세에 4.85%로 후퇴하긴 했지만 미국채 시장이 거의 매일 요동치고 있어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의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분기 리펀딩 입찰 규모를 2년 반만에 처음으로 늘렸고, 이제 11월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 중이다. Strategas Research Partners의 Tom Tzitzouris는 “마침내 공급물량이 들어오면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지금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가 “채권시장을 따라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일년 넘게 역전되어있던 미국채 일드커브가 이제 일부 구간에서 되돌림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대개 경기 위축이나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이번의 경우 중립금리 상승 및 향후 금리 불확실성 확대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잠시 긴축을 멈추고 경제지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그 결과 “더 높은 금리와 일드커브 스티프닝”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물 금리에 대해 씨티그룹은 연말 전망치를 4.5%로 올렸고, JP모간은 4.20%에서 4.75%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꾸준히 더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5.1%-5.25% 부근에서 강한 저항을 예상했다.

빌 애크먼 ‘미국채 숏커버’…빌 그로스 ‘SOFR 선물 매수’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미국채 숏커버 사실을 공개하며 “현재의 장기 금리 수준에서 채권에 숏을 유지하기엔 전 세계에 리스크가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 퍼싱스퀘어 캐피털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애크먼은 “최근 지표가 시사하는 것보다 경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고 소셜미디어(SNS) 엑스를 통해 밝혔다. 그는 앞서 8월초 자신의 주식 투자에 대한 헤지와 단독 베팅으로 옵션을 통해 30년물 미국채에 약세 포지션을 취했다며, 당시 에너지 전환 및 탈세계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채권 발행 홍수로 채권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9월말엔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5%를 크게 넘어서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30년물 금리는 월요일 한때 5.18% 부근까지 올라 2007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한편 빌 그로스는 미국 무위험지표금리인 SOFR와 연계된 선물을 사고 있다며, 4분기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현지시간 월요일 X에 올린 게시물에서 미국채 일드커브 중 2년-10년 구간과 2년-5년 구간이 올해 안에 역전을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자지구 침공 연기 가능성에 유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예고했던 가자지구 침공 범위를 재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압박이 높아지며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확전이 억제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잡힌 인질의 석방을 위한 협상시간을 벌기 위해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보류한 듯 보인다. 또한 27개국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구호품 전달을 위한 “인도주의적 중단”의 승인을 추진 중이다. 이에 국제유가(WTI)가 장중 한때 3.8% 넘게 빠지며 배럴당 85달러대로 내려왔다. 한편 헤지펀드들은 브렌트유 상승에 대한 베팅을 2016년래 최대폭 늘렸다. BOK Financial Securities의 Dennis Kissler는 “침공 긴장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원유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중동지역 생산에 아직 직접적 타격이 없어 시장이 “매우 긴장된 균형”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WTI는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래 확전 위험이 제기되며 90달러까지 급반등했으나 당장 즉각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상승폭이 5% 미만으로 제한됐다. Royal Bank of Canada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보다 광범위한 지역 분쟁으로 확전될 경우 단기 유가에 상당한 비대칭적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질 석방 후에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B,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른 정책 파급 경로 왜곡 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은 차입비용을 충분히 올렸는지 저울질하는 동시에 정책 파급 경로의 작동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비롯한 정책위원들은 ECB와 은행권을 연결해주는 통로의 개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5.3조 유로에 달하는 보유 채권 및 장기 대출을 축소하기 위한 양적긴축이 자칫 통화정책 메커니즘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시도했던 해법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라가르드는 지난달 가장 적절한 대차대조표 규모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검토 내용 결과를 내년초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입안자들은 ECB와 금융시스템, 더 나아가 경제와의 연결고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하며, 이르면 이번 목요일 금리결정 회의에서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내다보고 있다. ING는 “라가르드가 논의의 초점을 금리 외 정책 수단으로 전환하려 할 수도 있다”며, 최저지준이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조기 종료 등이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증시 약세론

월가내 약세론자로 유명한 모간스탠리의 Michael Wilson은 미국 증시의 산타랠리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4분기 및 내년의 기업 실적 기대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정책 긴축에 따른 영향이 통화와 재정적 차원에서 모두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S&P 500 지수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S&P 500 지수가 그동안 기술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4300-4400선 위를 회복하기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 목표치로 현 수준보다 거의 8% 낮은 3900포인트를 제시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들의 이익이 3분기 1.1% 후퇴한 뒤 4분기엔 5.2%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 역시 사상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