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왑 중단돼도 영향 제한적일 듯

사드 배치 관련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여러가지 피해 사례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내달 10일 만기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왑 협정도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른 영향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지만 신한은행과 미래에셋대우 등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왑협정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 및 환시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 64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을 맺고 있다. 양국 관계가 무르익었던 2013년 6월 한국은행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2017년 만기 이후 통화스왑 존속기간의 추가 확대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며 기존 3년 단위로 연장되던 만기 대신 보다 긴 기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통화스왑 계약의 안정성을 대폭 제고하겠다고 밝혔었다. 사드가 본격 배치되기 전인 작년 4월에도 한국과 중국의 경제수장은 한-중 통화스왑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국제정치의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에서 본다면 중국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국이 중국 대신 미국에 협조함으로써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면서 “앞으로도 경제적 보복은 장기적으로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 통화스왑이 이번에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그리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큰 그림’의 관점에서는 사드보복 차원에서 한국과 통화스왑을 중단하는 것이 그리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으로서는 다른 제재 수단도 많을 테니 협정 중단보다는 규모를 축소한채 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미래에셋대우 윤석범 PI팀 부장도 한-중 통화스왑 중단은 중국에도 득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비롯해 미국에 맞서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한-중 통화스왑 등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 통화스왑을 맺어온 것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내 중국의 입지를 다지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협정을 중단한다면 결국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미 중국이 사드배치 관련 한국에 대한 제재 입장을 밝혔으니 통화스왑 규모를 축소하는 정도로 요구할 것이며, 이 경우 한-일 통화스왑 중단에서 목격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할때 달러 보유량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통화스왑 협정이 종료된 2013년 6월 당시 달러-원 환율은 1160원 수준에서 고점을 확인한 후 2013년 말에는 1050원대로 내려선 바 있으며, 코스피 지수는 협정 종료 당일에는 1% 가량 밀렸지만 2013년도 연간기준으로는 1% 가량 오름세로 마감한 바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15일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외자산이 순자산으로 돌아선 이후 계속 늘어나 달러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중국과의 통화스왑이 중단된다고 해도 달러-원 및 달러-위안화 환율 등 환시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화스왑은 위기를 대비한 보험 수단인 만큼 경제 및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페트라자산운용 용환석 대표이사는 19일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려면 서프라이즈가 있어야 되는데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한-중 통화스왑이 중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 서프라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영향은 거의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기 때문에 한-일 통화스왑 중단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진 기자 (2017년 9월 20일 송고)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WJZJZ6S972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