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달러-원 환율이 8월 초 이후 1090원 부근에서 지지력을 확인하며 3중 바닥을 그린 뒤 이달들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원화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차 힘을 얻고 있고, 도이치 은행 재정 불안 및 조기 브렉시트 우려 등이 재차 확산되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의 지지력이 이달들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편 8월 이후 원화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은 전구간에서 확대 흐름을 지속해 브렉시트 가결 당시 수준까지 재차 확대되고 있다.
씨티은행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랠리에 집중하며 위험 자산을 매집해오던 시장이 이제는 연말까지 주요 불확실성 요인들에 집중하며 위험을 회피해 원화 추가강세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 “원화 고평가 상태로 보지 않는다”
씨티은행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전화 인터뷰에서 “연말까지는 불확실성이 있어 원화가 추가적인 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자사 달러-원 환율 3개월 전망이 11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다시 약화된다고 보지만 연내에는 미 대선 등 위험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미달러가 지지력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실질실효환율 기준 원화는 현재 “역사적 평균 수준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수준에 머문다해도 원화가 고평가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환율을 위해서 정책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정책 여력이 크지 않고, 금리 인하시 경제의 안정성 측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말까지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주 노무라증권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점 전망을 기존 올해 10월 및 내년 3월에서 내년 상반기 및 하반기로 변경했다.
8월 초만해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던 원화 스왑베이시스 역전폭 전반이 9월에 확대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이달에도 확대 기조가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다. 원화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은 대부분의 구간에서 브렉시트 투표 가결 확인 수준으로 재차 확대됐다. 원화 스왑포인트도 재차 하락하고 있다. 브렉시트 가결 확인 이후 유동성 랠리 지속 기대감에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며 유동성 랠리에 집중하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제는 불확실성을 야기할 재료들에 관심을 돌리며 포지션 일부를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유안타 증권 이재형 연구원은 이번주 전화 인터뷰에서 “원화 스왑베이시스 역전폭 확대가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 지수의 반등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유동성 랠리 기대에 들떴던 시장이 미 대선 및 도이치 은행, 조기 브렉시트 우려 등의 재료가 혼재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기존의 포지션을 정리하는 영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BNP 파리바도 보고서에서 베이시스 확대에 따른 달러 매도 비용 증가가 미달러 강세 재료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원화 10년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은 5일 58bp대로 확대, 브렉시트 투표가 있던 6월 24일 수준을 보이고 있다. 원화 1년 스왑포인트는 지난달 27일에는 -0.60원 까지 올라왔지만, 이후 하락을 지속 5일 기준 -1.30원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다.
사상 최대 거주자 달러 예금, 外人 자금 유입 기대
한편 미 금리인상 기대 속에 쌓아둔 국내 거주자들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사상 최대 수준인데다, 국내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속에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분석 등은 연내 달러-원 환율 상단을 무겁게 할 수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월말 기준 569억 달러 수준으로 2000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반영된 후 달러는 본격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며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이동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자금 유입과 더불어 국내 채권시장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내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초중반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연말 달러-원 평균 1150원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기관들의 연말 달러-원 환율 전망의 평균값은 1150원 수준이다. ING는 1055원으로 설문 응답자 중 가장 강세 전망을 제시한 반면, Ebury가 1255원, 노무라가 1250원으로 연중 가장 약세 수준의 전망치를 9월 기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분석기준 달러-원 환율이 연내 1090원~1140원 범위에 머물 확률은 33% 수준이다.
김경진 기자 (송고: 10/06/2016)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ELPSO6S972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