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FX스왑시장이 미뤘던 물량 쏟아내는 이유

원화 FX 스왑시장의 단기물 약세 압력이 다시금 강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도 재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작년 말 수급 왜곡 속 급락세를 경험한 시장이 올해 들어 단기물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이달들어 다시 약세 압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깜짝 연임 소식에 따른 상승압력이 소진되면서 그간 유보됐던 에셋스왑 물량이 다시 적극적으로 쏟아지고 있는데다, 다음주 미 연준의 FOMC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대외금리 상승압력 속 원화 FX 스왑시장의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총재 연임 효과 소멸…이연된 에셋물량 봇물

문재인 정부의 틀을 깨는 인사가 40여년 만의 첫 한국은행 총재 연임으로 이어졌고, 이는 시장 다수의 예상 밖이었다. 이에 하반기로 쏠려있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3월 2일 연임 소식이 나온 직후부터는 “빠르면 4월 혹은 5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졌고, 국고채권 금리 뿐 아니라 원화 스왑금리에도 지지력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트럼프發 무역전쟁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 총재 연임으로 들떴던 조기 금리인상 기대가 다소 약해졌고, 이에 원화 스왑시장의 약세 압력도 최근들어 재차 강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원화 1개월물 스왑포인트는 5거래일 연속 하락중이다. 오늘 장중에는 -1원 수준까지 밀려 1월 중순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중은행 FX 스왑딜러도 익명을 전제로한 인터뷰에서 “이 총재 연임에 따른 지지력이 소진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미뤄놨던 에셋스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며 연기금 등의 롤오버 등 큰 물량이 목격되면서 투심이 급격하게 매도로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물 하락압력이 장기물로 전이…기지개 펼 여력 없어

국내 개인 및 기관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특히 보험사 중심의 에셋스왑물량 증가로 수급상 매도 쏠림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원화 스왑시장의 장기구간에 대한 하락압력은 더욱 고질적이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원화 1년물 스왑포인트는 작년 11월 중 -2원 수준까지 상승한 뒤 이달 초까지도 하락압력이 줄곧 이어져왔다. 단기구간이 올초 들어서 반등했던 것과도 차별화된다.

흥국증권 박성우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내외금리차가 25bp에서
50bp 수준으로 역전폭이 확대되고, 단기 구간에서 원화금리와 달러 리보금리 간의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스왑포인트는 현수준에서 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1년물 스왑포인트 하락의 경우 해외증권 투자 확대에 따른 환헤지 수요 뿐 아니라 “심리적인 쏠림 요인도 가세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3월 FOMC 점도표 관건, 원화 스왑시장 하락 쏠림 심화될까

한국시간으로 22일 미 연준의 3월 FOMC 회의 결과가 공개된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25bp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며 모든 이목은 연준의 점도표에 쏠리고 있다. 만약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던 올해 4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도표에서도 목격된다면,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내금리차가 더욱 확대되고 이에 원화 FX 스왑시장의 하락압력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쏠림의 여지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달러 리보 1개월 금리의 상승세를 보면 FOMC가 다가오며 스왑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국내보다는 미국쪽 요인에 의해 움직임이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황임에도 리보금리가 빠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며 원화 FX 스왑시장에 하락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ICE 1개월 달러 리보금리는 9일 1.75% 수준까지 올라 2008년래 최고 경신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약 13bp 가량 치솟은 뒤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2월 셋째주부터 다시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북위험 완화가 外銀 스탠스에 영향 줄까?

작년 봄부터 고조돼 여름과 초가을 정점을 찍었던 대북위험이 올해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고, 결국 남북 정상회담을 넘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뉴욕 CMA 집계 기준 5년물) 가격이 12일 기준 41.5bp 수준으로 내려 20116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은 시장에서 현 상황을 대북 위험 완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부 외국계기관들이 작년 대북위험이 정점에 달할 당시 달러 빌려주는 것을 꺼리며 라인을 거둬들여 스왑시장의 왜곡과 하락압력을 가져온 원인이 됐다는 루머가 있었던 만큼 이번 대북위험 완화로 외은들의 스탠스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시중은행 FX 딜러는 익명을 전제로한 전화 인터뷰에서 “일부 은행에서 라인을 풀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라인 경색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인다”면서도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단계는 아직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경진, 엄재현 기자 (송고: 2018년 3월 13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5IK5R6TTDS0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