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날 뉴욕증시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약세로 마감했다.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의 8월 월간 성적표는 각각 -4.2%, -5.2%를 기록했다. 연준 인사들이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의지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8월에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점보스텝 인상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0.6% 넘게 올랐다. 대만군이 30일 대만 영역으로 들어온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으로 경고 사격 하는 등 재차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등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줬다.
월가의 거물 GMO 창업자 제레미 그랜섬은 주식시장의 ‘거대 버블’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평가된 주식과 채권 및 주택시장, 원자재 상품 쇼크, 매파 연준이라는 “위험스러운 조합” 때문에 추가적인 고통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 최근월물 기준 8월달 9.2% 하락하며 석 달 연속 내리막 길을 걸었다. 각국의 긴축 통화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이 영향을 미치면서 2년 여만에 가장 긴 월간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오늘 아침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잠정치 기준 전기대비 0.7% 성장해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로존 물가비상…ECB 점보스텝 인상론 솔솔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9.1%로 시장 예상치 9.0%를 넘어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 역시 4.3%로 신기록을 세웠다. Joachim Nagel 분데스방크 총재는 수요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해 다음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ECB가 기록적 인플레이션에 맞서 보다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머니마켓은 10월까지 125bp 긴축을 가격에 반영해 향후 두 번의 정책회의에서 각각 50bp와 75bp 인상을 내다보는 모습이다. 또한 ECB 단기수신금리가 내년에 2.25%까지 올라 2008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리프라이싱은 투자자들이 ECB가 금리 인상 초기에 점보스텝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CB도 연준의 공격적 긴축 기조를 따라 75bp 인상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ECB 위원들 사이에서도 솔솔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BofA, JP모간은 다음주 ECB 회의에서 75bp 인상을 전망했다. ECB는 이미 7월에 25bp 인상할 방침이라는 가이던스를 버리고 50bp 인상을 선택한 바 있다.
연착륙 포기한 파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제 연착륙을 포기하고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경제에 훨씬 고통스러운 상황을 각오하는 모습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역설적인 ‘성장 침체(growth recession)’로, 경기 위축까지는 아니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1972년에 해당 용어를 처음 소개한 뉴욕대 Solomon Fabricant 교수는 “우리에 갇힌 호랑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호랑이와 다르지만 종이 호랑이도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Diane Swonk는 파월이 8월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연착륙이란 개념을 땅에 묻었다”며, 이제 연준의 목표는 잠재성장률 밑으로 경제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고통스런 과정이긴 하지만 갑작스런 경기 침체보다는 덜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8월 미국 ADP 취업자 수는 13만2000명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농업부문 고용은 약 30만명 증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50년래 저점인 3.5%에 머물 전망이다. 경기 침체는 피하면서 실업률을 높일 정도로 경기 둔화를 가져오는 일은 사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한다. 성장을 거의 멈춘 경제는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경로를 이탈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BofA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Michael Gapen은 최근 고용 등 일련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아 올해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자신의 전망이 다소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내년 인하 없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 위로 올린 뒤 당분간 그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수요일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 상업회의소가 주최한 이벤트 강연에서 “연방기금금리(FF)를 내년 초까지 4%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거기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재 내 생각”이라면서 “연준이 내년에 FF금리의 유도목표를 낮출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특정 FOMC 회의에서의 인상폭과 최종금리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좌우된다”며 9월에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서는 다른 연준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말을 아꼈다.
침체 위험이 높아지긴 했지만 경기 수축은 자신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며 미국 노동시장이 워낙 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업률이 내년 말이면 4%를 상회하고 경제활동이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의 경우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올해 5%~6%로 내려간 뒤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야만 향후 2년에 걸쳐 연준의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번으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다. 물가를 잡아야 하고 금리인상을 계속 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시장 너무 낙관적’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마이크 윌슨은 미국 주가지수가 아직 올해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에게 추가 고통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수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S&P 500 지수가 일반적으로 가장 늦게 하락한다며, 평균 주식의 경우 6월이 저점이었던 것 같지만 주가지수는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착륙이나 성장 침체시 S&P 500 지수가 3400포인트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화요일 종가 대비 15% 하락을 의미한다. 시장 바닥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다음 한 두 분기 동안 방향은 하락 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영업이익률 추세가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는 반면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적이 하향조정되면서 P/E 배수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바닥을 찾을 수 있다며, 그 시기를 9월에서 12월 사이로 예상했다. 또한 연준이 가장 후행적인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대응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노동시
BofA ‘주식시장, 연준 리스크 과소평가해’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경고에 트레이더들이 기대를 재조정하면서 주식시장은 더이상 늦여름의 고요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BofA의 파생상품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주식과 다른 자산군간에 벌어진 가격 변동 기대를 지적했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두달에 걸친 S&P 500 지수의 반등 덕분에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채권 및 통화시장의 변동성 지수처럼 휴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파월의 금리 인상 강경 발언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이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BofA는 경고했다. BofA는 “주식은 특히 변화된 거시경제 환경과 정책 기조에 대해 안이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연준이 금융 여건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뜻은 위험 자산 랠리가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허용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다음주 노동절 연휴 이후 주식 변동성이 다른 자산군의 스트레스 수준을 따라잡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S&P 500 지수 연말 목표치를 3600포인트로 제시해 화요일 종가 대비 거의 10% 하락을 내다본 만큼 VIX 공포지수가 추가로 급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기사 문의: 서은경 기자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