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회장: 성장없는 유지로 5년도 못버틴다

* 무책임한 낙관론 경계하고 매순간 자신의 일에 매진해야
* 일과 삶의 균형은 칼퇴근? NO!…‘생애 주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블룸버그) — 소위 ‘경단녀’에서 45세 나이에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들어가 15년만인 2011년 CEO자리에 오른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이 40대에 접어든 후배들을 향해 조언한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무책임한 낙관론을 경계하라” 대신 “범용적인 능력을 키워 앞으로의 20년에 대비하라”고.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40대 가구주의 올해 3분기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 2003년 집계 시작 이래 첫 감소를 기록했다. 정국 불안 속 기업들의 투자 둔화가 우려되고, 대외금리 상승에 시장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때 이들의 소득 감소세가 4분기에는 더욱 심화됐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이다. 40대는 한 가정을 넘어 기업과 국가의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주 축이다.

블룸버그 한국어 뉴스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아 한국 최초 금융계 여성 CEO인 푸르덴셜생명보험의 손병옥 회장을 찾았다. 손회장은 요즘 강연회에 나가면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는 막연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특히 40대의 중견 자리에 있는 후배들에게는 ‘승진하지 않아도 좋으니 앞으로 10년만 지금 직장을 더 다니면 좋겠다’는 식의 안일한 희망은 버려야한다고 이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3차 산업 혁명까지만해도 경험을 한 후에야 몇차 산업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이제는 경험하기도 전에 4차 산업 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세상으로 수없이 많은 직업과 직무가 사라지고 동시에 새로운 많은 것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면서 젊은 이들 뿐만 아니라 중견 관리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길러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성장이 없는 유지만을 추구하다가는 앞으로 10년이 아닌 5년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안분지족 하기보다는 다음 20년을 준비할 새로운 열쇠를 적극적으로 찾아야한다”고 촉구했다.

매순간 올인하라

손회장은 ‘가장 좋은 투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땅 보러 다니고, 주식을 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업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면서 두 가지 이상에서 동시에 다 성공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별에 관계 없이 일단 일터에 왔으면 직무에 집중하라고 역설했다. 요즘 다들 일을 생계를 위해 하느냐 자아실현을 위해 하느냐 역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구분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40대의 중견 근로자라면 이제는 ‘50세부터 다음 20년, 3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의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40대 세대만 해도 현재보다는 호황기에 취업을 한 세대로 별다른 굴곡없이 대학에 가고 운이 좋아 대기업에 들어가고 했을 수 있지만 이제는 본인이 하고 있는 이 일이 60~70세까지 할 수 있는 일인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해야할 때라고 인생선배로서 지적했다. 그럴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당장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야하지만, 그만둘 것이 아니면 수십 년을 더 할 생각을 가지고 일에 매진하라고 당부했다. “회사는 자신의 역할과 문제, 해결점 뿐만아니라 자신이 회사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과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관리자를 원한다.”

CEO를 꿈꾸라

손회장은 더 나아가 CEO가 되기를 꿈꾸라고 말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일을 하게 될지도 몰랐고, 당시에는 여자 선배 중에 가장 높은 직급에 있는 분이 과장이었다”며 젊은 시절 CEO로서 한 단위의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일을 막상 경험해보니 ‘축복’이라고 할 만큼 보람된 경험이었다며 후배들이 본인을 비롯한 다른 CEO들을 롤모델로 삼아 CEO가 되기를 적극적으로 꿈꾸고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인의 결정으로 인해 회사 전체의 실적이 좋아지고, 직원들의 업무환경이 나아질 수 있는 등 변화의 출발점이 내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조직과 사회의 개선을 이뤄내라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칼퇴근부터? NO!

일과 개인적인 생활의 밸런스는 매일 제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방식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하루 단위가 아니라 생애 전체를 보고 일에 집중하는 시기와 가정 및 개인의 생활에 충실할 필요가 있는 시기를 구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자녀 돌보기 좋은 직장’, ‘저녁 여가 생활이 가능한 직장’을 찾아 나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회장도 사별한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과거 5년간 회사에 양해를 구한바 있다고 말했다. 무게중심을 가정에 두어야할 때와 일에 두어야할 때를 구분하고,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평소 기반을 잘 닦아두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많은 일들을 맞닥뜨리게 된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 일을 그만 두려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주변의 도움을 청하더라도 경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 속 보험업계의 미래..큰 도전 앞두고 자구책 강구해야

손회장은 다른 기존 산업과 마찬가지로 보험산업 또한 이제는 성장의 시기를 지난 안정권, 이미 어느 정도 완숙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인구절벽, 저금리 등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업계가 부딪힌 도전들이 많은데, 단기적으로 한국 보험산업은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의 변경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새로운 기준 하에서는 부채 금액이 많아지게 될 것인데, 앞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과 같은 소극적인 노력만으로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시기에 인프라를 줄이면,나중에 사업이 성장해야 되는 시기에 쓸 사람과 쓸 자원이 없게 된다며, 어려울수록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상품 개발, 투자 관리를 통한 재무 건전성 개선 등 자구책을 강구할 때라는 설명이다.

김경진、박정연 기자 (송고: 12/05/2016)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HOVMS6KLVR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