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의 오정면 파트너 변호사는 분양시장이 좋아지지 않는 한 부동산 PF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정부 주도로 대주단들이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해주며 다수의 사업장이 한꺼번에 멈추지 않도록 막아 주고 있지만, 치솟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그리고 악화된 분양시장이라는 배경이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소형 건설사와 신탁사들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융권에서는 1순위 대출자인 은행을 제외한 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 등이 그 여파에 노출될 것이라고 수요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올해 12월처럼 연장된 브릿지론의 만기가 몰린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부동산 PF 이슈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될 수 있으며, 사태의 해결 가능성을 가늠하려면 송도와 동탄 등 주요 지역의 분양 현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시공사와 신탁사에 집중된 리스크를 PF 참여 기관들이 공정하게 나눠가지는 방향으로 부동산 PF의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정면 변호사는 1996년 태평양에 합류해 재건축, 재개발, 도시개발, SOC, 국가계약 등의 사건 등을 주로 처리해 왔다. 현재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6년째 위원장을 역임했고,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대체투자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있다.
다음은 오 변호사와 태평양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부동산 PF 대응팀 출범 배경
지난해 11월 태평양 내에서 건설/부동산, 금융, 기업 구조조정 등 관련 분야 전문가 80여명으로 구성된 “부동산PF 리스크 대응팀”이 출범했다.
사실 가장 절실하게 TF를 꾸려야했던 시기는 97년 외환위기였는데, 그때는 태평양을 포함한 대형 로펌들이 미리 체계적인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고, 결국 밀려드는 자문수요에 함께 힘들어 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큰 일이 예고되거나 상황이 조성되면 사전에 종합적인 팀을 꾸리자는 생각을 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팀을 꾸렸었고, 그 다음이 이번 부동산 PF 대응팀이다. 태평양에서 건설·부동산 관련으로 대규모 팀을 꾸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부동산 PF의 경우 관련된 주체들이 많고 어느 한 군데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각 주체별로 문제를 파악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대규모로 팀을 꾸렸다.
부동산 PF 이슈 진행
자문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지금까지는 다소 빗나갔다. PF 이슈가 해결돼서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PF 대주단 협의체 등을 통해 브릿지론의 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어서다. 연장되는 과정에서도 간간히 문제가 터지고 있는데, 레고랜드 사태와 최근의 상호금융권 뱅크런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대출 만기를 3개월이나 6개월 등의 단위로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연장기간이 끝나고 자금수요가 본격화되면 도산하는 회사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수의 브릿지론이 올해 말까지 연장된 것으로 알고있다.
물론, 만기연장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브릿지론 문제의 해결책은 우선 본PF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위험이 줄어든다. 본PF가 진행된 현장도 미분양 우려에 사색이 되는 상황에서, 그 이전 단계는 우려가 더 크다. 궁극적으로 해결되려면 분양시장이 좋아져야 한다.
부동산 PF의 구조
일반적인 부동산 PF를 보면, 처음에 사업 시행자가 지주작업이라고 하는 토지매입 등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론으로 조달한다.
지주작업이 어느정도 완료되고 인허가를 받으면 시공을 담당할 건설사가 들어오고, 그리고 땅을 담당할 신탁사가 들어온다. 그려면 사업을 보고 대주단이 시행사에게 돈을 빌려준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사업비를 충당한다. 본PF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으니 대주단의 대출을 받으려면 건설사와 신탁사도 책임준공을 약속해야 한다. 건설사는 신탁사와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에게 2중으로 책임준공을 약속한다. 그리고 책임준공의 1차 주체인 건설사가 이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그 책임을 넘겨받는다.
2016년 무렵에 도입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이른바 ‘책준형 관토신’의 구조다.
책임준공제도의 본래 취지는 시공사인 건설사가 신탁사 및 대주단에게 전쟁과 같은 사태가 없는 한 완공하겠다고 하는 제도다. 그런데 책준형 관토신에서는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하지 못하는 경우 2차적으로 신탁사가 책임을 진다. 책임준공을 하는 건설사는 업계 10위권 바깥이 많아 대주단 입장에서는 건설사만 믿고 돈을 빌려줄 수가 없기 때문에 책준형 관토신 제도가 인기를 끌었고 널리 활용됐다. 2016년 이후로는 시장이 좋아서 조그만 건설사도 망할 일이 없었고, 신탁사가 책임질 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양시장이 안좋다 보니 작은 건설사들과 신탁사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이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신탁사와 시공사들이다.
자문 수요
주로 2순위와 3순위 금융기관, 신탁사, 시공사다. 손실 가능성이 희박한 은행은 자문 요청도 거의 없다. 시행사의 경우 자금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자문 수요도 많지 않다. 가끔 자금력이 충분해 사업이 망가질 경우 손실을 보는 시행사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문 수요가 있다.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책임준공을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자재 등 건설원가 상승이다.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기존 PF는 몇 년 전에 계약이 체결된 만큼, 최근의 공사비 상승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일부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간 30%~40% 정도 늘어난 비용을 버티며 책임준공을 해내는 것보다 지금 무너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손실을 감내하고 시공권을 포기해버린 사례도 있다.
설명하자면, 시공사인 건설사는 발주사에게 공사비를 받아 하도급 업체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추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한 경우 이를 하도급업체에게 지급하지 않으면 시공사는 하도급법 위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발주사는 폭발적으로 올라버린 건설물가 상승분을 책임지지 않는 형태의 계약이 많다. 결국 중간에서 시공사는 자신의 부담으로 건설물가 상승분을 책임져야 하는데, 대형사 이외에는 견디지 못한다.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사업 자체가 망가질 수 있고, 이 경우 2차로 책임준공 의무를 맡아야 하는 신탁사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신탁사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이 중요하다. 브릿지론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과정에서 금융비용이 추가된다. 변제 책임의 주체는 시행사인데, 시행사는 자금력이 제한적이라 망하지 않으려면 책임준공을 맡고 있는 신탁사가 이자를 계속 갚아야 하는 구조다. 브릿지론 연장시 이자가 18%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전망
올해 상반기에는 브릿지론 만기가 몰려있는 7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12월까지 많이 연장됐다. 당연히 12월이 가까워지면 다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때를 넘기면 내년 총선 이후로 시선이 몰릴 수도 있다.
결국 부동산 PF 이슈가 잠잠해지려면 분양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정부가 분양시장 관련 다양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둔촌주공 사례에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둔촌주공은 초대형 재건축 아파트로, 무너져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우선 땅이 있고, 분담금이 있고, 들어올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다. 여기에 비해 주상복합은 완전히 새로 지어서 일반분양을 하는것이다. 일부 지방도시의 경우 주상복합은 분양율에 제로로 수렴하고 대출 역시 막혀있다. 그리고 지방의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소형 업체들의 경우 부도가 난 사례도 많다. 만약 상대적으로 괜찮은 재건축 현장이 무너진다면, 그보다 열위한 현장들은 모두 무너진다는 말이 된다.
향후 방향을 가늠하려면 분양 현황을 잘 지켜봐야 한다. 강남 3구를 제외하면 수도권도 분양율이 좋지 않고, 지방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최근 그나마 뜨는 곳이 동탄이나 송도 정도인데, 아직 변동성이 크다. 해당 지역들의 분양이 안정적으로 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물론 미분양 통계 등도 지켜봐야 한다.
만약 상황이 악화된다면
금융권에서 은행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1순위 대출 기관이라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에도 담보 매각 등을 통해 원금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2, 제3 금융권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저축은행, 캐피탈, 상호금융 등이다. 신탁사 가운데 금융기관의 자회사인 곳도 많은데, 신탁사 부도시 모회사에도 문제가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브릿지론 만기연장 등의 대응책은 어려운 지금 시기를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제언
위험의 분산이다. 현재 한국은 부동산 PF 계약구조가 특정 당사자에게 몰린다.
해외 사례의 경우, 부동산 PF는 그 사업 자체의 성패를 보고 자금흐름이 일어나고, 사업이 망가지면 돈을 빌려준 쪽도 같이 손실을 본다. 한국은 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보증 중심 구조다. 제1 금융기관은 선순위로 대출을 하고, 상환이 안되면 시공사가 책임을 진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부동산 PF 현장에서 분양이 절반만 이뤄진다 해도 1순위 대출기관은 손실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에도 토지매각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반면 2순위와 3순위 대주와 건설사, 신탁사는 모두 무너진다. 이같은 구조는 지난 20년동안 변함없이 유지돼왔다.
결국 한국은 부동산 PF의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고 시공사와 신탁사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앞으로는 부동산 PF가 사업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업의 위험성을 평가해서, 사업 성공시 이익을 보는 주체가 손실도 감당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그러면 외부의 충격에도 버틸 힘이 생긴다. 위험이 한군데 집중되면 그 곳이 부러지지만, 분산되면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 하에서 본다면, 우선 각 당사자는 현재의 계약 하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 주도의 협의체가 가는 방향을 각 당사자가 잘 받아들여 현재의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그래야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다.
— 기사 문의: 최환웅 기자 wchoi7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