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테이퍼링, 애플·페북 흥행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 통제 상실 우려를 일축하고 여전히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갈 길이 멀다며 아직 테이퍼링을 얘기할 시점이 아니라고 분명히 강조했다. 이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오안다는 6월 중순 FOMC에서 테이퍼링이 논의되려면 추가적인 고용 서프라이즈와 집단 면역, 물가상승률 3.5% 초과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ordea Markets는 연준이 병목현상과 기저효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입장이라며, 결국 관건은 노동시장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의 일관된 비둘기파적 스탠스에 S&P 500 지수는 장중 신고점을 경신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락으로 돌아섰으며 달러지수(BBDXY)는 낙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파월이 일부 자산 가격이 높다고 인정하고 투자자들이 예상에 부합한 FOMC 결과를 뒤로 하고 바이든 지출 및 증세 정책과 기업 실적에 주목하면서 뉴욕증시는 장막판 소폭 밀렸다. 한국시간으로 29일 오후 9시반에 발표될 미국 1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6.6%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전망대로 7%가 나올 경우 실질 GDP는 팬데믹발 손실을 93% 회복하게 되며, 이번 분기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되찾게 된다. 한편 미국 상품수지 적자가 3월 906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달러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구글 알파벳에 이어 애플과 페이스북이 블록버스터급 분기실적을 발표해 장 마감 후 주가가 급등했다. 애플은 5G 아이폰 12와 아이패드 등 재택근무·수업 수요에 힘입어 1-3월 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치 773억 달러를 크게 뛰어 넘은 896억 달러로 전년비 54% 급증했다. 페이스북 역시 1분기 매출이 48% 늘어난 262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 237억 달러를 추월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일관된 파월 메시지

파월 연준의장은 FOMC 언론 브리핑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점이 아니며 때가 되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에 대한 힌트는 여름쯤 나오고 4분기에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이란 시장 기대가 굳어질 전망이다. 래리 서머스 등 전례없는 통화·재정 부양책에 물가 고삐가 풀릴 수 있다는 일각의 경고에 대해서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적 셧다운과 경제 리오프닝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물가 불안과 차이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좀더 오르겠지만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한다면 연준은 정책수단으로 이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FOMC 경기판단↑

연준위원들은 현지시간 수요일 경제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리스크가 축소되었음을 시사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제로 부근에서 동결하고 월 1200억 달러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했다. FOMC는 성명서에서 “백신 접종 진전과 강력한 정책 지원 속에 경제 활동 및 고용 지표가 강화되었다”며,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아직 약하지만 개선되었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했으며, 대체로 일시적 요인들을 반영한 영향이다”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해, 팬데믹이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기존 문구에 비해 다소 우려를 덜어낸 모습이다.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있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채권매입 속도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편 중앙은행 총재들의 8월 잭슨홀 연례모임에서 또다시 통화정책 서프라이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유로달러 선물시장에서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대규모 베팅이 관측됐다.

바이든 ‘큰 정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교육 기회와 육아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1.8조 달러 규모의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 지출 패키지를 현지시간 수요일 그의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공개한다. 동시에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십년래 최대의 부자증세를 추진한다. 1.9조 달러의 팬데믹 구제책과 2.25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패키지를 내놓은데 이어 취임 100일 즈음에 3차 대형 부양책을 추진하며 40년만에 ‘큰 정부’로의 선회를 선포한 셈이다. 이번 패키지는 1조 달러의 지출과 중산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8000억 달러의 세제혜택으로 구성된다. 3∼4세 아동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 및 커뮤니티 대학 무상교육 제공, 2025년까지 자녀 세액공제 연장, 육아 직접 지원금 지급, 전국적인 육아 휴직 제도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야심찬 복지 지출 계획에 대해 조 맨친 민주당 중도파 의원이 난색을 표하는 등 의회 통과 여부는 상당히 불확실한 분위기다.

인플레이션 논쟁

인플레이션 논쟁이 다시 불붙으며 영국, 독일 등 주요국 채권 금리가 상승했다. 길트 10년물 금리는 한때 7bp 오른 0.84%로 4월 1일래 고점을 경신했고, 분트 10년물은 5bp 가량 올랐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5% 부근을 시도했으나 파월의 비둘기파적 메시지에 1.60%대로 물러섰다. 블랙록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가 이미 상당부분 가격에 반영되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공급 차질과 억눌린 소비 수요, 과잉 저축 등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물가채에 대한 전술적 견해를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더블라인 캐피탈의 최고경영자 제프리 군드라흐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전년비 4%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물론 작년 팬데믹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감안해야겠지만 연준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Royal Bank of Canada는 투자자들에게 미국과 영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중앙은행들이 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베팅으로, 특히 연준의 테이퍼링 신호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개혁 요구

워싱턴 소재 대중민주주의센터(Center For Popular Democracy)가 조직한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Fed Up은 연준 지도부 임명권을 가진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나며,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의 연준이사 임기는 1월에 만료된다. 랜들 퀄스의 연준 감독부문 부의장 임기는 10월에 만료된다. 파월은 재임 요청을 받는다면 이를 수락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해왔으며, 단지 그 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대상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약 4분의 3 정도가 바이든이 파월 의장을 재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과 퀄스는 연준이사로 남을 수 있지만 최근 관행을 보면 임기가 끝난 지도부는 대개 이사직도 사임하곤 했다. 게다가 이사회 7석 중 1석이 비어있기 때문에 바이든은 연준이사 임명을 통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당한 기회를 갖게 된다. 현지시간 수요일 입장 발표문에서 Fed Up은 연준의 경제운용 방식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비전에 일부가 되어야 한다며, 연준에 최대 고용의 구체적 기준 설정과 인종차별 문제 논의 등을 요청했다. 다만 파월 연준의장의 교체나 재신임을 요구하진 않았다. Fed Up은 진보진영 의회 의원들을 설득해 백악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