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PBOC)이 위안화 기준환율 결정을 위한 일일 픽싱 제출 방법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 일각에서는 2015년 8월 시장을 뒤흔들었던 조치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당시 혼란을 보인 것은 PBOC의 새로운 메커니즘 도입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통화 절하로 당국이 추가 절하에 나설 것일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9일 이뤄진 조치는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날 PBOC가 픽싱 메커니즘에서 “경기대응적 요인”을 사실상 없앴다는 블룸버그의 보도에 위안화는 거의 3개월래 최대폭 약세를 보였고 신흥시장 통화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되었다. 그 배경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PBOC는 매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고시한다. 위안화 환율은 시장에서 기준환율의 ±2% 이내에서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넘어설 위험이 발생할 경우 PBOC는 위안화를 매수하거나 매도한다.
PBOC의 기준환율 산정방식은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2015년 중국은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면서 달러-위안화의 전일 종가와 유로 및 엔을 포함한 통화바스켓 대비 달러의 밤사이 움직임을 근거로 기준환율을 산출한다고 밝혔다. 2017년 5월에는 산출 공식의 세번째 변수로 “경기대응적 요소”를 추가했다. PBOC는 이 경기대응적 요소의 산출 공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환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임의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PBOC는 픽싱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대응적 요인”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가 약세일 때 PBOC는 이전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안화를 강세 고시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우리는 왜 지금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PBOC는 위안화가 국제 교역과 금융거래에도 보다 광범위하게 통용되도록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로 자본유출이 촉발되면서 위안화 자유화 및 국제화 노력은 2015년 후반부터 별 진척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중국 당국은 자본통제를 강화했고 이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됐다.
이제 자본유출이 축소되고 위안화가 작년 5월 달러당 6.9위안 수준에서 약 6.5위안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환율 결정에 시장의 역할 확대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다시말해 이번 경기대응적 요인을 뺀다는 것은 환율이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당국의 자신감에 대한 신호다.
그렇다면 위안화는 왜 약세를 보였나? 이론상 경기대응적 요인의 제거는 PBOC의 통제 축소를 의미한다. 그 자체가 위안화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신호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9월 초에 위안화가 달러당 6.5위안에 접근하자 정책입안자들은 투자자들의 위안화 숏베팅을 어렵게 만드는 선물환 거래시 지급준비율 요구조항을 폐지했다. 또한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는 지난 18개월 레인지의 상단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경우 PBOC가 위안화 강세 속도를 늦추기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어제 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글로벌 시장에 상대적 영향이 적었다. 중국이 2015년 8월 픽싱 체계를 개편했을 당시 시장은 대혼란을 겪었는데, 이는 1994년 이후 최대폭이었던 깜짝 위안화 절하 때문이었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시기에 중국 당국이 성장 지지를 위해 위안화 약세를 추진한 것으로 환율 전쟁을 가져올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좀 달랐다. 좀 더 기술적인 것인데다 위안화는 상방 추세에 있고 전세계 경제 또한 거의 동시에 회복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Ye Xie 기자 (송고: 2018년 1월 10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2AVXY6TTD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