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장 ``신흥국 투자신중..리스크관리 필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한국증시가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시장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위해 다변화 전략 속에 신흥국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주 본부에서 2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흥국 투자는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더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유동성이 좀 더 커지는 상황에서는 위기 관리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내 기금운용 자산 증가에 따라 현재보다 두 배가량 많은 500명 가량의 운용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대상은 전세계‥운용인력 더 필요하다

김 이사장은 전주 이전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진짜 국민연금의 투자처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 투자처를 발굴하고 의사결정을 해 유지·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파악해서 신흥국으로 가고 투자대상을 다변화하자고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투자대상은 서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다”며 “전세계로 가려면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로 가야할 것이며 그래서 해외사무소를 확대하고 책임과 권한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최근 수익률 하락이 서울 이외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데 따른 지리적 고립이나 장기간의 CIO 부재 등과 같은 요인과 관련있지 않다며 본사 전주 이전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전주로 이전한 첫 해의 경우 국민연금은 시스템화된 사내 의사결정 과정과 우호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해 7.26%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또 김 이사장은 또한 기금운용의 전문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년내 국민연금의 운용규모가 10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경우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231명 수준인 기금운용본부의 인력이 현재 1인당 운용 규모 약 2조 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산술적으로도 500여 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공공기관으로서 지리적으로도 제약을 가진 상황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할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꿈속에서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그런 꿈을 꿔본다. 열망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인원과 급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투자 경쟁 격화…조직 개편해 대응할 것

김성주 이사장은, 본인의 관여 영역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대체투자시장의 경쟁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와 해외 모두 대체투자로 뛰어드는 추세라 국민연금 역시 조직개편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대상 발굴 등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체투자 관련 조직이 국내·해외의 2실로 나눠져 있는데 이를 자산군별로, 사모·부동산·인프라의 3실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제한된 보수 등의 문제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인력 영입이 어렵고 해외 운용사들에게 의존하는데 따른 수수료 부담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전제한 뒤 국민연금의 향후 대체투자에 대해 “우리 인력으로 투자대상을 발굴·계약하고 유지관리까지 다 했으면 하는 희망이 있고, 못할 경우 국내 다른 자산운용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기금운용의 독립성 향상을 위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자평했다. 또한 투명성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매달 회의록 공개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너무 과도한 공개가 장기투자자로서의 운용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런던과 스웨덴, 노르웨이, 암스테르담까지 네 곳을 방문해 해외 연기금의 운용관련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올해 韓 증시 부진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김성주 이사장은 올해 후반 한국 증시의 부진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물론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이 영향을 줬지만 보다 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전체 경제에서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굉장히 높은 국가고 세계경기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중국에 의존돼있는 한국 경제 현실에서 두 국가의 갈등으로 한국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볼 것이기 때문이며, 이같은 관점이 현실화된 결과가 국내 증시 부진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관련해 김성주 이사장은 분야별로는 채권 50%, 주식 40%, 대체투자 10% 가량이며, 투자처별로는 국내 70%, 해외 30% 정도로 구성돼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향후 해외 자산의 비중을 40%로 급속하게 늘릴 계획인데, 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때문에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전체 주식시장에서 상당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이 국내비중을 줄이고 해외비중을 늘린다고 했을때 국내 증시 영향이 어떨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최대한 수익을 내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미션인데, 국내 경제도 책임져야 하고 증시 역시 생각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홈 바이어스(Home Bias)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서도 국민연금이 민간펀드처럼 할 수 없다는 점이 현실인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션은 국민 노후보장, 안정적 기금운용체계 수립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이사장으로 왔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노후에 편안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미션”이라며 “안정적 기금운용 체계를 만드는 것이 두번째 미션”이라고 발언했다. 특히 그는 가짜뉴스 확산으로 국민에게서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고, 안정된 기금운용과 관련된 판단,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가짜뉴스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다”며 “지금은 신속하게 대응해서 해명하고, 팩트체크 등을 통해 대응하는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세번째 미션이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안착이라고도 덧붙였다. 전주 이전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당시 예상했던 것이고 예상했던 정도에 비하면 빠른 시기에 잘 안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논란이 된 우수인력 이탈 역시 이직률 측면에서 볼때는 자산운용 업계 평균을 “다소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