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자산: 태영건설 과도하게 저평가..요구 단순 거부시 다음 스텝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점인 지배 구조의 변화에 과감하게 베팅한 국내 헤지펀드가 있다.
그 주인공은 5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롱온리 전략으로 운용하는 머스트자산운용으로, 지난해 8월 이 자산운용사는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그리고 12월에는 태영건설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대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움직인다.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우, 지배 구조가 핵심이다. 만일 현재대로라면 태영건설 오너 일가는 가족간 계열분리를 실시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국내에서 이같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액 주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기업 승계 관행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한국 주식시장에 뿌리 내린 문제점이자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였다.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를 비롯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우 이같은 지배구조 변화에 전체 운용 자산중 약 1/3을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태영건설은 자회사의 성장 속도가 빠른데도 불구하고, 본업이 속한 건설업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 때문에 과도하게 저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한다며 “(머스트의 이같은 투자 비중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의 지분 약 16%를 보유하면서 윤석민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김 대표는 “회사측이 (거버넌스위원회) 수용한다면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조건 변경 수용의 경우에는 그 조건에 대해 합리적이고 치열한 논의 및 협상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이 단순 미수용일 경우에는 우리가 준비중인 다음 스텝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것은 지난 2018년 윤석민 당시 태영건설 부회장이 물류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주식 79만주를 여동생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매각한 뒤다.

태영건설 측은 문자메세지를 통해 김 대표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2014년 태영건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2017년에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다. 김두용 대표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 2009년 출범 이후 연평균 25%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단 한 차례도 연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기사 관련 문의: 김희진(Seoul), hkim579@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