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프로페셔널 서비스, 2018년 4월 19일
인공지능 기술의 규제 샌드박스(sandbox)가 확대되면서, 아시아 각국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은 신기술 도입에 약간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일단 해당 기술을 이해하고 나면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보다 빠르게 포용하기도 합니다.” 막시밀리안 볼마(Maximilian Vollmar) 블룸버그 뉴스 스페셜리스트의 말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컴퓨터 시스템이 데이터로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인공지능의 한 갈래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주목해 왔다. 이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한 방법이다. 머신러닝 분야에 뛰어드는 아시아 국가들 중 특히 한국은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보통신기술 진흥센터의 2017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05년 1월부터 2017년 9월 사이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AI 관련 특허를 많이 취득한 국가다. 한국의 주요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인공지능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공동 추진을 위해 5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머신러닝 도입에 있어서의 난관
하지만 AI에 대한 한국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 중 몇몇 문제는 역내 다른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일본도 규제 문제와 자국어 코딩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 등으로 인공지능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 이슈는 그 범위가 더욱 넓어, AI를 도입하려면 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초기 장벽은 언어다.
블로그와 다른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대부분의 오픈소스 자료는 영어로 작성되어 있으며, 영어로 작성된 텍스트의 처리법에 대한 내용이다. 오픈소스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을 한국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규제 당국이 타 지역에 비해 보수적이다.
증권회사들이 특정 거래에 대해 해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잦다. 특히 변동성이 매우 높은 시장에서, 자동 거래 알고리즘의 경우 기저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것이 수동 거래에 비해 어렵다. 그 결과 거래 자동화의 도입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정보 격차가 도입의 유인을 갉아먹는다.
인공지능의 가치의 상당부분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통해 어쩌면 놓칠 수 있었을 결론에 도달하게 해 주는 능력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 가치가 있으려면 모두가 동일한 정보에 접할 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두가 동시에 거의 동일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면, 부가가치는 그 정보를 남다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정보 격차가 큰 경우가 많다. 볼마 스페셜리스트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의 주가는 뉴스가 나오기 전에 이미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뉴스가 의사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서구 투자자에게는 뉴스가 의사결정에서 가장 우선적 역할을 하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투자 결정 및 그 과정에서의 뉴스의 역활이 비교적 작다. 블룸버그가 최근 한국에서 개최한 머신 러닝 설명회(Machine Learning Decoded) 행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행사 참석자 중 67%는 뉴스 감성(sentiment)이 주가를 움직이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또한 뉴스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업무 흐름에 아직 자동화된 방식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전체 참여자 중 3%만이 기계 가독형(machine-readable) 뉴스피드에 직접 접속할 수 있고, 여기에 자연어 처리를 적용한다고 답했다. 뉴스가 업무흐름에 전혀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42%로 가장 많았으며, 30%는 주요 헤드라인을 수동으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백오피스에 AI 우선적 도입
현재까지 금융기관들은 백오피스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볼마 스페셜리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대형 증권회사들 중 백오피스에 상당한 양의 수작업이 남아 있는 곳들이 있다.
회사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실시간 가격 산정 프로세스에서 자동화가 필수임을 깨닫고 있다. 설문응답자 26%는 트레이딩 자동화가 핵심적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20%는 트레이딩 자동화가 핵심적이기는 하되 거부감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즉,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현실화 여부와는 관계 없이 트레이딩 자동화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조사에 참여한 회의 참석자 중 34%는 머신러닝을 오로지 일시적 리서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11%는 시그널이나 팩터를 생성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15%는 운영환경에서 체계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수치로 볼 때 금융기관들은 현재 어떤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는지 도입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가격 산정과 체결에서 효율성 증진을 위해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데 특히 관심이 높다는 것이 볼마 스페셜리스트의 관찰이다. 가격산정 시에 머신러닝은 시장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갑자기 긴축이나 완화 계획을 발표해서 변동성이 예상되는 경우 FX를 조정하는 식이다. 또한 머신 러닝을 시장과 뉴스 컨디션을 평가하는 데 적용하여, 트레이더가 특정 시점에 어떤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사용할지 결정할 때 별 다른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AI 도입은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지만, 진척이 빠르다.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음이 드러나면, 관련 협업과 사업 계획들이 줄지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