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치 불안에 따른 시장 혼란 속 투자자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간밤 유럽 및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투심이 다시 기지개를 폈다. 양극으로 치닫는 듯 했던 이탈리아 정치권이 한발 씩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이탈리아 국채발행이 우려를 딛고 순조로운 결과를 나타내면서 위험자산 투심을 지지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반등하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는 롱스탑 속 반락했으며, 미국과 독일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또한 주요 산유국이 올해까지는 감산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한편 미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투기거래를 옥죄어 온 볼커룰 개정을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점도 위험선호 회복을 지지한 모습이다. 오늘은 한국과 일본의 광공업생산, 중국 제조업 PMI, 유로존 물가지표 등 굵직한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伊 정치 소용돌이, 태풍의 눈 지났나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듯 했던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과 이에 따른 시장 위기감이 간밤에는 일부 잦아드는 모습이었다. 유로존 탈퇴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국채입찰이 무난하게 진행되면서 시장 전반에 안도감을 주었다. 물론 이탈리아는 여전히 정부를 구성하고 있고 선거가 미뤄지는 등 향후 정치 변수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하지만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당들이 내각 구성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 기꺼이 새로운 총리를 지명하려 한다는 소식 등에 극으로 치닫던 시장의 안전선호 투심은 잠시 숨을 돌리게 됐다. 오성운동의 디마이오 대표가 유럽 통합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파올로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 주장에서 물러서고, 오성운동이 유로존 탈퇴를 결코 계획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투심 진정에 도움이 됐다.
이에 이탈리아 FTSE MIB 지수가 2% 가량 반등했다. 4월래 최대폭 상승마감이며, 6거래일만의 반등이었다. 시장 공포를 키우며 폭등했던 이탈리아 국채금리 전반도 큰 폭으로 반락했다. 2년물 금리가 115bp, 10년물 금리가 29bp 가량 내렸다.
한편 스페인 최대 야당인 사회당은 현지시간 금요일 예정된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총리 축출에 필요한 지지세력 확보에 가까워졌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투심 회복 속 위험자산 전반 반등세 잡아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 유럽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투심이 지지되면서 간밤 뉴욕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채 금리 전반도 큰 폭으로 상승해 직전일 급락분의 절반 가량을 모두 되돌렸다. VIX 지수가 12% 가량 하락했으며, MOVE 지수도 2% 가량 내려 시장 참여자들의 놀란 가슴이 일단 진정되었음을 시사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원빅 이상 반등하며 1월 중순래 최대 상승을 나타낸 가운데, 달러인덱스가 근 1% 가까이 밀리는 등 글로벌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한편 이탈리아發 혼돈 속에 금융시장에서도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이 갈리는 모습이다. 빌 그로스는 5년래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그의 야누스 핸더슨 글로벌 무제약 채권펀드가 현지시간 화요일 약 3% 하락했다. 필드 스트리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투자 펀드는 5월 손실폭을 50%로 확대했다. 반면 화요일이 오히려 크리스마스 같았던 이들도 있다. 메트로폴리탄 웨스트 토털 리털 채권펀드, 채권펀드 오브 아메리카, 웨스턴 에셋 코어 플러스 채권펀드는 각각 약 1% 상승해 약 9년래 일일 기준 최대폭 상승했다.
미-중 무역분쟁, 주말 접점 찾을까..북미 회담 준비는 순항 중
나바로 백악관 무역정책 국장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중단을 선언한 므누신 장관의 발언을 두고 “유감스러운 언사”라고 NPR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분명히 우리는 중국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말 예정된 회담을 위해 미국 관료들이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들 미국 관료들이 중국측과 양국의 공동성명 실행 방법에 대해 작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중국 당국이 의류와 신발, 화장품 및 가전제품을 포함한 많은 소비재에 대한 관세를 7월 1일부터 상당폭 인하할 것이라고 중국 국무원이 밝혔다.
북중러 정상회담이 6월 9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은 예정대로 6월 12일 성사될 듯 하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으며, 폼페이오 미 국방장관과 북한 김영철은 뉴욕에서 만찬회동을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미국과 북한이 다음달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외교관계 수립에 착수한다는 데 의견이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반등..주요 산유국 올해는 감산 기조 유지할수도
간밤 WTI 최근월물 가격이 장중한때 3% 가량 급등하는 등 이달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6거래일만의 첫 반등이다. OPEC 회원국 및 비회원 산유국들이 2018년 말까지 감산 계획을 고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영향이다. 이들 산유국들은 또한 공급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점진적인 조정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최근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유가 급락을 이끈바 있었다.
한편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도 모든 산유국들이 시장을 안정 시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석유협회(API)와 에너지정보청(EIA)의 자료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 감소했음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억눌렸던 투기 거래에 숨통 틔울까
금융 위기 이후 은행에 부과된 가장 엄격한 거래 규제인 볼커룰을 완화하기 위한 월가의 오랜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마침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 연준은 수요일 볼커룰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 연준 이사들이 제안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구할 것을 결정해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JP모간 등과 같은 금융 회사들의 규정 준수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적 절차를 시작했다. 볼커룰에 대해 금융사들은 이 규제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준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온 바 있다. 개정안에 대한 긍정적 기대 속 CME 그룹 주가는 4% 가량 급등해 작년 3월 초 이후 가장 큰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김경진, 이경하 기자 (송고시점: 2018년 5월 31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9KEI46TTDS2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