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레딧 회복 아직..위기징후 아냐: KB證 주태영

크레딧 스프레드가 코로나19 확산 초기보다 더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실제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KB증권의 주태영 기업금융1본부장(전무)이 4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스프레드는 더 확대되고 하반기 국내 회사채 발행규모는 전년비 절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또 채권금리가 3분기 정도에는 고점을 형성한다 해도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레벨의 국내 기업들을 보면 재무상태가 워낙 건강해 지금으로서는 시스템 리스크를 고민할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는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기준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회사채 주관 1위를 지켰다. 다음은 주태영 전무와의 인터뷰를 주제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Q.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시스템 리스크의 조짐인가?

A. 아니다. 시스템 리스크나 위기 상황을 고민하려면 부도 우려가 불거지는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유동성이 꼬여있기 때문으로 봐야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들을 보면, 사상 최대로 좋은 상황이다. 재무제표를 보면 현금성 자산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던 시기가 없고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기업의 수보다 상향조정된 수가 더 많다.

저축은행이나 부동산 PF 등 부동산에 투자가 많은 곳들의 유동성 상태를 지켜보는 정도다. 지금 특별히 들리는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고, 금리가 크게 오르고 공사 단가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정도다.

참고: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 변동 현황 자료를 보면, 전망/워치리스트의 방향성을 포함한 등급 하향 대비 상향 비율이 2019년~2020년의 0.5배 내외에서 2021년 1.4배, 올해 상반기 1.9배로 상승했다. 한신평은 “2019~2020년에 저하된 신용도가 2021년 이후 개선세”라고 평가했다.

Q. 하반기 스프레드 전망은?

A.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기 시작됐을 때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는데, 지금은 그때 고점보다도 높다. 하지만 아직 거래와 발행이 없어 실제 시장 상황이 스프레드에 모두 반영되지는 않았다. 실제 거래는 크레딧 스프레드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에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스프레드는 당분간 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한은 이번달 기준금리 50bp 인상시 영향?

A.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예상되는 수준이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3%를 선반영하는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국내나 미국 모두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다. 만약 물가 여건이 계속 안좋고 기준금리를 계속 더 많이 올리겠다고 하면, 그때는 채권시장이 크게 반영할 것.

Q. 향후 시장 전망은?

A. 3분기면 금리가 고점을 형성할 것이다. 다만, 그 이후 시장이 안정된다 해도 정상화 속도는 느릴 것이다. 연기금 등의 수급 요인이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금리를 끌어내리는 베팅을 하는 역할인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강하게 나올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채권을 사는 곳은 보험사나 중앙회 등 수동적으로 시장을 받쳐주는 기관들이다. 금리가 높으면 사주면서 금리 추가상승을 막아주지만, 끌어내리는 역할까지는 아니다. 현재 채권금리가 대체투자에서 나오는 금리 수준이 되니까 보험사에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데, 금리 추가상승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다.

Q. 하반기 발행규모 전망은?

A. 먼저 상반기 발행규모를 보면, 만기가 돌아오는 정도의 규모는 발행이 됐는데, 1분기에 많았고 2분기에는 크게 줄었다. 결국 하반기 발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반기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보다도 약 20~30% 정도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전년동기대비로는 거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엔데믹을 예상한 기업들이 투자자금을 선조달하면서 2020년~2021년 발행이 많았던 측면도 있다.

Q. 최근 크레딧 시장의 수급 요인은?

A. 한국전력이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 올해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폭이 줄어든다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올해 초부터 AAA 등급인 한전이 싱글A 가격으로 나왔으니, 전체 시장에 영향을 많이 준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사채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크레딧을 담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조달 수요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최근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인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현재 채권비중과 투자목표를 비교해 볼 때 채권을 더 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채권금리 급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지 않는 한 채권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

참고: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비중은 4월 말 기준 34.8%로, 올해 말 목표인 34.5%를 넘어섰다.

Q. 하이브리드 채권?

A.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해 최근 2~3년 정도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이 코코본드를 발행해왔는데,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또 보험사 건전성 규제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은 이어질 것이다. 보험사마다 지급여력(RBC) 여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큰 방향성은 보험사에게도 은행과 같은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쪽이다.

참고: <리그테이블> KB금융, 상반기 회사채 1위..시장 경색에 금융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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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웅(서울), wchoi70@bloomberg.net;
조경지(서울), kcho54@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