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채권 애널리스트와 펀드메니저의 동상이몽

(블룸버그) — 2분기 말 한국 채권시장의 ‘불플래트닝’ 움직임에 대해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메니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정상화 관련 발언부터 연준의 자산 축소 계획 확인까지 다양하고 굵직한 재료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내외 금리 및 채권시장 변동성 자체가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유안타 증권 및 신한금융투자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잇따라 금리 하락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 및 미래에셋 등 주요 자산운용사의 펀드메니저들은 시장 포지션 움직임을 곡해 하면 안된다며 일방적인 금리 하락 기대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유안타증권 이재형 연구원은 20일 인터뷰에서  “연준의 자산 축소 계획은 긴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시장이 이를 인지하면서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채권시장의 포지션 자체가 단기물에 쏠려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을 사야하는 쪽이 훨씬 많아지면서 장기물 금리가 낙폭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고채 10년 금리가 연내 1%대로 재차 하락할 수 있고, 국고 3년/10년 스프레드 또한 현 수준 대비 10~20bp 가량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단기물이 물량이 없을 정도로 소화가 잘 되고 장기물은 수요는 약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보험사와 같이 일드(yield)를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장기채를 매집해 듀레이션을 채워 놓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5월 중 2.30% 부근에서 연고점 부근 저항력을 재차 확인한 뒤 하락을 지속, 2분기 저점 부근인 2.13% 수준에서 지지력을 시험하고 있다. 국고 3년/10년 스프레드는 5월 중 60bp 가까이 벌어져 2015년래 최대 수준을 경신했지만, 최근에는 45bp 수준으로 내려와 1월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이번주 보고서에서 3분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약해지고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내달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긴축 우려를 해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주 국제유가(WTI)가 배럴달 44달러를 하회하며 10개월만에 약세장으로 진입한 점은 이들 애널리스트들의 금리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한편 삼성자산운용 유영재 팀장은 “이달 들어 보험사 등의 수요가 장기물 매수에 나서면서 듀레이션을 늘린 것은 맞다고 보지만 이는 6월 말을 넘어서면서 다시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다”고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한-미 금리차 역전폭이 해소되고 스왑여건이 불리해지면서 해외채에서 국내 장기물로 다시 돌아선 등의 여파라며 커브 플랫 분위기가 6월말까지 이어지겠지만 7월에는 옐런의장의 연설 및 하반기 경기 전망 등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나올 경우 금리는 다시 우상향할 것이라고 봤다.
국채 10년물의 경우 2% 초반으로 갈수록 채권 매도 압력이 심해지고, 2.3% 수준은 이미 두 차례 시도한 바 있어 상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2.1%~2.3%의 박스권 구간이 당분간 유효하다며 “현재로서는 2.3%대를 뚫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2%를 하회하며 낙폭을 키울 확률보다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최진영 이사는 현시점에서 올해 채권투자를 성공으로 이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관성에 젖어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구나 하는 식의 유혹을 차단하고 채권을 매수하고 싶을 때 꾹 참는 것”이라고 본다고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내 금리의 기조적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금리 변화의 위험을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된 점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며, 국고채 장기물에 대한 방향성 매수보다는 A등급 회사채 3년물을 매수해 롤링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국고채 10년물 금리 2% 수준은 한국 경기의 회복세가 끝났다고 보는 수준이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다시 프라이싱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여러 여건에 장기금리가 눌린다고 해도 2% 아래로 하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김경진 기자 (송고:06/22/2017)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RXAT66KLVR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