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쑤는 韓주식펀드 수익률..‘추가매수 기대 난망’

페이스북 주가가 상장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하는 등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움직임이 일면서, 미국 증시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돌아올까 하는 기대감도 슬며시 엿보이지만, 한국 증시 저점매수에 대해 시장은 아직 회의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나홀로 랠리를 펼치던 미국 증시의 조정 여파에 국내 증시도 재차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고용정책을 필두로 한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진단도 저점매수에 나서려는 투심의 발목을 잡는다. 외우내환 속 쪽박이 되어버린 국내 주식 펀드에 볕 들 날은 아직 요원한 듯 하다.

코스피지수 수익률만도 못한 펀드들 태반

블룸버그 집계 기준 1000억 원 이상의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97개의 수익률 분석상 연초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펀드는 8개에 불과하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 중소형주 포커스 증권 수익률도 4% 수준으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주목할 것은 97개 펀드 중 절반 가량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의 연초대비 수익률인 -7.2% 수준마저 하회, 벤치마크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다.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 증권 및 NH 아문디코리아 2배 레버리지 증권, 삼성 코스닥150 레버리지1.5배 증권의 수익률은 모두 -20%에 가깝다. 그나마도 지난주 후반 지수의 반등으로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평가된 펀드를 중심으로 저점매수에 나설 법도 하지만, JP모간 박정준 한국 리서치 센터장은 27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증시에 대해 “추가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신흥국 내에서도 한국시장은 하반기에도 박스권에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IT 섹터가 3분기 이익 성장성은 높지만 4분기 및 내년 이익의 가시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韓증시 성장여력 미미…기댈 곳은 환율 상승 뿐?

유안타증권의 민병규 연구원도 “적어도 3분기는 저점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 연구원은 작년말 노무라 등 대다수의 기관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을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부작용을 우려하며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제시한 바 있었다.
그는 정부의 소득주도의 성장이 좋게 평가되기 어렵다는 것이 올해 현실화된 상황인데다, 무역전쟁 속 수출여건까지 악화된 점을 우려하며, 현재 2690선인 자사의 연내 코스피 상단 전망을 추가로 하향 수정할 여지가 있다고 25일 전화인터뷰에서 밝혔다.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1200원까지 급등해 수출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면 저점매수의 시기도 더 빨리 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점매수는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며, “2분기가 경제성장이나 기업 이익 측면에서 고점인 것이 확실해졌고, 앞으로 국내 경기 및 수출, 대외상황을 고려할 때 좋아보이는 것이 딱히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글로벌 증시 투심에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상승랠리에 대해서도 “결국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 효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고 진단하며, 하반기에 트럼프의 2차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미국 증시 상승마저도 꺾일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관심이 다시 신흥국으로 돌아온다해도 “견실하기만할 뿐 성장여력이 미미한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극심한 저평가 상태지만, 저점매수는 아직

한편 국내 경기전망의 주요 잣대 중 하나였던 D램 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D램 가격(DDR4 8Gb 1Gx8 2133/2400 MHz)은 작년말 대비 현재 15% 가량 급락했다. 작년처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IT 대장주들의 선전 및 이에 따른 견조한 수출을 기대할 수 없게하는 부분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투자전략팀장은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가 연말까지 기술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저점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는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고 중국 물량압박이 크지 않아 IT주 전반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보지만, 경기 사이클 관점에서 봤을때 국내 뿐 아니라 올해 좋았던 미국 경기마저도 내년에는 꺾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내에는 저점 매수에 나설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미 올해 두번(4월초 및 7월초)에 걸쳐 연내 코스피지수 전망을 하향 조정해 현재 2200~2580 범위를 제시하고 있지만, 연말 및 내년 상반기까지 2200선을 하회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이 나온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2500 위로 뚫고가기에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팩트 체크

기댈 곳은 환율 상승 뿐이라지만, 블룸버그 집계 기준 달러-원 환율이 3분기말, 연말 1200원 위에 있을 확률은 각각 3%, 8%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뉴욕 CMA 집계 기준 5년물)이 최근 2016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작년 고조됐던 대북 리스크 우려가 해소됐음을 시사한 점, 달러-원 옵션 리스크리버설이 달러-원 환율 상승세과는 디커플링을 나타내며 하락하는 점 등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까지 속등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금요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내년 이후를 생각하면 정책여력 확보차원에서 완화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점도 증시에는 부담일 수 있다.

한편 지난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주가 급락 뿐 아니라, 7월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1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2016년 12월래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친 점, 6월 미국 주택지표 전반이 예상을 하회하는 부진을 나타낸 점 등은 미 경기가 확장 사이클의 후반에 있다는 진단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2분기 4.1%의 GDP 성장 달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ANZ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만 성장의 모멘텀이 윗쪽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미국 경제가 나머지 세계경제를 오래 지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경진 기자 (송고 201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