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액자산가들, 亞증시 침체에도 여유있게 웃는 이유

투자에도 강남스타일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신흥국 우려, 미중 무역전쟁 심화, 삼성전자 실적 부진 우려 등에 코스피지수가 연초대비 6% 가량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 분위기는 작년에 비해 암울한 상황이지만, 강남의 일부 큰 손들은 두자릿수의 수익을 거머쥐며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대량 매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토종 헤지펀드들은 마를 줄 모르는 이들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자금 유입 속에 덩달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고액자산가들과 토종 헤지펀드와의 윈윈하는 동행은 글로벌 증시 약세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핫해 핫해’ 타임폴리오..2년 연속 10%대 고공행진 중

2016년 5월 론칭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6월 현재 집계 기준 1.5조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4개의 벤처펀드와 ARS(Absolute Return Swap) 설정액까지 합하면 총 운용자산은 2.2조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코스피 및 코스닥 현물)에서 약 2조 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타임폴리오의 설정액 증가는 단연 차별화된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국내 토종 헤지펀드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6월 기준 총 20조 원 수준으로, 작년 2월 7조 원 대비로는 근 세배가 됐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타임폴리오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수익률이다. 타임폴리오 The Time-M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의 수익률은 2016년 5.7%에서 작년에는 13%로 급증했으며, 올해도 14%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 판매시 가입금액이 최소 10억 원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고수익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인 셈이다.

타임폴리오의 이주상 상무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안정적인 주식 롱/숏 전략 성과에 대체투자 성과가 더해져서 10%가 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투자 전략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상대적으로 턴오버가 많은 펀드 중의 하나이며,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주식 롱숏에서는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주로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이 부침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성과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이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에서 용이하다보니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커져왔다고 판단된다며, 저금리 환경 속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액자산가 포트폴리오의 필수품

삼성증권의 삼성동 WM 지점에서 VVIP로 불리는 고액자산가 고객들의 자산을 3000억 원 가량 관리하고 있는 김남수 PB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고객 대부분이 금융자산만 2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적어도 하나의 토종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이 토종 헤지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해외 주식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메자닌이나 비상장주식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 WM 지점에서 5000억 원 가량의 자산을 관리 중인 정은영 PB는 지난주 서면 인터뷰에서 “관리 중인 자산 중 헤지펀드 투자 규모가 작년에 비해 올해 8~1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대응해 왔는데, 하반기에도 헤지펀드 시장을 계속 관심을 갖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시가 하락하면서 투자할 만한 주식들이 생기고 있어 롱 바이어스드와 메자닌, 비상장주식 등에 특화된 운용사 중에 잘하는 운용사를 선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액자산가에 이어 기관까지 헤지펀드 러시

GVA자산운용 박지홍 대표는 지난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시작한 자사 헤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이달 2700억 원 수준으로 작년말 1000억 원에서 급증했다며 “작년 펀드 모집 초기에는 고액 자산가 등의 리테일 위주였다면, 이제는 트랙 레코드가 쌓이다 보니 보험사, 공제회 및 연기금 등 기관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GVA포트리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비롯한 GVA 대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지난해 7~8% 수준에 마감한 뒤 올해도 9~11%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자산가격의 방향성에 베팅하기 보다는 “변동성이 커질 때 알파를 키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락장에서 방어 능력이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고액자산가 및 기관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유동성은 굉장히 많은데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가 마땅치않다보니 대체투자 및 헤지펀드에 관심이 꾸준하고, 특히 작년 주식 롱장에 비해 올해는 시장이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많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개미들의 다른 행보..결국 무덤될까

한편 올 한해 개인들의 코스피(7.2조 원) 및 코스닥(2.4조 원) 현물 순매수는 10조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만 각각 3.7조 원,
4.1조 원 씩을 팔아치우고, 코스닥에서도 순매도세를 나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한해 한국 증시가 아시아 증시 중 두드러진 수익을 거뒀을 당시 개인들이 9조 원 가까이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이를 모두 받아준 것과는 극과 극의 양상이다. 현시점만 놓고 본다면 개인은 상승장의 끝물에 들어와서 손실을 입고 나가기 일쑤라는 속설이 되풀이 될 듯 하다. 외국인이 끌고 개인이 받쳐줄 때 한국 증시의 레벨업이 가능하다던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 무색한 상황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의 박종학 CIO는 지난주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중소기업 및 벤처 육성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 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시장 추세의 반전을 위해서는 개인 뿐 아니라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의미있게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진 기자 (송고 201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