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3년 연속 주관사 1위를 지켜온 KB투자증권의 박성원 기업금융본부장은 1월 발행규모가 전년비 증가한 것에 대해 지난해의 시장 위축에 따른 기저효과 정도로 평가하며 올해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2일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기업의 신규 투자 실종속에 회사채 발행시장은 지난해의 위축된 상태에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진 등 정작 자금이 필요한 곳에는 시장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 시중 자금이 단기자금 시장에 몰려있다면서 DCM 시장은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ABS발행 역시 포화상태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시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것도 발행 규모에는 악재로, 3년물과 5년물 중심의 크레딧 시장에서 7년물과 10년물의 비중이 커지며 “신규물은 줄고 차환물은 얇아졌다”고 설명했다.
작년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 규모는 25조2810억 원으로 전년대비 34% 감소했고 3년물이 39.5%, 5년물이 29.4%를 차지한 것으로 블룸버그 데이터에 집계됐다. KB투자증권은 작년 원화표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케미칼 및 CJ제일제당 등 110건, 5조 9346억원의 조달에 참여해 주관사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자동차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고, 또 작년 경영권 분쟁으로 상대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던 롯데그룹 등의 이월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부동산 분양이 계속되고 가계대출이 커지는 만큼 MBS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드라마틱한 반등
박 본부장은 회사채 시장에서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조선업을 꼽았다. 최근들어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생산원가를 상당폭 절감한데다가 유가상승이라는 외생변수가 조선업에 호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른바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좋게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각각 6800억원과 6000억 원에 달한다.
항공업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항공산업의 경우 인프라 산업이고 한번 망하면 회복이 쉽지않은 만큼, 재무적으로 위험하다해도 “태극기 비슷한 마크를 달고있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계속 뜰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경간 거래 중에서는 중국계 기업의 국내 자금조달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미 금리차가 거의 사라져버린 만큼 국내에서의 달러화 조달은 특별한 메리트를 찾기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도 잘 알려진 글로벌 중국 기업의 경우는 규제가 강하고 금리가 높은 중국 본토 대신 한국을 자금조달시장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커플링
박 본부장은 향후 한국의 금리를 전망하려면 미국보다는 일본을 봐야 한다며 “일본과 커플링이 될 것”이며 이는 “제로 금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은 산업의 발전과 성숙 등의 구조가 일본과 똑같고 사이클의 폭만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지않는 한국의 금리를 트럼프 당선을 전후해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 같이 생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리만 사태 발생 당시 7~8%까지 올랐던 국내 금리가 선진국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내려오고 단기자금은 넘쳐나는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고 봤다.
박 본부장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생산 위축 및 노년 대비를 위한 소비 부진과 함께, 국내 재벌들의 세대교체 역시 자금수요의 근간이 되는 투자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나 이를 바로 이어받은 재벌 1, 2세대와는 달리 합리적인 경영을 강조하는 3세대는 `돈이 안되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해 투자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IB업계
박성원 본부장은 최근 한국 회사채 시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 신용등급 및 그룹사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는 반면, 인하우스 크레딧 분석이 보편화되고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추세를 들었다. “신용등급은 참조만 할 뿐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룹사 소속이면 일단 신뢰했던 과거와 달리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지고 이다고 설명했다. `모두 함께 가야한다’는 재벌 1세대 및 2세대와는 다른 3세대들의 경영철학을 삼성그룹 등 주요 재벌사들의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인한 이상, 이전처럼 그룹사만 믿고 투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대형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의 2배까지 기업금융을 위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는 정책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의 활동폭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주관사를 따내기 위한 영업을 할때 일종의 `무기’인 돈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만큼,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에서 은행 및 여전사들과 싸워가며 글로벌 영업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금융총괄을 맡고있는 박성원 본부장은 1964년 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국민투자신탁 채권운용역으로 경력을 시작해 2003년 3월까지 현대투자신탁운용의 채권운용팀장을 역임한 뒤 2003년 4월부터는 푸르덴셜투자증권의 기업금융부장을 맡았다. KB투자증권에는 2004년 합류했다.
최환웅, 박정연 기자 (송고: 02/06/2017)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KW6WH6JIJU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