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3~5월중 달러 매입 두 배 증가...100% 환헤지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의 원화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정면으로 노출됐다. 가스공사 등 관련 수입업체들의 달러 수요가 급증하며 가뜩이나 글로벌 강달러 압력을 받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수급 여건마저 원화에 불리하다.

국민연금에 이어 역내 최대 달러 매수 주체 중에 한 곳으로 알려진 한국가스공사는 유가 및 액화천연가스(LNG) 스팟 가격이 급등하면서 3~5월 선물환 매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블룸버그 문의에 답했다.

세계 최대 LNG 큰 손 중에 하나인 한국가스공사는 LNG 수입결제 대금으로 외화지출이 많은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환리스크 관리의 주요 대상이다.

같은 이유로 대형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도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업체들의 달러 매수가 많다고 전했고,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올해 정유사들은 레벨에 상관없이 달러를 계속 사들이고 있어서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유가發 무역수지 적자

팬데믹발(發) 대규모 부양책의 후유증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파장으로 달러-원은 13년래 가장 높은 1300원대에 들어섰으며 한국의 무역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동북아시아의 LNG 벤치마크인 한-일 마커 가격은 엔데믹 기대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높은 레벨에서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올해 3월 2008년 이후 고점을 경신했으며, 그 이후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주로 거래되고 있다.

가스공사의 환헤지 전략

가스공사는 최근 3년 기준 연평균 약 171억 달러(월 평균 14억 달러)를 매입했고, 이 가운데 가스 수요가 늘어나는 동절기(10월~3월)에는 평균 102억 달러의 선물환을 사들였다고 블룸버그 문의에 서면으로 답했다.

가스공사는 LNG 대금결제를 위해 100% 선물환으로 거래하는데, 그 이유는 환헤지다. 대금청구일(인보이스 발행일)과 대금납부일(결제일) 차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대금청구 전일 시장평균환율(MAR) 시장에서 결제일 당일 만기의 선물환을 매입한다고 가스공사는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대예상손실액(Var) 한도 범위내에서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을 목표로 외부인원이 포함된 재무위험관리위원회와 내부의 국제금융부 등을 통해 환위험을 관리한다고 밝혔다.

킹달러 흐름 속에 이처럼 달러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며 달러-원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지점에 올랐고, 외환시장 안정을 관리하는 정부 및 한국은행도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시장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언급한 바 있다.

가스공사 역시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에는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LNG 결제대금 규모 등을 고려시 대규모 외환손실을 일으킬 우려가 상존한다”며 “따라서 신중한 내부검토 뒤 리스크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정점론 속 달러 수요 완화 기대

주간 기준으로 지난주 미국의 WTI 선물이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신호를 보이고 있다면서, 역내 에너지업체들의 달러 매수 급증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상열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유럽이 미국의 LNG를 수입하면 비용 자체는 굉장히 올라간다. 동절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를 하더라도 중국과 인도가 수요를 늘렸기 때문에 총량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며 “평균 유가로 보면 2분기보다는 내려갈 것은 확실하다. 가스공사의 LNG 도입량의 상당부분이 유가에 연동하는 장기계약이기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가스공사의 달러 매입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이 팀장은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경우 수년째 달러를 꾸준히 매수하면서 달러-원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금 중에 한 곳인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헤지없이 100% 환오픈을 단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전술적 환헤지 차원에서 선물환을 매도하기도 했다.

LNG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SK증권의 유승우 애널리스트는 “LNG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고 18일자 보고서에서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 냉난방 수요와 불확실한 공급망으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글로벌 폭염 수요 증가와 러시아발 유럽 내 공급망 차질 위험, Freeport 셧다운으로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사문의: 김대도 기자 dkim640@bloomberg.net, 이희수 기자 hlee425@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