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KDI 원장 “내수 아주 나쁜 상황 아니야..한은 물가 신경써야”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국내 경기가 성장률 전망 측면에서 “현재 숫자가 낮은 것은 팩트”지만, 내수는 지금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며 지금 당장 금리를 낮춰 내수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보이지 않는다고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6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한 조동철 KDI 원장은 이날 발표된 KDI의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부문 때문이라며 내수의 경우 “좋은 상황도 아니지만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 부양의 정당성은 대부분 고용 상황에서 오는데, 한국 노동시장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고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날 KDI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2월 전망치 대비 0.3%p 하향 조정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3.4%로 0.1%p 하향했다. 또 통화정책 관련해서는 “물가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이에 대해 “고용시장이 굉장히 나쁜 상황이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물가가 높다면 약간 완만하게, 통화정책을 타이트하게 운영해 가는 것이 어느정도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 금통위원 재직 당시 비둘기파로 평가됐던 것에 대해 그는 “물가가 먼저냐 경기가 먼저냐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항상 통화정책의 첫번째 목표는 물가안정이라고 답했다”며 “지금 보면 나는 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인 3.5%에 대해 “아주 대단히 긴축적이지는 않지만 다소 긴축적인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가 아직 2%에 수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걸려 수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올리거나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원장은 실리콘밸리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미국 지역은행 관련 불안이 한국 내에서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련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며 “다만, 금융기관의 규모가 국가 전체를 뒤흔들 정도냐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뱅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가운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인 4대 금융지주그룹이 압도적인 규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동철 원장은 “물론 PF 등을 통해 증권회사가 문제에 봉착하는 등의 문제는 충분히 생길수 있고 국지적으로 금융 불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같은 문제가 국가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조동철 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 중에 연금개혁을 중요 의제로 지목했다. 그는 “연금을 덜 받는 쪽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그렇게 높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소득대체율이 40% 수준인데 결국은 우리가 (연금보험료로) 9%를 내고 40%를 받는 셈”이라며 “결국 (보험료를) 내는 것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5년 임기의 정부마다 2%p씩 보험료를 올리자고 결단을 하면 부담은 훨씬 줄 것이라며 점진적인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기사 문의: 엄재현 기자 jeom2@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