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지난 금요일 유럽 및 뉴욕 금융시장 전반은 전형적인 위험선호 장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친서를 확인한 뒤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적으로 확인한데다, 미 5월 비농업 고용이 시장예상을 크게 웃돌며 실업률이 2000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미 고용시장 호조 및 경제 성장의 모멘텀 지속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심어준 여파다. 이탈리아의 새 재무장관 지명자가 이탈렉시트에 대한 우려에 선을 그은 점도 위험자산 투심을 지지한 부분이다.
한편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發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G-7의 분열을 시사한 점은 위험자산 투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합의한 모든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경고하며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오늘은 호주 소매판매, 미국 내구재 주문 지표 발표 등이 예정돼 있으며, 애플은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 고용호조의 시사점..연준의 2% 물가목표 달성은 아직 요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5월 미국 비농업부분 고용의 예상을 넘는 호조에 대해 “미국내 정치와 지정학적 위험, 보복관세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미 고용시장이 잘 버티고 있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몇달간 변동성이 확대되며 기저 고용 추세 분석이 까다로워졌지만, 5월 고용이 예상치와 전기치를 크게 뛰어 넘은 22만 3000명의 증가를 나타낸 것은 고용 모멘텀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해준다고 지적했다.
5월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월비 0.3% 상승했지만 임금 인플레이션 속도가 아직 미 연준의 2% 물가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PCE 디플레이터의 훌륭한 선행지표인 비관리직 및 생산직 시간당 평균임금은 3개월 연속 전월비 0.3%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며, 역사적으로 볼 때 PCE 인플레이션이 2%까지 가려면 해당 지표가 12개월 기준 3%의 상승률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전년비 2.8%, 12개월 변동치 평균은 2.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즉, 임금 상승 압력이 2%의 안정적 인플레이션을 담보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며, 당분간 연준 관료들이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적절하다는 판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미국채 시장 참여자들의 일드커브 플래트닝 기대가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거래일만에 2.9% 위에서 마감했지만 5년-30년 금리차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0bp 수준까지 축소됐다. 미 연방기금금리선물에 내재된 6월 인상 가능성은 직전일 대비 88%에서 84%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추가인상 시점 기대는 9월 인상 확률이 58%에서 63% 수준으로 상승했다.
美 무역전쟁 도발에 G-7 분열 가시화
미국이 EU 등 동맹국에 대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 부과를 강행하면서 주요국 간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험악한 분위기 속에 3일간의 회의를 마친 후 미국의 무역 정책을 비난하는 ‘이례적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의 행동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회의에 대해 브루노 르메어 프랑스 경제부장관은 “G-6 플러스 1개국”이었다며 G-7이 분열되었음을 인정했다. 해당 성명서는 미국을 콕 집어 지목하며 이번주 퀘벡에서 열릴 G-7 정상회담에서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재정 정책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통화정책은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영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튄다고 해도 영란은행이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시간을 갖고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금요일 영국 파운드화는 미달러 대비 0.4% 가량 올라 16개 주요통화 중 가장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과 EU의 무역대립 속 유로-달러 환율은 금요일 0.3% 가량 내렸다. 대규모 옵션 만기 및 이탈리아 연정 출신의 EU 의회 의원들이 유로존 탈퇴 국가를 지원하는 EU 펀드 조성안을 지지하고 있다는 소식에 금요일 장중한때 0.7% 가량 급락하기도 했지만, 새 재무장관 지명자 Giovanni Tria가 “이탈리아 내에 유로존 탈퇴를 원하는 어떠한 정치력 압력도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폭을 만회했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CFTC 선물 거래동향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감 주간 기준 헤지펀드들의유로화 순매수는 6주 연속 감소했다. 작년 12월 26일 마감 주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중 경제·지정학적 대립 격화
중국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합의한 모든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무역 질서를 지키지 않는 중국 등 교역 상대국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커들로는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규정을 어기는 행위가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수십년간 지속된 무역 남용에 대응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를 비난하지 마라. 중국과 유럽, NAFTA 등 상호주의와 관세, 보호주의를 원치 않는 그들을 탓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일요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협상에 대해 “우호적이고 솔직하며 특정 수출 품목에 대해 일부 유용한 주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행 애널리스트 Gai Xinzhe는 “중국은 특히 트럼프가 관세에 대해 180도 돌변하면서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에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극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연합뉴스는 미국 고위장성이 남중국해 인공섬의 폭파 위협 경고를 내놓은 가운데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잇달아 중국 ‘코앞’까지 출격시켰는데, 이는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되며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갈등이 아시아 전략패권 경쟁으로 심화하면서 1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남중국해 의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됐지만 의미있는 합의까지 갈길 멀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측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만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3일 아시아안보회의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북한과의 핵 협상 타결에 이르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후 발표된 공동언론보도문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안보와 인도주의적 우려 해결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합류해 트럼프 미 대통령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한반도 종전 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위험선호에도 국제유가는 하락
OPEC와 감산 동맹에 합의한 산유국들이 안정적 원유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도록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알제리, 오만 등의 에너지 장관들은 토요일 쿠웨이트에서 비공식 협의를 열고 시장 상황과 감산 합의 준수를 점검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유전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가동 중인 원유굴착설비 수가 지난 주 861개로 2개 늘어 2015년 3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금요일 WTI 최근월물 가격은 미 고용지표 호조로 되살아난 위험선호에도 불구하고 2% 가량 하락했다. 이틀째 하락이며 4월래 최저 마감이었지만, 65달러 수준을 지나는 100-DMA의 지지력은 계속됐다.
(김경진, 서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