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의 최재영 원장은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신흥국 시장의 불안이 불가피 하겠으나 원화는 대규모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및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강달러 영향을 잠재우면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영 원장은 “수급 측면에서는 수출 호조와 대규모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을 두 축으로 하는 뚜렷한 강세 압력이 강달러 영향을 상쇄하면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에상된다”고 이번주 블룸버그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규모가 주식시장 유출 규모를 상회하고 있어 외환수급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韓 안정성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자금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외인들은 국내 주식의 순매도 기조와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2020년 24.7조 원 어치를, 올들어서는 5월말까지 이미 28.1조 원을 순투자했다.
최 원장은 한국 국채가 높은 재정건정성 및 대외건전성에 힘입어 “준선진국 시장으로 인식되는 한편, 동일 신용등급의 선진국 보다 채권수익률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신흥국 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경기민감업종 비중이 높아 대외충격에 민감한 주식시장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외인 자금은 주로 해외 중앙은행 자금으로, 이들은 주식 투자자와 달리 안정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또한 글로벌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하는 와중에 해외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통화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원화채에 대한 수요도 늘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작년 24.4조원 순매도에 이어 올해 5월까지 18.9조 원 상당을 추가 매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최 원장은 국내 요인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된 현상에 주로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에서 각광받는 성장주와 IT주 등이 미국 주식시장에 주로 포진하고 있고 중국이 대외개방 정책으로 “신흥국 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금센터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신흥국 유입자금 중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순매도를 가져온 국내 요인으로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 부담에 따른 매수 유보 혹은 차익실현 수요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을 초과해 담은 투자자들이 당초 국가별 비중 목표치를 맞추는 가운데 국내 주식을 덜어내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래 외국인의 (증시) 매도는 구조적 성격이 짙어 단기간내 순매수 추세로의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경제 및 기업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에 큰 폭의 자금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채 커브 스티프닝
미 국채금리 커브 전망 관련해서는 앞으로 현 수준보다 소폭 스티브닝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최 원장은 말했다. 미 2년물 등 단기금리는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하면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반면 장기 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연말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1.8~2.0%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일시적’ 물가상승을 기본 전망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공급부족 등에 의한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인플레 기대가 높아지며 금리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 달러가 연준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에 기반한 시장금리 상승에 연동하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는 달러 강세에 기본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겠지만, 수출 호조 및 대규모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을 두 축으로 하는 뚜렷한 강세 압력이 존재해 달러 강세 영향을 상쇄하며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테이퍼링 본격화시 취약신흥국 변동성 확대 불가피
최 원장은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자금의 미국 환류에 따른 달러 유동성 회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특히 외화 의존도가 높은 취약신흥국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미 국채 매입 속도 완화는 미 고용지표 추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는데, 4, 5월 부진했던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가 6, 7월에 확대될 경우 잭슨홀 미팅(8월말) 혹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테이퍼링 논의가 과거와 달리 미국 및 글로벌 전체의 경기회복세에 기인한다는 점, 신흥국 자본유입이 과거 위기 전보다 감소한 점, 신흥국 펀더멘털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 등은 신흥국의 금융시장 취약성을 제한할 것이라고 최 원장은 내다봤다.
화룽사태로 韓외화채 반사이익 가능성
중국의 화룽자산관리 사태 관련해서는 크레딧 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해도 한국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그는 그 근거로, 중국 최대의 부실채권관리회사라는 규모와 전략적 중요성을 지적하며 디폴트 확률을 5~10%로 보고 있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서베이 자료를 인용했다.
최 원장은 “한국계 외화채 발행사들은 대부분 신용도가 높으며, 중국처럼 역외 자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발행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라면서 “화룽 사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오히려 우수한 크레딧에 대한 투자자 선호로 반사이익도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암호화폐의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신규 진입/청산 규모가 일중 외환거래 규모에 비해 크게 적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 기사 문의: 김대도 기자 dkim640@bloomberg.net, 김후연 기자 hkim592@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