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단기차입 허용해야..하이브리드 발행으론 역부족

(블룸버그) — 글로벌 금리상승 사이클 및 규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KDB생명이 이달 2억 달러 하이브리드채를 발행한데 이어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동양생명 등 국내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운용수익률을 넘는 이자를 부담하면서 자본을 조달하기 보다는 보험사들에게 보다 다양한 대응수단, 즉 단기차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보험연구원의 임준환 선임연구위원이 주장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보험사 건전성 규제인 RBC 비율 충족과 2021년부터 도입되는 회계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내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국내외 장기채를 매수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고 있지만 “모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험사들이 재무제표를 개선하려면 돈을 벌어 자본 확충을 해야하는데 현행 여건상 조달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아서다.

5월초 채권을 발행한 KDB생명의 경우 쿠폰금리가 7.5%에 5년 비상환 및 스텝업 조건이 붙어있고, 흥국생명보험 역시 추후 스텝업 조건이 있는 이표 4.475%로 발행한 상태지만 이들 양사의 1분기 말 운용수익률은 2%대 후반 수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코리안리재보험의 발행을 시작으로 국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30억 달러 수준이다.

참조: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일드 커브는 위의 그래프에서 하얀 선. 국고채 일드 커브는 빨간 선으로 표시. 녹색 원으로 표시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

자본 확충

현재 금융당국은 자본건전성 유지를 위해 보험사들이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RBC 비율을 100%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용자본은 보험사들이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이고 요구자본은 내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금액을 뜻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보험사들의 RBC 비율은 금리 상승에 따라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9월말 264%에서 12월말 258%로 하락했고, 보험사 가운데 KDB생명과 MG손해보험은 RBC비율이 각각 108.5%와 111.0%에 불과했다.

현행 RBC 뿐만아니라 2021년 IFRS17과 함께 시행될 K-ICS 규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보험사들은 추가 자본이 필요한 실정이다. K-ICS 규정이 적용되면 보험부채에 대한 평가방식이 기존 원가방식에서 시가 방식으로 변경되는데, 채권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한 과거 판매됐던 초장기 고금리 채권은 시가로 환산하면 부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임정민 연구원은 “자본확충 노력은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는 2021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발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28일자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필요한 자본 규모가 몇 천억 원 단위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으로 해결될 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IFRS17에 대비해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Liability Adequacy Test)를 해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들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금액은 41조 원에 달한다고 예금보험공사의 노석균 연구위원이 분석했다. 이 분석은 30년 기준 부채 듀레이션을 활용한 것으로, 실제로 30년이 넘는 듀레이션을 모두 반영할 경우 필요한 책임준비금은 이보다 더 커지고, 또 금리가 하락해 미래 현금흐름을 지금 시점으로 계산할때 활용하는 할인율이 낮아질 경우 필요한 자금은 더욱 확대된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자산 듀레이션 역시 문제다. 임준환 연구위원은 금리위험을 산출할때 부채의 잔존만기에 30년까지 최대치를 설정하고 있는 현행 기준으로는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부채 듀레이션이 7년~8년 정도인데, 실제 만기가 적용되는 K-ICS 기준으로는 “생보사의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한 국내 보험사들의 국내외 장기채 수요가 이어지며 실제 자산 듀레이션이 어느정도 길어졌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산 듀레이션을 두 배로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보생명의 신상만 전무(CRO)는 이번달 세미나에서, K-ICS 기준으로는 자산 듀레이션이 “턱없이 부족하다”하다고 지적했다. 스왑시장 여건상 환헤지 비용이 늘어 해외채권으로도 듀레이션을 늘리기도 쉽지 않아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산 듀레이션 확대 자체가 쉽지 않은 것 뿐 아니라 확대할 수 있다고 해도 RBC 제도 하에서는 재무제표에 부담을 주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커 금리가 오를 경우 자산 손실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보험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부채에는 변화를 주지 못해 RBC 비율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IRS 뿐아니라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재보험에 가입하는 방식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단기 차입

보험연구원의 임준환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의 단기차입을 허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단기차입을 통한 장기우량채 매입은 유동성 및 신용위험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지만 전체 대차대조표의 관점에서 보면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면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상향하는 수익률곡선의 속성상 단기조달을 통한 장기 투자는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되는 만큼, 궁극적으로 재무제표 개선방안인 이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한예로 보험사들이 보유한 국고채 등 무위험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RP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환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