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韓외환당국, IMF 선물환 포지션 계속 줄일 듯

달러-위안 환율이 7.0위안 부근으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이자 중국인민은행(PBOC)은 일일 유동성 공급 관리 강화부터 선물환 규제 부활, 쏠림 경고까지 다방면으로 대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지만 우리 당국은 환시에서 만큼은 바야흐로 ‘골디락스’를 즐기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하는 한국의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이 2012년래 가장 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환시 개입 자료 공개에 대한 관리 차원이기도 하겠지만, 이제 선물환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에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당국의 믿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韓 선물환포지션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것’

IMF가 공개하는 국제 외환보유액·외화유동성(IRFCL) 통계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의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통화당국 부문 선물환 누적 순매수 포지션(롱포지션) 규모는 331억6200만 달러 수준으로 201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월 대비 29억9000만 달러 감소해 5개월 연속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2년래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을 하향 이탈한 뒤 올해 1월까지 가파른 하락세 나타내고, 원화 FX 스왑시장 마저도 왜곡된 하락 쏠림을 지적받을 당시에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던 것과는 차별화된 흐름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어제 전화 인터뷰에서 “당국의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은 현 수준에서 기조적으로 더 줄어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200억 달러 정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감소세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이 미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여전히 올라있고 이제 환시 개입 자료를 공개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측면이겠지만, 시장 차원에서 볼때에도 올해는 달러-원 환율이 대외 이슈 속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고 외국인 및 내국인의 활발한 재정거래로 원화 스왑시장도 지지력을 확보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 입장에서 선물환 시장에서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공급하지 않아도 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듯 하다”며, 여러모로 여유가 있을때 줄여두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 현물환율 지지력 자신?…일석이조의 효과

한편 당국이 선물환 포지션을 꾸준히 줄여간다는 것은 현물환 거래에서는 반대로 달러 매수로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 연구원은 이에 대해 “올해 한국 외환보유액 증감 추이를 보면, 환율 효과를 제거할 경우 현물환 시장에서는 당국이 매수 개입을 꽤 한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물환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하니 환시에 미치는 효과는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당국의 목적(원화 강세 제한, 선물환 매수 포지션 축소)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도 어제 전화 인터뷰에서 “환율의 지지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 문제의 소지를 없애버리자”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즉, 국민연금이나 공기업 등의 해외 투자 관련 달러 매수세가 위기시 달러-원 환율에 지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상황이니, 환시 개입 내역 공개 등을 앞두고 미 재무부가 주시하고 있는 IMF의 선물환 누적 포지션을 줄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볼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당국, 1140원 위 급등에는 경계감 가질 듯

미중 무역긴장 고조 속 달러-위안 환율이 7.0위안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여전하고, 달러-원 환율도 동조 속 1140원 수준까지의 가파른 상승을 경험하자, 일각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140원선을 넘어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도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당국이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을 계속해서 줄여나간다면, 이는 현물환율 상승시 그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민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 1140원선은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들의 중요한 손절 포인트인 만큼 당국도 그 이상으로의 급등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오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이 6월 단기 급등 시 오버슈팅 됐던 국면이 진정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지만, 다시 상승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8월 달러-원 환율 상단은 1140원으로 예상했다.

김경진, 엄재현 기자 (송고 201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