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뜨거운 美지표, 금리 또 고점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의 9월 지표가 완고한 인플레이션과 고용 급증에 이어 소비 수요마저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4bp 가까이 급등해 5.24%에 근접하며 200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10년물은 15bp 넘게 뛰어올랐다.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올 11월과 12월 동결 후 내년 1월에 25bp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약 60%로 보고 있다. 뉴욕증시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소식에 급락하는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이란 개입 등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현지시간 수요일 이스라엘 방문을 결심하면서 극적인 외교적 해법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화요일 가자지역 병원 폭발로 5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뒤 바이든이 제안했던 수요일 아랍 정상들과의 회담이 취소되는 등 여전히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베이징에서 진행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사태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국제유가(WTI)는 러시아 증산설에 장중 한때 1%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11월말 OPEC+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기대를 일축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소매판매 서프라이즈

미국의 소매판매와 광공업 생산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견조한 소비가 제조업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증거를 더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인플레이션 미조정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비 0.7%로 집계됐고, 8월은 0.8%로 상향조정됐다. 블룸버그 사전설문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치 중앙값은 0.3%였으며, 최고치는 0.6%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상품 지출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관리그룹 소매판매 역시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한 0.6% 증가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은 0.3% 늘었고, 제조업생산 역시 0.4% 증가했다.

Inflation Insights의 Omair Sharif는 “미국 소비자의 사망설은 대단히 과장됐다”며, 이번 보고서가 모든 면에서 소비 지출의 지속적 강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BMO Capital Markets의 Priscilla Thiagamoorthy는 “위대한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수요를 부채질하고 공장들은 자동차노조 파업 등 여러 역풍에도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지켜보자는 입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은 경제를 식히고 물가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중앙은행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연준 금리 판단 시간 여유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끌어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 아니면 현 수준에 유지해도 될지 판단하는데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워싱턴의 한 연설에서 “수요가 진정되고 있고 어떠한 부진이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여전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경로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가 충분히 했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이 더 있는지 판단할 시간이 있다”고 진단했다. 헤드라인 연간 물가상승률이 작년 6월 9.1% 고점에서 지난달 3.7%로 둔화된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FOMC 금리 결정 투표권이 없는 바킨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쉬어가자는 결정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조정이 부족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고, 반대로 조정이 지나칠 경우 경제에 불필요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최선의 정책조차 최근 중동 사태에서 보듯 외부 이벤트에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수요가 계속 강하다면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9월 점도표에서 연준위원 19명 중 12명은 연내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선물시장은 11월 인상 가능성을 15% 미만으로 보고 있으며, 12월은 50% 이상으로 가격에 반영 중이다.

BOJ, 인플레이션 전망 상향 조정?

일본은행(BOJ)이 이달 말 정책회의에서 2023년과 2024년 회계연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BOJ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2024년 회계연도의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2023년 회계연도의 경우 2.5%에서 3% 부근으로 조정될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기존의 물가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2025회계연도는 1.6%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물가 전망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3년 연속 BOJ의 2%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추월할 수 있어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불거질 수 있다.

해당 보도가 전해진 후 달러-엔 환율은 0.5% 가까이 하락해 148엔대로 밀리기도 했다. 지난 7월에 물가 전망이 상향조정되면서 BOJ의 일드커브 통제(YCC) 프로그램이 변경된데다 작년 가을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으로 방어에 나섰던 달러당 150엔선이 다시 위협받고 있어 BOJ의 스탠스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실질임금이 8월까지 17개월 연속 하락한 가운데 BOJ는 지금까지 임금 상승이 동반되어야만 안정적인 물가 목표의 달성을 선언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미국,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맞춤용으로 설계한 저사양 인공지능(AI)칩인 A800과 H800이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엔비디아는 모든 적용가능한 규정을 준수하겠다면서, 전 세계적 수요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실적에 큰 충격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미 상무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중국 AI칩 제조업체인 Shanghai Biren Intelligent Technology와 Moore Threads Intelligent Technology Beijing 및 이들의 계열사들이 추가되었다. Biren사는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미 상무부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월요일 베이징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미국이 무역과 테크 이슈를 정치화하고 도구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고급 칩이 AI 모델 구동에 가장 적합하지만 약간 성능이 떨어지는 칩도 AI와 슈퍼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업체들의 제재 우회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회색지대’ 활동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군사와 상업 기술을 확실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종종 상업적 용도의 기술을 통해 미국의 경쟁국들이 자국 군대를 현대화하고 자국 국민을 감시하고 억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할 의도는 없다며, 중국 경제에 해를 미칠 생각은 없음을 강조했다.

골드만 8분기 연속 이익 감소

골드만삭스가 8분기 연속 이익 감소를 기록하며 주가가 한때 2.7% 하락했다.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은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상회했지만 부동산 투자손실 등에 3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33% 급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금융 확장에서 물러나 핵심 비즈니스 라인에 집중함으로써 10% 중반대 자기자본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주주들에게 인내를 호소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호조에 10여년래 최고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자수익 역시 애널리스트 예상을 넘어 4.5% 증가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모든 비즈니스 라인에서 고객과 계좌가 늘었다”며, 미국 경제가 아직 견조하지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편 규제당국이 미승인 채팅창을 통한 금융업계의 정보 공유 관행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HSBC는 직원들이 회사가 지급한 업무용 전화기로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도록 SMS 기능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