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의원 ``부동산PF 상황,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 될 수도..세심한 관리 필요"

더불어민주당의 홍성국 의원은 지금의 부동산 PF 관련 자금시장 상황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금리가 치솟고 부동산 경기가 역대 고점에 있다는 점은 오히려 더욱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의원은 20일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한국은행의 돈풀기나 정부예산을 동원한 부채탕감과 같은 극단적인 대응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펀더멘털이 2011년 당시에 비해 악화된 면이 있다며 정책당국으로서는 “대단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권고했다.

홍성국 의원은 1986년 대우증권에 공채로 입사한 뒤 리서치 센터장을 거쳐 사장까지 역임했고, 2020년 세종시에서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서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정리:

Q. 현재 부동산 PF 관련 상황을 ‘위기’라고 볼 수 있나?

정책당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직은 큰 그림에서 위기가 도래한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중요한 이벤트이고 눈앞에 닥친 현실임에는 틀림없다.

당장 CP(기업어음) 금리만 봐도 알 수 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관련 채무불이행이라는 ‘시장 노이즈’가 발생하면서 제2금융권 쪽에서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고, 3개월짜리 A1 CP금리가 4% 위로 치솟았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Q. 과거 사례와 비교하자면?

지금 상황을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비교해 보자. 당시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촉발된 저축은행 위기는 수십개의 저축은행의 구조조정과 27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 그리고 10만 명에 육박하는 일반 피해자로 이어졌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것은 오너들의 불법행위가 없다는 점이다. 그때는 저축은행 오너들이 회사돈을 빼돌려서 수많은 불법행위를 자행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반면, 부정적인 점은 지금은 금리가 급등 중이고 부동산 시장이 역사적 고점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 하락은 담보가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담보자산으로 하는 ABCP에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금리 상승은 채권안정펀드의 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수신기관들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며 시중의 돈이 모두 1금융권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채권시장 안정펀드에 출자하다 보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의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저축은행 사태 당시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책당국이 대단히 세심하게 대응을 하면서 상황을 관리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Q. 한은의 발권력이나 정부 예산이 동원될 필요가 있을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레고랜드 관련 사태 등으로 시장의 심리가 악화된 것이 문제다.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 극단적인 정부대책 없이도 연착륙이 가능하다.

양적완화처럼 한국은행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은 마지막 정책이고, 그 방식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부채를 탕감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다만, 아직 관련 상황이 모두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만약 부동산 PF 관련 자금문제의 규모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수도 있다.

Q.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현재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2011년에 비해 나빠진 측면이 있다.

첫 번재는 가계부채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두 번째는 무역수지 적자다. 세 번째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을 둘러싼 미-중 경제패권 싸움 가운데 한국이 끼어있다. 네 번째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산업의 맹렬한 재편이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자들이 프리드먼 경제학에 바탕을 둔 옛날식 대응방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제시스템 속에서 금리를 낮추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만 할 수 없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통화정책과 함께 새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의무화하면서 관련 투자를 유도했고, 미국도 보면 학자금 대출 탕감이라는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 방식을 동원하기도 했다.

결국 기존의 경기순환적인 위기에 사회경제의 대변혁이 같이 맞물려 진행되는 상황이라 경제정책도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Q. 대외건전성은?

1997년이나 2008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는 정부의 설명이 맞다. 한국의 대외 순자산 규모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당장 외화조달이나 대외건전성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국의 펀더멘털이 과거에 비해 우량하다고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 탕감정책을 나는 ‘미국식 사회주의’라고 표현하는데, 이같은 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치유하고 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 기사 문의: 최환웅 기자 wchoi7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