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자산 김두용: EM 우려 국가 수출업체 투자 모색

올해 주식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소위 ‘멀티’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토종 헤지펀드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투자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 같은 하락장에서도 멀티가 아닌 ‘오로지 주식 매수’만으로 20%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헤지펀드가 있다. 김두용 대표가 이끄는 머스트 자산운용이다. 김 대표는 2009년 대학 재학시절 투자 일임업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연단위로 마이너스 수익을 내본적이 없고, 2016년 헤지펀드 전환 이후에는 매년 연간 20%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매크로 No! 오로지 바텀업..美 펀코 투자 성공

올해 코스피지수가 약 7%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김 대표가 이끄는 4500억 원 규모의 머스트 자산운용의 헤지펀드들은 올해도 8월말 기준 22% 수준의 수익을 달성했다. 작년에는 운용하는 3개 펀드 중 2개에서 40%대의 수익을 올린 바 있으며, 최근의 투자 성공사례로는 미국 기업인 펀코(Funko)를 꼽았다. 피규어 시장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펀코의 주가는 올해 작년말 대비 4배 가량 폭등했다.

하락일변도 장에서 굵직한 공모 액티브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도 오로지 주식 매수만으로 고수익을 달성하는 비결을 묻자 사실 잃지 않으려고 상당히 발버둥 친다며 “시장에서 오해가 많은 기업들도 그 기업의 펀더멘털을 잘게 쪼개서 시장에 비해 압도적인 이해력을 얻게 되면 투자에 나선다”고 답했다. 바텀업(Bottom-Up) 리서치에 상당히 집착해 투자할 개별 종목을 고르다보니 매크로 예측을 하지 않고, 공매도를 치지 않고서도 시장 독립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소한 지식 측면에서 부담이 없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투자자에 비해서 자신이 압도적인 이해력을 가졌다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에 한번도 포트폴리오에 담아본 적이 없고, 바이오 주식도 리서치만 할 뿐 직접 매수에 나선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매크로에 대한 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라 비중 조절을 하지 않는다며 “주가가 내려가서 그 논리만으로 주식을 파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머징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 내에서 견고한 경쟁력을 갖춘 수출업체들 중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불안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여기는 셈이다.

경협주 대박? 3년 이상 장기투자

사실 올해 머스트 자산운용에 대한 시장 관심이 뜨거워진 것은 남북통일 테마에 불같이 달아올랐던 경협주 상승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스트 자산운용이 11.9% 수준의 지분을 보유(8월7일 공시 기준) 중인 계룡건설산업의 주가는 올해 5월 고점 기준 작년말 대비 두배 가까이 급등했으며, 5.6% 수준의 지분을 보유(6월 8일 공시 기준) 태영건설의 주가도 같은 기준 75% 가량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위의 주식들의 경우 통일 테마의 부상을 예상하고 올해 진입해서 수익을 낸 것이 아니고 “이미 3년 이상씩 보유해왔다”며, 이미 올해의 급등 전에도 초기 투자대비 약 두배 정도씩은 수익을 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올해 통일 테마 부각의 행운까지 더해지며 더 좋은 가격에 차익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머스트 자산운용은 위 두 주식 이외에도 한신공영, 아바코, 더블유홀딩컴퍼니 등의 주식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됐다.

101026&0 달성을 위한 도전은 계속

김 대표는 십여년 전 투자 법인을 처음 설립할 당시부터 ‘10년 후 10배 수익, 1년에 26% 수익, 연수익 마이너스 나지않게’ 운용하자는 의미를 담은 101026&0 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를 올해 달성하게 돼 전직원이 목표로 삼았던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리서치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하기 위해 정보의 홍수가 집중되는 여의도나 광화문이 아닌 한적한 도곡동에 자리를 잡았다는 김 대표. 투자에 지속 가능한 불로소득은 없다며, 다음 10년의 목표는 101026&0 프로젝트를 한 번 더 달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포트에 담아 투자하는 주식이 대략 50개 정도 되다보니 한 해에 10개 이상의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는 편이고, 해외 주식의 비중도 점차 늘려가는 편이어서 해외 주식 비중이 많게는 25~3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화전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주식에서 꾸준히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주식을 찾아 나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어디든 유망하다는 컨센서스가 있는 산업 및 기업은 되도록 피하고, 오히려 좋지 않게 보는, 오해가 과도한 산업 및 기업을 선입견 없이 리서치해서 투자 대상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레카헤지 롱온리 절대수익펀드 지수는 올해 3% 가량 하락 중이다.

참고: 김두용 대표는 1979년 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재학 중 2006년 머스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으며 2009년 투자 일임업을 시작, 2016년에 머스트자산운용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헤지펀드 운용을 시작.

김경진, 김희진 기자 (송고 201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