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한국은행의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되자서울외환시장에서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달러–원 FX 스왑포인트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 인상 가능성 부각으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중장기물 FX 스왑포인트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바닥 없는 1Y FX 스와프포인트…9년래 최저 수준 행진
실제 서울외환시장에서 1년물(12개월물) 달러–원 FX 스왑포인트는 5월 24일 현재 마이너스(-) 17원 수준으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4년 이후 하락세를 보여오던 1년물 FX 스왑포인트는 지난 2016년 마이너스(-) 전환 이후 현재까지도 낙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이같은 FX 스왑포인트 하락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시장금리 차가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미국의 1년물 금리스왑(IRS) 수익률과 한국의 동일 만기 IRS 수익률 차이는 5월 한때 70bp 넘게 확대됐고, 한미간 스왑금리 차이는 연준의 연방기금 목표금리와 한국은행의 현재 기준금리 차이인 25bp보다 더 확대된 상황이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참여한 63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61명이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기금 목표금리가 2.00%로 25bp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과 한은의 기준금리 격차는 오는 6월 50bp로 확대될 수 있어 이론적으로도 1년물 FX 스왑포인트에 추가 하락 압력이 예상된다.
전문가 “중장기 중심으로 FX 스왑포인트 하락세 지속될 것”
전문가는 달러–원 FX 스왑포인트의 중장기 구간 중심 하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은 5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것은 중장기 스왑포인트의 하단 지지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24일 전화통화에서 “만장일치 동결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한은 금통위의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 FX 스왑포인트의 반등 기대를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당초 5월 금통위에서의 소수의견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외은들을 중심으로 한 FX 스왑시장에서의 비드 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FX 스왑포인트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보험사들이 달러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미 투자된 달러채에 대한 헤지관련 물량은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소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14일 현대해상의 김석중 자산운용부문장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투자에 불리한 스왑시장 여건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왑포인트, 추가 하락은 수급구도 쏠림 때문
향후 FX 스왑시장 전반에서의 수급 요인이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보다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안타증권의 이재형 연구원은 24일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거시지표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미국과 차별화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왑시장의 움직임에 정책금리간 갭 이외에도 다른 요인이 가격에 반영되는 부분이 있고 결국 수급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든 스왑포인트는 더 하락할 수 있고 수급구도 자체의 쏠림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책금리 기대 부분을 반영해서 FX 스왑포인트 가격이 움직였다고 하면 이미 선반영이 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하반기에도 가격에 수급적, 구조적 요인이 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DB금융투자의 문홍철 연구원은 25일 전화통화에서 국내 보험사들의 달러 조달 수요가 계속되겠지만, 글로벌 달러 조달 환경 자체 역시 개선 중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불안요인 해소, 정부의 한국물(KP) 발행 억제 방침 완화 등이 이어진다면 스왑시장의 달러 조달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문홍철 연구원은 1년물 FX 스왑포인트에 대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별다른 재료가 없다면 추가 하락하지 않겠지만, 마이너스(-) 추세 자체의 변화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스왑포인트에 있어서 금리차의 영향이 60~70%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기가 재발해 미국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지 않는 이상 달러–원 FX 스와프포인트의 방향전환 역시 쉽지 않아보인다”고 덧붙였다.
( 엄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