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 연준이 공개한 FOMC 5월 회의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미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 아래로 밀린 반면 달러는 엔화를 제외한 G-10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터키는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긴급조치를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오늘 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블룸버그 설문 결과 18명의 이코노미스트 모두 기준금리가 1.5%에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당초 5월 소수의견 개진 후 7월 금리인상을 점쳤으나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 등 경기 우려 발언이 불거지면서 7월 인상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한편,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주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존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해 “믿을만한 단계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오늘 서울 금융시장 마감후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안정보고서와 4월 정책회의 의사록을 공개한다. 채권 매입 종료를 준비하고 있는 ECB가 최근 유로존 경기지표 악화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FOMC 6월 추가 인상…하지만 속도 내지 않겠다
연준 위원들은 경제 전망을 감안할 때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2% 물가 목표의 완만한 오버슈팅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해 더욱 공격적인 긴축을 향해 서두르지 않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에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시간 오늘 새벽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경기가 현재 경제 전망을 광범위하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정책 부양을 제거하기 위해 조만간 또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2%를 소폭 상회하는 것은 연준의 대칭적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하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고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 위원들이 보다 공격적인 인상 쪽으로 기우는 대신 통화정책과 경제 전체의 ‘연착륙’을 주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초과지급준비금리(IOER) 결정시 “약간의 기술적 조정”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의사록 문구에 놀란 트레이더들이 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베팅하면서 연방기금선물 내재금리가 9bp 가량 하락하고 선물거래량이 급증했다.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때 IOER은 20bp를 올려 IOER을 연방기금금리 목표수준 상단보다 약간 낮도록 조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의사록은 밝혔다.
콘테 총리 정부 탄생…유로화, 이탈리아서 복병 만나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연맹이 내세운 주세페 콘테 피렌체대 교수가 허위 경력 논란에도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승인받아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았다. 콘테는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위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고 있다”며 유로존에 회의적인 오성운동과 연맹의 합의를 토대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엄격한 재정준칙에 반해 막대한 지출과 감세를 약속한 포퓰리즘 정당들의 연정 합의에 시장은 이미 불안해하고 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재개해 2.4%까지 오르며 분트 대비 스프레드를 작년 6월래 최대인 189bp까지 확대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에 유로 강세론자들도 무너지고 있다. 유로-달러 1년 리스크리버설이 11월래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서 풋옵션 프리미엄이 콜옵션 프리미엄보다 커져 유로 하락에 대비하는 비용이 비싸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1.17달러선을 하회하며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정부를 구성하려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들이 내놓은 정책 제안이 상당한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리카넨 ECB 정책위원 겸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탈리아에서 최근 나오는 뉴스 헤드라인들이 “그다지 고무적이진 않다”며 이탈리아 정책결정자들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며 항상 시장과 정치적으로 어려운 테스트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탈리아 정부에게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며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외환위기설에 긴급조치…리라 가치 방어에 역부족
외환위기설이 불거지자 터키중앙은행이 결국 수요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지연 유동성 대출금리(late liquidity window rate) 금리를 16.5%로 300bp 인상했다. 다음달 재선을 노리고 있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 인상에 반대한 이후 터키 리라 투매가 심해지자 정부와 통화당국은 마침내 시장의 압박에 굴복했다. 터키중앙은행은 이번 조치를 “강력한 통화 긴축”이라며, “모든 (정책)도구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통화 정책에 있어서 글로벌 원칙을 따르겠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 터키 리라는 초반 최대 5.5% 약세를 보이며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한 후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Tacirler Securiti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Ozlem Bayraktar Goksen는 300bp 인상이 최소한의 조치였다며, 최근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조치가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리라화가 더 큰 폭으로 반등하려면 금리를 추가로 더 많이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흥시장 경고 이어져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에 이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신흥시장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상황이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융위기로 신흥국 증시가 59%나 폭락하면서 각국은 금리를 예외적인 수준으로 크게 높였다. 크루그먼은 “전형적인 1997년-1998년 자기강화적 위기를 그리는 것이 적어도 가능해졌다. 즉,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하락해 기업 부채 문제가 터지고 경제가 압박을 받으면서 통화가 더 약세로 가는 구조”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사실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10여개 신흥시장 통화는 올 2월 이후 2013년 긴축발작 때보다 더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신흥시장 매도세가 깊어지면서 다시 달러가 지지되고 미국채 약세론자들이 힘을 받는 등 피드백 순환고리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달러가 반등하자 개도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채를 팔아 자국 통화 지지에 나섰다. 미국채 매도에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져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다시 이를 막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채를 파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보유액을 보여주는 미 연준의 커스터디 물량은 2016년 이래 최대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항복’…자국내 반발에 트럼프 움찔
이제 막 발표된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지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고 있다. 그의 지지층 및 의회 내 중국 강경파들은 이번 협상이 미국의 항복이라며 강하게 공격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통상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마도 결국에는 다른 구조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딜은 완료하기에 너무 어렵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월요일 트위터에서 협상에 따른 혜택을 내세웠지만 일부 지지층이 공개적으로 협상을 비난하고 나서자 화요일 처음으로 (협상을)재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과 협상하는데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에 만족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그렇지 않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은경, 이경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