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일드커브 역전, 어정쩡한 ECB

(블룸버그) — 미국채 20년물 금리가 7bp나 올라 30년물을 앞서며 일드커브 역전이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통화정책 긴축으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에 베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년-10년 구간은 한때 97bp까지, 5년-30년물은 73bp까지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 TD증권의 Priya Misra는 “시장이 미쳤다”며, 20년-30년 커브 역전은 시장의 전반적인 플래트닝 기조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면서 결국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판단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가 기존 통화부양책을 유지하면서 라가르드 총재에게 선제적 가이던스를 강조하되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완전히 틀렸다는 메시지까지는 가지 말도록 조언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정책위원들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ECB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며,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호한 일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년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한 시장의 현재 베팅은 근거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뉴욕 증시는 기업 실적 낙관론에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가 신고점을 다시 썼지만, 애플과 아마존닷컴이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해 추가 랠리 시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컨텐츠 관리로 각종 비난에 휩싸이자 소셜미디어(SNS)에서 벗어나 가상현실에 집중한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주식은 12월 1일부터 MVRS란 티커로 거래를 시작한다. 한편 한국의 경우 9월 광공업생산은 시장 예상을 깨고 전년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제조업 업황전망 BSI(기업경기실사지수)마저 88로 전월비 5p 하락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성장둔화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2%로 예상치 2.6%를 하회하며 2분기 6.7%에서 크게 둔화되었다. 팬데믹 회복 모멘텀이 시들해지고 공급 차질 및 코로나19 재확산이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특히 개인소비 증가율이 2분기 12%에서 3분기 1.6%로 급격히 가라앉아 전례없는 공급망 문제가 연말 쇼핑시즌까지 이어질 경우 가계 소비 반등을 제한할 수 있다. 연준이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 근원 물가지수 상승률은 3분기 4.5%로 2분기 6.1%보다는 하락했지만 역사적으로 볼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주 공급 병목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 인플레이션 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바이든 1.75조달러 지출 패키지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 목요일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자신은 물론 민주당의 정치적 운명 역시 수조 달러의 경제 어젠다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민주당과 자신의 대통령직이 다음주 어떤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바이든은 의회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세금 인상, 기후 변화 및 사회복지 지출 등을 골자로 한 1.75조 달러 규모의 패키지를 공개했다. 최저법인세율 15%, 자사주매입 과세, 연간 소득 1000만 달러가 넘는 ‘슈퍼리치’에 대한 추가 소득세 등이 담겨 있다. 진보진영은 이를 대체로 수용하면서도 보다 포괄적인 법안을 요구하며 5500억 달러의 인프라법안 등을 볼모로 잡고 있다.

JP모간 ‘시장 틀렸다’

JP모간은 일드커브 플래트닝에서 주식으로의 빠른 로테이션까지 이번주 시장 움직임을 보면 연준마저 글로벌 중앙은행 매파 기조에 동참해 내년 늦게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이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두려움은 오판이라며, 월말 리밸런싱 등 일부 기술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주장했다. “연준 긴축이 테이퍼링 직후에 중요한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며, “역사적으로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을 좀처럼 뒤따르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주식시장 랠리에 일부 연기금들이 채권을 사면서 월말 리밸런싱 수요로 인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데다, 일부 펀드가 손실을 보고 스티프너 포지션을 접었다는 소식마저 들리면서 채권금리가 더 크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전략을 따르라며, 코로나19 추이가 개선되고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다고 지적했다. “어제의 움직임은 기술적 오버슈팅으로 되돌려질 것”이라며, “월말 자금 흐름이 오늘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주식과 채권금리, 원자재 상품이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 기조 유지에도 인상 기대 여전

인플레이션 급등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존 양적완화(QE) 정책을 재확인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재 내년 금리 인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를 일축했다. 스페인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5.5%로 예상을 크게 웃돌며 거의 3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몇시간 후 ECB 정책위원회는 1.85조 유로의 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PEPP)를 2022년 3월이나 필요시 그 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3월부터 9월에 걸쳐 매달 약 750억 유로씩 집행했던 채권 매입 규모를 서서히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그대로 두었다.

라가르드는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확실히 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리프트오프(금리인상) 시점이나 그후 조만간 충족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겠지만 내년이 되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라가르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ECB가 적어도 내년 9월쯤 금리를 올릴 것이란 베팅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머니마켓은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 기대를 21bp에서 17bp로 소폭 조정하는데 그쳤다. 유로는 한때 달러 대비 0.8% 강세를 보였다. ING Groep은 라가르드가 이번 회의의 초점이 인플레이션이었다고 말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꺾기엔 무리였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中증권사 조준

중국이 기존 기후변화 목표를 고수한다고 밝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보다 야심찬 글로벌 액션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중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했던 약속을 업데이트하면서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작년 이미 공표했던 주요 목표에 큰 변화가 없어 이번 정상회의에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ºC로 제한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글로벌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중국인민은행 고위 관료 Sun Tianqi가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증권사에 대해 “면허”가 없이 “불법 금융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 텐센트홀딩스가 투자한 푸투홀딩스는 한때 25% 폭락했고, 샤오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핀텍홀딩은 20% 빠졌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