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션 흔들
연초 인기를 끄는 듯 했던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다시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물가압력 반등에 대한 기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골드만 삭스는 미국채 10년물 BEI 전망치를 1.95%에서 1.75%로 낮췄다. BofA의 최근 투자자 설문 조사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디플레이션 자산에 완전 항복을 선언하며 이에 동의했다. 세계 경제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2019년말 투자자들은 무역 긴장이 완화되고 중국과 유럽의 제조업이 활기를 찾으면서 성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거의 10년째 2% 물가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10년물 BEI이 1월 1.82%로 7개월여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하고 1.66% 부근으로 내려왔다. 골드만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 후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1월 유가 하락이 이미 글로벌 성장에 상당한 충격을 반영했다는 진단이다. 지난주 골드만은 1분기 미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50%-1.75%로 하향조정했다. BofA 설문조사에서 시장전문가들은 대규모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 반등에 최고의 기회라고 답했다.
독일 투자자신뢰 급락
중국 코로나19 발병이 글로벌 무역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독일 경제 전망을 우울하게 진단했다. 유로는 한때 0.5% 가까이 하락해 2017년 4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ZEW 서베이 예상 지수가 2월 8.7로 예상치 21.5과 이전치 26.7을 크게 하회했다. 11월래 최저치로, 독일 경제가 1년 넘게 지속된 제조업 침체를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이 0%를 기록한 가운데 분데스방크는 올 1분기에도 모멘텀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독일 기업에게 주요 수출시장으로, 한해 매출이 1000억 유로에 육박한다. 중국의 공장 폐쇄는 제조업체 공급체인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Osram Licht AG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데스방크는 코로나19를 독일 경제에 “경기주기적 하방 리스크”로 진단했다. 그러나 독일내 수요와 건설은 당분간 경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월 ZEW 설문결과가 향후 경기 회복을 향한 길이 험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제 반등?
현재 세계 경제에 가장 큰 관건은 거의 19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만명이 감염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중국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 되느냐이다. 정부 통제조치와 사람들의 외출 두려움에 동네 식당과 스타벅스는 물론 알리바바에 이르기까지 매출 타격이 심각하다. 직원들이 고향에서 돌아오지 못하거나 2주간 격리되면서 인력 부족에 많은 공장들이 여전히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 가동률이 지난주 40%-50% 정도라고 추정했다. 춘제 전까지만해도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 선박 등을 이용한 여행이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1월 25일 이후 급감했다. 평균 약 80%가 줄어 수백만명이 아직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장거리 버스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용능력의 50%만 허용된 상태다. 한편 일부 대형 국유 공장과 의료장비 제조업체가 생산을 늘렸지만 전력 수요는 한참 저조한 상태다. 상하이와 주변 지역에 소재한 109개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0%가 지난주 가동을 했고 이번주면 90% 이상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78%는 생산라인을 완전 정상화하기엔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답했다.
카플란 ‘연내 동결’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통화정책이 “대체로 적절하다”며, 코로나19 리스크에도 금리가 2020년 내내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댈러스 연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2.25%로 소비가 계속해서 경기확장의 주요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카플란은 “성장은 부진하겠지만 일부 무역 불확실성의 진정으로 안정화 조짐을 보일 전망”이라며,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 수준 이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PCE 인플레이션은 “중기적으로 연준의 2% 목표를 향해 점차 움직일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글로벌 성장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 궁극적으로 충격을 가할지는 아직 확신을 갖고 예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석유 수요 성장에 “유의한 리스크”로, 올해 미국 및 글로벌 생산 증가의 둔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은행들 감원 바람
전 세계 은행들이 경기 부진과 기술 발전에 대응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공시자료 집계 결과 올해 들어 8개 은행이 총 3만8573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합치면 인력 구조조정 규모가 2014년 이후 총 46만5000명에 이른다. 비교하자면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간 체이스의 작년말 직원수가 25만6981명이었다. 많은 은행들이 조용히 감원을 하고 있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 HSBC 홀딩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화요일 향후 3년간 인력의 15%인 약 3만5000명을 내보내겠다고 밝힌 후 주가가 한때 7% 가까이 급락했다. HSBC는 미국과 유럽에서 성적이 부진한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45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투자는 가속화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 수출업체들이 무역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 대출 수익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 마이클 블룸버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 출마했으며, 그는 블룸버그 뉴스의 모기업인 블룸버그 LP의 설립자겸 대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