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WTI 6월물도 폭락, OPEC+회의

(블룸버그) — 국제유가(WTI) 멜트다운이 6월 인도분 선물까지 확산되면서 현지시간 화요일 장중 3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 속에 해당 선물 가격은 한때 68% 급락한 6.5달러까지 밀렸다. 오늘 아침 아시아장에서는 13달러 부근으로 반등했다. 전일 5월 인도분 선물이 만기를 앞두고 마이너스로 폭락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투자자들은 6월물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미국 석유생산 본거지인 텍사스 주는 감산과 산유량 쿼터에 대한 결정을 일단 5월 5일까지 연기했고, OPEC+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로운 시장안정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20달러가 무너졌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봉쇄조치를 일부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유가 대폭락 사태가 시사하듯 예상보다 세계 경제가 크게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백악관과 의회 지도자들이 48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팬데믹 구제 패키지 합의에 도달했지만 뉴욕증시는 유가 혼란에 흔들렸다. S&P 500 지수가 한때 3주래 최대폭인 3.4% 하락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0.54%를 하회하기도 했다. 상원은 장 마감후 소기업 지원과 코로나19 검사 등을 담은 구제기금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서명한 후 다음 부양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사례가 4월 10일래 최대폭인 5.7% 증가했지만 트럼프는 코로나19 터널 끝의 빛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S&P는 21일 한국의 ‘AA/A-1+’ 장/단기 원화 및 외화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위원장이 위중한 상태라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며, 정확히 상황을 모른다고 백악관 브리핑에서 말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OPEC+ 긴급 회의

OPEC+ 석유장관들이 화요일 긴급 컨퍼런스콜을 개최해 유가 붕괴를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후 나온 성명서를 보면 새로운 시장안정 대책은 도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달 중순 OPEC+의 역사적 감산 합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가 추락세가 멈추질 않자 놀란 일부 산유국들은 “현재의 극적인 석유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비공식 회담을 열었다고 OPEC이 밝혔다. 이들은 감산 약속을 재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암흑의 4월에 석유시장의 이례적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OPEC+ 감산은 견조한 출발이지만 수요 감소폭이 워낙 커서 시장이 당장 균형을 되찾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화요일 다른 산유국들과 함께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해 OPEC 의장직을 맡은 알제리는 5월 1일로 예정된 감산을 당장 시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영향력 있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아직 받지 못했다.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추가 감산을 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감산합의 규모만으로도 많은 회원국들이 약속을 지키기에 벅찬 상태다.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은 최근 유가 붕괴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Andurand Capital Management는 석유가 현재 거래하기 위험한 시장이라며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에너지산업 지원

트럼프는 유가 붕괴로부터 미국내 에너지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양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석유와 가스 산업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지원 계획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에너지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과 러시아-사우디간 유가전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추와 정유 분야에서 3월 약 5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고용이 9% 가량 줄었으며 향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BW Research Partnership는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산업의 실업이 올해 1분기에 3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트위터 발언후 S&P 500 에너지업종 지수는 장중 낙폭을 최대 4.4%에서 1%대로 줄였다. 한편 브루예트 에너지장관은 화요일 하원의원들과 만나 미국 전략비축유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에너지 산업을 돕기 위해 매우 공격적이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 정크본드…홍콩 환율 개입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지시간 수요일 컨퍼런스콜을 소집해 은행들이 보유한 정크본드를 담보로 인정할지 논의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비용으로 인해 일부 국채와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아래로 조만간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액션이 나올 수도 있다. S&P는 금요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홍콩의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홍콩통화청(HKMA)은 홍콩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4년래 처음으로 페그제 한도를 위협하자 15.5억 홍콩달러(2억 미달러)의 자국통화를 매도했다고 화요일 성명서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간 유동성을 보여주는 결제계정 총잔액(aggregate balance)은 606억 홍콩달러로 늘었다. 현재 통화강세는 대부분의 경제에겐 문제가 되진 않지만, 최근 홍콩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 홍콩달러가 인기를 끌었다. 미즈호은행은 홍콩달러와 미달러간 금리차가 홍콩달러를 단기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홍콩당국의 개입이 지속되겠지만 점진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 깜짝 인하

이미 3월 20일 50bp 금리 인하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멕시코 중앙은행이 현지시간 화요일 또다시 50bp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배적인 전망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년래 최저 수준인 6%로 내린 것이다. 또한 유동성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감안할 때 통화정책과 경제 전반에 주요한 도전이 발생했다”고 성명서에서 진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중앙은행 중 하나인 멕시코가 연달아 예정에 없는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금리를 대폭 인하한 사실은 멕시코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멕시코 경제성장률이 -5%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9%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정부채와 회사채 매입, 유동성창구 담보기준 확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및 시중은행 자금 제공 등의 조치도 발표했다. BBVA는 5월 통화정책 회의가 취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추가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붕괴에 떨고 있는 외환시장

유가붕괴를 지켜본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옵션을 통해 두려움을 표출하고 5년래 처음으로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이 유로와 1:1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 달러 상승시 수익이 나는 베팅 역시 수요가 높다. 일부 국가에서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지만 팬데믹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은 위험선호 급락시 수혜가 예상되는 통화로 쏠리고 있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트레이더들은 지금처럼 예측불가능한 전례없는 시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달초 유로-달러 옵션의 심리가 기록적 반전을 그리며 트레이더들을 놀래킨 바 있다. 유로-엔 변동성 확대에 헤지하는 옵션 거래 수요 역시 꾸준한 상태다.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한때 0.6% 올라 거의 2주래 고점을 경신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