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WTI 대폭락, 美코로나 안정신호

(블룸버그) — 국제유가(WTI)가 속절없이 무너져 마이너스로 거래되며 한때 배럴당 -40달러까지 내려가는 사상초유의 대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OPEC+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수요가 사라져 재고가 넘쳐나는 등 수급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WTI 5월 인도분 선물 계약이 21일 만기를 앞두고 트레이더들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다. 뉴욕증시 역시 쉐브론과 엑슨모빌 등 에너지업체 주가 급락에 다우지수가 2.4% 넘게 빠지고 S&P 500은 1.8% 하락했다. IBM은 1분기 매출이 3.4% 줄었다며 연간 전체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백악관이 현지시간 월요일 연방기관에게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기 시작하라고 지시하는 등 경제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달러(BBDXY)는 0.4% 상승했다. 미 상원은 화요일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부양 패키지를 표결할 예정이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사례가 2.7% 늘어 지난주 하루 평균 증가율 4.5%를 하회하는 등 일부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오늘 공개될 호주중앙은행 의사록이 비전통적 통화완화의 범위와 규모에 추가 가이던스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마이너스 유가시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이 만기를 하루 앞두고 6월물 선물 계약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유가가 1946년래 모든 저점이 깨지며 CBOE/Nymex WTI 변동성 지수가 300% 넘게 올라 한때 458까지 치솟았다. 6월 인도분 선물은 20달러 수준으로 5월분과의 극단적 스프레드는 저유공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일주일전 OPEC+가 역사적인 감산 합의를 도출하는데 성공했으나 글로벌 수요의 붕괴 속도나 규모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RBC Capital Markets의 Michael Tran은 당분간 유가 하향세를 막을 재료가 없다며 “정유사가 원유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 저장시설은 빠르게 한도까지 차고 있어 시장이 완전히 바닥을 보던가 코로나19가 사라지기 전까지 고통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세계 원유 생산이 멈추지 않고 유가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자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트레이더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고, 이제 생산업체들은 재고를 덜기 위해 돈을 주고서라도 고객들에게 기름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들은 디폴트 위험 우려에 원자재상품 거래업체들에게 대출을 더욱 꺼리고 있다. OPEC+와 미국이 다시 한번 시장 안정 액션을 취할지 주목된다. 텍사스는 약 50년래 처음으로 감산을 고민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하락이 매우 단기적이라며 전략비축유를 최대 7500만 배럴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위험?

유가 붕괴에 향후 10년간 연평균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미국채 10년물 BEI가 2주일여만에 처음으로 1% 아래로 밀렸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2%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애써온 연준에게 아마도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10년물 BEI는 0.93% 부근으로 약 일년전 1.98%에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 당시 -0.08%에 비해서는 아직 여유가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4000만명의 주민들에게 자택대피령을 내렸던 3월 19일에 0.47%까지 내려간 바 있다. BMO Capital Markets는 현 수준의 BEI가 “팬데믹 위기가 지나면 오랫동안 지켜왔던 기대 인플레이션 지지선이 무너질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타격에도 연준은 미국이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며 충분한 정책수단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연준은 보통 인플레이션 전망시 유가의 일시적 변동성은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글로벌 성장 악화에 따른 이번 유가 붕괴는 쉽게 무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에너지 가격 약세에 전월비 0.4% 하락한 바 있다.

美 관세 유예

일부 관세 납부를 3개월 유예하기로 한 결정은 코로나19 위기로 유동성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이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부의 경우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수입관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특히 소매업체와 관련 공급체인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방안은 한달전부터 백악관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소위 최혜국 관세만 해당되며, 약 3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나 전세계적으로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관세는 제외된다. 커들로는 “이는 상당한 액션으로 일부 산업을 도울 수 있는 길”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입관세 유예 여부와 범위를 놓고 미국내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는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채권시장 수급전쟁

중앙은행들이 수조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어 상황이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선 이미 국채 입찰이 난조를 겪고 있고, 헤지펀드들은 호주에서 수급차질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연준이 이번주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허를 찔렸다. 통화당국의 재정 지원 의지는 분명하지만 채권 공급이 워낙 많아 주요 시장 부문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Ardea Investment Management는 “현재 국채시장에서 대서사적인 수요와 공급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액션에 따라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TD증권의 Priya Misra는 미국채 발행이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이동함에 따라 일부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연준이 무엇을 얼마나 살지 알 수 없어 이상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내년 말까지 총 3조 달러의 미국채를 사들이며 공급 증가분을 대부분 흡수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거래실행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 신용등급 강등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리고 안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홍콩이 작년 장기간 사회 불안을 겪은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차 주요 충격”에 직면했다며, 실질 GDP 성장률이 2019년 -1.2%에서 올해 -5%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는듯 보이지만, 우리 전망에 있어서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홍콩의 성격을 감안할 때 글로벌 팬데믹 전개상황에 달려 있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이번 강등으로 홍콩의 신용등급은 2007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마카오보다 낮아졌다. 피치는 홍콩이 중국 본토의 가버넌스와 점진적으로 통합하고 경제, 금융, 사회 정치 차원에서 관계가 가까워졌다며, 특히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목소리가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피치의 결정에 “실망스럽다”며, “홍콩이 중국 본토와 경제 및 금융 관계가 깊어진 사실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견해 역시 근거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