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못막는 엔저, 美GDP 두얼굴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서프라이즈를 투하했지만 시장은 견조한 소비와 기업 투자에 주목하며 다음주 연준의 50bp 인상 기대를 꺾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분기 GDP 감소가 “기술적 요인” 때문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미국채 금리는 단기물 위주로 상승을 이어갔고, 달러는 거침없는 강세를 분출했다. 국제유가(WTI)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3% 넘게 급등했다. 중국의 경우 제로 코비드 정책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5.5%에 크게 못미치는 3.6%에 그칠 것으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향해 급하게 치닫자 기재부는 연일 환율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뉴욕증시는 메타플랫폼스와 퀄컴 등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해 나스닥 종합지수가 3.1% 가까이 점프했다. 그러나 장 마감후 아마존닷컴이 팬데믹 특수가 거의 사라져 실망스러운 2분기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급락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인텔 역시 부진한 2분기 실적을 전망해 PC 수요가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은 1-3월 매출이 973억 달러로 시장예상치를 상회했지만 공급 차질로 이번 분기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으로 수익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은행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못막는 엔저

달러-엔 환율이 일본은행(BOJ)의 무제한 채권 매입 확대 발표에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130엔선을 훌쩍 뛰어넘어 간밤 한때 2.2% 급등해 131.25까지 오르며 2002년 4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환율 움직임이 극도로 우려된다며 환율이 펀더멘털에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개입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아직 즉각적인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진 않았다. BOJ와 일본 정부간에 불협화음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3월초 이래 연준의 공격적 긴축 경로가 예상됨에 따라 미-일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10% 넘게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엔화 약세가 멈추질 않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엔화의 안전자산 역할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Nissay Asset Management의 Taku Ito는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추세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며, “사람들은 엔저 현상이 금리 차별화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일본 경제의 약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30년 경력의 외환시장 베테랑인 Capital.com의 트레이딩 책임자 Brian Gould는 “대규모 정책 변경이나 중앙은행 개입이 나오지 않는 한 엔화 매도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 ‘엔화 개입 소용 없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추락하는 엔화의 운명을 바꾸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골드만 스트래티지스트 Karen Reichgott Fishman은 투자자노트에서 미국의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르고 BOJ가 일드커브 통제라는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미-일간 금리 격차가 달러에 유리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 압력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드커브 통제 정책 기대가 바뀌지 않는 한 당국 개입이 지속적인 통화절상을 이끌기 힘들다”며, 외환 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BOJ의 행태를 감안할 때 엔화 약세가 더욱 깊어지면 개입이 나올 리스크가 높다고 설명했다. BOJ의 개입은 대부분 달러가 127엔-130엔대에서 거래될 때 나오곤 했다. 만일 BOJ가 일드커브 통제 정책을 재고하고 미-일간 채권 금리 스프레드가 40bp-45bp 축소될 경우 엔화는 최대 3%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헤지펀드 헤이만캐피털의 창립자 카일 바스는 엔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에 조기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DXY 140 위협

ICE의 달러지수(DXY)가 한때 1% 가까이 급등해 104선을 위협하며 2002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4월 들어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승 중이다. 매파로 돌어선 연준이 다음주 50bp 빅스텝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다, 중국내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를 부추기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달러 강세 헹진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은 “달러가 상당한 글로벌 성장 악화에 대해 헤지를 제공한다”며, 미국 경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하방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잘 단절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달러는 한때 0.8% 밀려 1.0472로 2017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DXY에 비해 유로 비중이 낮은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의 경우 아직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 당시 정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이미 6% 넘게 오른 상태다. ING Groep NV의 스트래티지스트 Chris Turner 등은 “유럽에서의 전쟁과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리스크가 유럽의 성장 전망 및 해당 지역의 통화를 압박하고 있고, 아시아의 경우 자체적으로 성장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 모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환경이 6개월 안에 바뀌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지금의 달러붐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GDP의 두얼굴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2020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견조해 연준의 공격적 긴축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1.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1.0%를 예상했으며, 69명 중 5명만이 마이너스 전망치를 제시했었다. 수입 급증에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데다 재고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헤드라인 성장률을 4%p 정도 깎아내렸다. 정부 지출 역시 줄어들었다. 그러나 개인소비는 연율 2.7% 증가해 견조한 수요를 나타냈고, 인플레이션 조정 기업 투자 역시 9.2% 늘었다. Pantheon Macroeconomics의 Ian Shepherdson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지 않다”며, 단지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달러 유치 노력하는 터키

터키가 달러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리라화 펀딩을 제공한다. 터키 중앙은행은 만기 2년 이상 역내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제로 스왑금리로 리라 유동성을 제공하고, 해당 채권의 만기 도래시 달러 기준 4% 수익률을 보장할 방침이다. 관련 논의는 아직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동안 금리를 인하하고 자본통제를 실시해온 터키 당국의 스탠스가 크게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터키 리라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0% 가량 가치가 하락해 아르헨티나 페소 다음으로 신흥시장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