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고용 골디락스, 글로벌 긴축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계속해서 긴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이번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75bp 인상을 시도할 전망이다. 호주와 칠레도 화요일 50bp 인상이 예상된다. 9월 중순에는 미국 FOMC가 최소 50bp 인상을 결정할 듯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 Rick Rieder는 금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여전히 연준의 75bp 인상을 예상하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는 지난 금요일 견조한 고용지표가 연준의 공격적 긴축 기조를 뒷받침하면서 테크주를 중심으로 주요 주가지수 모두 1% 넘게 후퇴했다. 다만 경제활동 참가율과 실업률 상승을 구실로 연일 가파르게 올랐던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12bp 가까이 빠졌다. 뉴욕증시는 월요일 노동절 연휴로 휴장한다. 골드만삭스는 10년물 실질금리가 경제활동을 상당히 제약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몇달 더 혼란을 겪고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 트레이더들은 트러스의 감세 공약이 시장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고용 ‘골디락스’

미국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약간 상회한 31만5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7월 수정치 52만6000명에 이어 견조한 고용 상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62.4%로 올라가면서 3.7%로 높아졌고,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비 기준 5.2%에 머물렀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지만 경제활동 참가율 개선으로 임금 상승 압박이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에 트레이더들은 9월 FOMC의 75bp 금리 인상 기대를 약간 낮췄다. 연준이사를 지낸 Randall Kroszner 시카고대 교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연준이 원하던 바”라고 지적했다.

Marty Walsh 미국 노동부장관은 고용 수요가 연준의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며, 연준이 “매우 신중하게, 일관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TV에서 말했다. KPMG의 Diane Swonk는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연준이 당분간 물가 안정 의지를 접지는 않을 것이라며, 9월 FOMC 결정에 대해서는 동전던지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유리한 신호를 담고 있지만 연준이 9월 회의에서 50bp와 75bp 인상 중 어떤 선택을 할지 판단하는데 확답을 주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8월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매우 약하게 나오겠지만 75bp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석유 가격상한제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산 석유의 글로벌 구입에 대해 가격상한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돈줄을 통제하는데 도움이 되길 원하고 있다. G-7 재무장관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12월 5일 발효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조치에 맞춰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전 세계 해상운송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기로 하고, 다만 가격 상한선을 지키는 경우에만 구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가격 상한선은 이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연합이 결정하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최대 구매자인 캐나다와 인도가 찬성하겠다는 신호가 전혀 없다. 러시아는 가격상한제 연맹에 가입한 국가에게는 석유를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고위 재무부 관료들은 가격 상한선이 러시아의 생산비용 보다는 높게 책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은 유럽으로 가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재가동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보수 후 토요일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현지시간 금요일 늦게 기술적 문제가 발견되어 이를 고칠 때까지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EU는 가즈프롬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 겨울 유럽에서 에너지 배급제 시행이 불가피해보인다.

OPEC+ 딜레마

OPEC+는 익숙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을 극복하며 수요가 늘자 지난 2년간 점진적으로 산유량을 늘려온 OPEC+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방향을 잃은 모습이다. 브렌트유가 6월초 이래 20% 넘게 빠지는 등 유가가 요동치자 사우디는 심지어 감산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월요일 OPEC+ 회의에서 안정적 유지로 합의가 예상되지만 OPEC+ 협상단은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전했다. JP모간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 책임자인 Christyan Malek는 “OPEC+가 이번 회의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야할 필요가 커졌다”며, 수요와 경기침체에 대한 엇갈린 데이터로 거시경제 변동성이 높아진 반면 리비아에서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공급 불확실성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중 관세 전쟁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과됐던 대중 관세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 필요성에 대해선 검토를 진행 중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수백개 기업들로부터 관세를 유지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은 후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금요일 발표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관세는 시행 후 4년 후에 자동으로 소멸된다. 다만 USTR이 그 수혜자로부터 관세의 유지 요청을 받고 그 유효성과 결과를 분석한 뒤 이를 지속할 수 있다. 지난 7월이 1차 대중관세 철퇴가 내려진지 4년이 지난 시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개월 동안 대중관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왔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지나 러먼도 상무장관이 지난달 전한바 있다.

시장 추가하락 경고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스트래티지스트 피터 오펜하이머는 주식 강세론자들이 고대하고 있는 경제 연착륙이 지속적인 높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를 감안할 때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주요 주식 시장이 연초 대비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더 높게 지속되고 글로벌 하방 리스크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성장을 짓누를 위험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려면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어주가 경기순환주를 추월하는 등 일부 패턴은 시장이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그는 시장 전반이 현실과 여전히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연착륙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진정한 턴어라운드를 하기 전에 시장이 더 많은 경기 침체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 분야가 견조해 심각한 침체는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보고서에 대해선 주식 강세론자들에게 호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이 계속 타이트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과 물가 안정 회복이라는 경로를 계속 고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