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수요파괴 조짐? 中혼란수습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 집값이 2009년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소비자 심리마저 예상보다 악화되는 등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마침내 식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한때 19bp 넘게 빠졌다. 연준이 다음주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 행진을 이어가겠지만 12월엔 50bp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연준 최종금리 기대치 역시 지난주 5%를 넘어섰다가 4.9% 부근으로 후퇴했고, 트레이더들은 채권 금리 하락에 헤지하고 미국채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고 공격적 연준 긴축에 대한 배팅을 줄이는 분위기다. 달러지수(BBDXY)는 장중 0.9% 넘게 빠졌다. 전일 -7.3%를 기록했던 항셍중국기업지수가 화요일 1.3% 가량 반등하는 등 중국 주식 투매가 다소 진정됐다. 달러-역내위안화 환율 역시 한때 2007년 12월래 최고치인 7.31까지 치솟았다가 7.25로 꺾였고, 달러-역외위안화 환율도 하락 반전했다.

뉴욕증시는 기업 실적 기대에 힘입어 3거래일째 상승을 이어갔다. 머스크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은행들에게 트위터 인수 딜을 이번 금요일까지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트위터 주가는 한때 3.2% 올랐고, 테슬라는 6% 넘게 급등했다. 애플은 애플뮤직과 TV 서비스 요금 인상 계획에 1.9% 상승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장 마감후 애널리스트 기대에 못미치는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한 뒤 주가가 6% 넘게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좋았지만 성장률이 5년래 가장 저조한데다 Azure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마저 환율 타격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한편 리시 수낵 영국 신임총리는 재무장관 제레미 헌트를 유임시켰지만 10월 31일 예정대로 재정전략이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수요 파괴 조짐?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가 10월 102.5로 3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보다 더 악화되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심지어 구매를 줄이는 경우도 나타나 이코노미스트들이 말하는 수요 파괴( demand destruction)가 추세화될지 주목된다.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2.3%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소비는 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 주택 가격 역시 저금리로 촉발된 고공행진을 멈추고 수요 위축 조짐 속에 마침내 꺾이기 시작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미국 20개 대도시의 8월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비 1.3% 하락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하락으로,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모기지 금리가 7%에 육박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그러나 많은 도시에서 집값은 작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S&P Dow Jones Indices의 Craig Lazzara는 “한달전 목격했던 미국 주택가격의 강제적 감속이 이어졌다”면서, “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주택가격 역시 감속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 서해안쪽 도시들이 특히 타격이 심해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샌디에고 집값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9월 들어 기존주택매매는 8개월 연속 위축됐고, 주택착공건수 역시 전월비 8.1% 줄어들어 균열 신호를 보냈다. Realtor.com의 George Ratiu는 겨울로 접어들면서 주택 매매와 가격이 하향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신용카드사 비자는 지난 분기 지출 성장률이 10.5%로 둔화되었다고 밝혔다.

中시장 진정 노력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경제와 시장에 미칠 파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자 중국 당국이 시장 혼란 수습에 나섰다. 중국인민은행(PBOC)과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화요일 성명서에서 주식과 채권,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유지하겠다며, 위안화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중국의 자본시장이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규정되고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견조하고 회복탄력적인” 자본시장의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ANZ의 Khoon Goh는 “중국 당국이 당대회 기간 중에 위안화 절하를 막다가 이제 조정을 허용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는 다른 아시아 통화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의 Ju Wang는 위안화가 역사적으로 볼때 대체로 강달러 주기에서 뒤늦게 반응했다며, “위안화 약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할 때 연준 매파적 기조의 피크가 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PBOC는 국경간 자금조달 거시건전성 조정계수를 1에서 1.25로 높여 기업 및 금융기관의 해외 자금조달 원천을 늘리도록 함으로써 더 많은 해외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Shanghai Fang Chang Information Development의 Wang Zhiyi는 역외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사실상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있다며, 환율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중국 재정적자가 올해 1월-9월 기간에 역대 최대인 7.16조 위안으로 나타났다.

월가의 경고

중동의 대표 경제포럼인 사우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 컨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대형은행 수장들이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목표한 수준까지 올릴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경제 여건이 지금보다 훨씬 타이트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내재된 경제 시나리오의 경우 실제 침체 없이는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프랭크 페티가스 모간스탠리 글로벌운영책임자는 “2023년이 다소 불확실하고 위험해 보인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 경제의 깔끔한 연착륙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헀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우려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 그리고 서방세계의 관계로, 내가 보기엔 이 문제가 경기침체가 약하게 또는 다소 심하게 나타날지보다 훨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캐나다 또 75bp 인상?

캐나다 중앙은행이 현지시간 26일 오전에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7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리 4%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약 7%인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 어쩌면 50bp 이상의 빅스텝 긴축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정책위원들 사이에서 높은 금리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연준이 11월초 75bp 인상 후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후 25bp씩 두번 더 금리를 올린 후 이번 긴축 싸이클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앙은행 채권 평가손실

이익과 손실은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고려 사항이 아니지만, 최근 연준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중앙은행에서 손실이 빠르게 늘고 있어 단순한 회계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 세대만에 최악의 매도세를 겪고 있다. 그 결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최근 몇년 사이에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사들인 막대한 규모의 채권 자산에서 장부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중앙은행이 일반 시중은행에게 지급하는 지준예치금 이자 역시 늘어 연준의 경우 영업손실이 발생해 결국 미 재무부가 채권 발행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영국 재무부는 이미 영란은행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Amherst Pierpont Securities는 미국 재무부가 작년 연준으로부터 약 1000억 달러의 이익을 국고로 받았지만 올해는 반대로 연준에서 800억 달러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회계 손실은 수십년래 최악인 인플레이션의 원흉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일각에선 통화정책 당국의 독립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다음 위기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