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우크라이나 전운, 시장 오판?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이 러시아가 이르면 이번주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지난 주말 자국민 철수를 명령했다. 전운이 감돌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시간 가량 담판을 시도했지만 특단의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한 듯 보인다. 바이든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시 “심각한 대가”를 각오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내면서도 외교적 해법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와의 국경 긴장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적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지난 금요일 뉴욕 증시는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밀렸다.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가 이틀에 걸쳐 2020년 이래 최대폭인 각각 3.7%, 5.3% 급락했다. 2%선을 상향 돌파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2bp 가량 빠지기도 했다. 브렌트유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고조에 글로벌 공급 우려가 일며 한때 4% 넘게 급등해 2014년래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 돌파했다. 100달러 진입을 코 앞에 둔 유가의 고공행진은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어떤 진단과 대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시장의 연준 오판

월가 채권 베테랑들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크게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트레이더들은 연방기금금리가 최종 약 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을 높였다. 거의 25bp 상향 조정한 셈이지만, 여전히 가장 최근 긴축 주기였던 2018년 당시 최종금리 2.5%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보다 광범위한 리프라이싱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4년 전과 비교해 경제성장률이 두배나 높고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연준의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 예상보다 금리가 더 올라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MKM Partners의 Michael Darda는 “경기가 호황 상태로 인플레이션이 높고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등 지난 주기와 매우 다른 상황”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Academy Securities의 Peter Tchir는 “연준이 정말로 공격적으로 나서 최종금리를 높이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경우 주식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갑작스럽고 공격적인 행동은 오히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성장과 물가안정에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일단 3월에 금리를 올린 뒤 그 다음은 매우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현지시간 일요일 CBS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美인플레 위협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2%로 되돌아오기까지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2월 4일부터 10일까지 76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중앙값 기준 5%로 나타났다. 지난달 설문에서는 4.6%로 한달 사이에 크게 높아진 모습이다. 이번 설문은 1월 CPI 지표가 발표되기 전에 진행되었다. 1월 CPI 상승률은 전년비 7.5%로 뛰어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2022년 평균 4.2%로 지난달 전망치인 3.8%보다 더 높아졌다. CPI와 PCE 지표 모두 2023년에 평균 2% 넘게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편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2월 61.7로 2011년 10월래 최저치로 급락했다.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이 2008년래 가장 빠른 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 증시 전망 하향

골드만삭스가 올해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기존 5100포인트에서 4900로 낮췄다. 수정치는 지난 금요일 종가에 비해 여전히 11% 가량 높지만, 리스크는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등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 정책과 인플레이션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올해 거시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연준이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움직여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S&P 500 지수가 3600까지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며 금리인상 소폭에 그칠 경우 5500포인트까지 랠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골드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을 5차례에서 7차례로 높였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정책 오류를 범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CB 과잉대응 경고

Olli Rehn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스파이크에 과잉대응할 경우 경제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며, ECB가 좀더 길게 내다봐야 한다고 현지시간 토요일 핀란드 YLE TV1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몇년 안에 2% 목표치 부근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특히 아직까지 안정적인 임금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앞서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통화정책 긴축을 서두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gnazio Visco 정책위원도 토요일 “통화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팽창적”이라며, “점진적 정상화는 경제 회복 속도과 물가 전망 변화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hn과 Visco는 다음달 정책회의가 향후 잠재적인 정책 변경을 논의하는데 적절한 기회라는데 동의했다. Gabriel Makhlouf 정책위원은 6월 금리 인상설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못박았다.

러시아 또 100bp 인상

러시아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9.5%로 100bp 인상했다. 작년 초부터 8차례 연속 금리 인상으로 100bp 긴축은 벌써 세번째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심화됨에 따라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고 예고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더 긴축되어야 한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다. 균형 잡힌 성장 경로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경기 과열이 심화되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신흥국 중 가장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서고 있다. 작년 3월 이래 총 525bp나 금리를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목표치인 4%의 두배를 넘어 6년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Locko-Invest의 Dmitry Polevoy는 러시아의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에 12%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3월에도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