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UBS CS인수, 글로벌 달러공급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글로벌 금융의 도미노 붕괴를 막기 위해 스위스 당국의 주도로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결국 UBS에 인수되면서 일단 ‘블랙먼데이’는 피한듯 보인다. 동시에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조 조치를 발표했다. 연준은 현지시간 일요일 성명서에서 유럽중앙은행 및 영란은행, 캐나다,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상설 미달러 유동성 스왑라인 계약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달러 펀딩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스왑라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 미달러 오퍼레이션을 제공하는 중앙은행들은 7일 만기 오퍼레이션의 주기를 일주일 단위에서 일일 단위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연준은 해당 오퍼레이션이 3월 20일 월요일부터 시작되며 적어도 4월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 미국 증시선물이 오르고 달러가 주요 통화대비 살짝 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개를 들면서 인플레이션을 꺾으려는 연준의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 이달 초 파월 연준의장이 필요시 긴축속도를 다시 높일수도 있다고 말해 50bp ‘빅스텝’의 공을 쏘아올렸지만 이후 미국 지역은행이 연달아 무너지고 크레디트스위스마저 신뢰 위기에 직면하면서 시장은 이번주 FOMC에서 25bp 인상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다. 5%선을 훌쩍 뛰어넘었던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8%대로 내려앉았고, 미국채 변동성을 보여주는 MOVE 지수는 1월말에 비해 거의 두배나 급등했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연말 기준금리를 3.8%로 가격에 반영하며 연내 인하를 점치고 있다. 뉴욕증시는 금융주에 밀려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다. 월가의 유명 약세론자인 BofA의 Michael Hartnett은 자금 흐름이 아직 다가오는 경기침체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식 반등시 매도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 결국 UBS 품에

UBS그룹이 마침내 신뢰의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30억 스위스프랑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CS를 인수하는 UBS에 1000억 프랑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고, 정부는 UBS가 인수하는 자산에 대해 잠재적 손실을 90억 프랑까지 보장해준다. 금융감독청(Finma)은 약 160억 프랑의 CS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은행 실패 등 글로벌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블랙먼데이’ 차단을 위해 스위스 당국은 월요일 아시아장이 열리기 전에 해결책을 내놓으려 UBS-CS 딜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스위스 정부는 UBS와의 딜이 무산될 경우 정부가 CS를 통째로 인수하거나 상당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토마스 조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현지시간 일요일 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CS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해법을 찾는게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준과 미 재무부, 유럽중앙은행 모두 해당 딜을 환영했다. 콜름 켈러허 UBS 회장은 최근 몇년 사이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CS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딜로 인력 감축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알리안츠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UBS의 CS 인수 결정은 사실상 ‘구제금융’이라며, 최고의 해법은 아니지만 가능한 옵션 가운데 가장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SVB파이낸셜 파산보호 신청

대량 인출 사태로 갑자기 무너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옛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이 결국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라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서에는 각각 최대 100억 달러의 자산과 부채를 기재했다. 다른 자회사인 SVB증권과 SVB캐피탈(벤처캐피탈사)은 이번 신청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전략적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SVB파이낸셜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SVB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공인 상업은행이자 연방준비제도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파산 대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SVB파이낸셜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남은 자산을 지키고 시간을 벌어 채무 상환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한편 FDIC는 SVB 전체를 사겠다는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자 SVB를 적어도 두 부문으로 쪼개어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SVB가 붕괴하기 1년여전 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보다 연륜이 있는 검사관들을 SVB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넝쿨처럼 얽힌 문제점들을 찾아냈고, SVB 임원들에게 여러 차례 공식 경고를 보내 영업 및 기술상 심각한 취약점을 해결하도록 압박했다. 그러다가 작년 늦게 이번 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금리 리스크의 추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지역은행 3곳이 연달아 무너지자 경영 부실 책임이 밝혀질 경우 경영진을 보다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의회에 협조를 부탁했다. “이 혼란을 초래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확실히 묻겠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에 부실 경영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억제력”이라고 금요일 성명서에서 밝혔다. 바이든은 은행이 부실 경영과 과도한 위험 감수로 실패할 경우 규제당국이 보다 쉽게 은행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고 민사 처벌은 물론 이들이 은행업계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핏 구원투수?

월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근 불거진 지역은행 위기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인 버핏이 실버게이트캐피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의 실패로 초래된 금융불안을 진화하는데 역할을 맡게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당장은 불확실하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버핏은 자신의 유명세와 재력을 이용해 과거 위기시마다 은행을 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곤 했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011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손실로 주가가 곤두박질 쳤을 때 구원투수로 나섰고, 2008년엔 골드만삭스가 리만브라더스 파산 충격에 휘청이자 50억 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갑자기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월가 대형 은행들로부터 3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약속에 가까스로 붕괴를 막았지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전일 구제책 소식에 10% 가량 반등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금요일 다시 30% 넘게 빠졌고 일주일 동안 72%라는 대폭락을 기록했다. JP모간 등 11개 월가 은행들이 마련한 300억 달러는 퍼스트리퍼블릭에 일단 120일을 기한으로 예치되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서둘러 혼자 살아남을 방법을 찾던가 인수할 대상을 찾아야 한다. S&P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도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고, S&P는 B+로 일주일도 안되어 또다시 내렸다. 미국 중소형은행연합은 뱅크런 확산을 막기 위해 향후 2년간 FDIC의 모든 예금에 대한 보호를 연장해달라고 연방 규제당국에 요청했다. 한편 New York Community Bancorp이 무너진 시그니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준율 인하

중국인민은행(PBOC)이 팬데믹 방역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약해진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3월 27일부터 거의 모든 은행에 대해 지급준비율을 25b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에도 지준율을 같은 폭으로 내린 바 있다. PBOC는 합리적이며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통화공급이 경제 성장에 맞게 증가할 수 있도록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권의 가중평균 지준율은 약 7.6%가 된다고 금요일 성명서에서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인하가 1월과 2월에 급격히 늘어난 대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ANZ의 Xing Zhaopeng는 “우려와 달리 중앙은행이 신용 증가 속도를 늦출 것 같지 않다”며, 연초 정부 주도의 다수 투자 프로젝트를 위한 파이낸싱이 마무리됨에 따라 4월 신용 증가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지준율 인하를 결정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PBOC가 완화 기조를 부각시켰다며, 추가 지준율 인하는 물론 금리 인하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은행권에 5000억 위안 규모의 장기 자금이 풀릴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깜짝 유임된 이강 PBOC 총재는 이달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금리가 적절하다면서, 지준율 인하가 실물경제를 돕는데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ones Lang LaSalle의 Bruce Pang은 현재의 경기 회복세를 볼때 금리 인하 필요성은 줄었지만 지준율의 경우 올해 추가 25bp-75bp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주요 채권단과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원유 올해 100불 어렵다

골드만삭스가 은행 불안이 지속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중국 수요 회복 기대를 압도함에 따라 원유에 대해 강세 견해를 버렸다. 당초 100달러를 내다봤던 골드만은 전망을 낮춰 브렌트유가 향후 12개월에 걸쳐 94달러에 이르고 내년 하반기엔 97달러로 소폭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중국 수요 붐에도 불구하고 은행 경색, 침체 우려, 투자자들의 탈출 등으로 급락했다”며, “역사적으로 이처럼 상처 가득한 이벤트가 지나고 나면 포지션닝과 가격이 기껏해야 점진적으로 오르며 장기쪽은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12%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73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미국 은행 스트레스 충격에 올해 많이 오른 한국과 대만 주식이 위험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