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설익은 트럼프 대책, 달러강세

(블룸버그) —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부양책을 내놓거나 예고하면서 시장이 ‘블랙먼데이’의 악몽을 다소 지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화요일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11월 미대선 때까지 당분간 급여세 감면을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일 “상당한” 코로나19 대응 패키지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부에서 여전히 조율중인데다 의회 반발에 막힌듯 보인다. 커들로 백악관 고문은 트럼프가 연말까지 세금 혜택을 연장하고 싶어한다면서도 그 규모나 시행 방식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자신이 예고한 것과 달리 백악관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부양책 발표가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는 우려에 미증시 선물은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는 금융위기래 최악의 혼란을 딛고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S&P 500 지수는 4.9% 올라 2018년 12월래 최대폭 상승했다. 달러가 3년래 가장 큰 폭의 강세를 연출해 미국 금리 인하 충격을 소화한 듯 보인다. 국제유가(WTI)는 10% 가량 올라 전일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러시아는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사우디에 경고하면서도 OPEC과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36년까지 자신의 집권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 2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3%로 예상치 4.1%을 크게 하회했다. 취업자수는 전년비 49만 2000명 증가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JP모간 100bp 인하 베팅

JP모간은 연준이 다음주 말까지 기준금리를 2015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며 월가에서 가장 공격적 전망을 내놨다. Michael Feroli 등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간 월요일 늦게 낸 보고서에서 파월 연준의장을 포함한 연준 위원들이 3월 17일-18일 FOMC 회의나 그 이전에라도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0%-0.25%로 100bp 인하할 것을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고 미국 일부 지역이 유가 급락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연준이 더이상 “총알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FOMC 정례회의가 다음주 예정되어 있지만 최근 경험상 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전에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례회의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시간을 벌어 보다 광범위한 정책 대응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향후 1년 안에 미국 경기하강 확률이 53%로 2009년래 가장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채권 되감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재정조치 도입 가능성에 글로벌 채권시장이 최근 역사적인 랠리를 급하게 되돌리는 분위기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7bp 가까이 뛰어 0.8%대로 돌아왔고, 분트와 길트 금리 역시 크게 올랐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며 공급체인을 마비시키고 소비심리에 타격을 입히자 투자자들은 재정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 호주는 부양책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부양규모를 최대 160억 유로로 확대할 생각이다. 트레이딩 여건의 추가 악화에 대비한 헤지거래의 청산 신호도 일부 나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2013년래 최대폭인 3.5% 급등했고, 은행권 리스크 척도인 FRA/OIS 스프레드는 2011년 이후 최고치에서 다소 후퇴하는 모습이다. 재난 헤지수단인 Schatz 자산 스왑 스프레드 역시 축소됐다.

ECB 원격 정책회의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위협에 원격으로 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이탈리아 등 최소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이번주 정책회의가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에 오지 않고 컨퍼런스콜로 참여할 예정이다. 다른 정책위원들 역시 직접 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ECB는 월요일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를 보고하고 그와 근거리에서 일했던 100명의 직원들을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ECB 정책회의는 수요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위기와 경기침체 위협 속에 ECB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전쟁까지 벌여 이미 ECB의 목표를 크게 밑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ECB가 단기수신금리를 현재 -0.5%에서 최소 10bp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 충격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ECB는 또한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총리는 ECB에게 “뭐든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 은행 자본규정 완화

독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재무부와 연방금융감독청(BaFin), 분데스방크 관료들이 현지시간 월요일 베를린에서 회의를 열고 은행들이 호황기에 준비금을 높이도록 하는 계획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관료들은 아직 지표가 그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다며 소위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철폐하는데 반대했다. 월요일 회의에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해질 경우 언제든 이같은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도이치은행과 Commerzbank 모두 주요 수익원인 대출 수요가 줄고 부실대출이 늘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두 은행이 올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美기업부채 취약성

코로나19에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 바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다. 미국 경제 팽창이 11년째 이어지고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미국의 기업 부채는 폭증해 이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 부채를 추월했다. 게다가 바이러스 충격을 이겨내는데 필요한 자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취약한 회사에 대출이 집중되어 있어 줄도산 사태시 경제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 IHS Markit의 Behravesh는 미국 경기침체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피해 산업을 위한 상당 규모의 구제기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가 붕괴로 에너지 기업들이 취약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메리칸항공, 허츠 등 여행 관련 기업과 영화관, 카지노 운영업체들의 부채 역시 충격이 크다. 투자등급 크레딧 시장은 6조 달러로, 이 중 절반 정도가 현재 BBB등급이며 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언제든 정크본드로 하향조정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많은 투자자들은 보유자산의 퀄리티 규정 때문에 정크본드를 팔아야만 한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