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의 판돈을 키우며 강대강 전면전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 금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쳤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양국 지도자들이 무역 갈등을 북한이나 대만 등 정치적 이슈와 연결지어 상대방을 더욱 압박하려 들 경우 관세폭탄은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라 정치적 무기로 돌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보다 두 배나 늘린 추가 대중 관세 조치로 시장을 놀래켰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구’라며 트위터를 날리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에 더해 한국은 이번 달 한국은행 금통위와 미 환율보고서 공개,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줄지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가득하다. 미 행정부 관료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나 비핵화에 대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 손에 놀아나는 미 증시…중국 증시 반응은?
진정을 보이는 듯 하던 미 증시가 다시 무역전쟁 공포에 휩싸이며 지난 금요일 S&P500 등 주요 주가 지수가 2% 넘게 하락했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 역시 장중 한 때 22%나 급등하며 2일 블랙먼데이를 연상시켰다. G-2 관세전쟁 우려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단기적 ‘고통’이라 일축하며 결국 미국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자신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습에 시장참가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달러는 엔화와 파운드,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6bp 가량 밀려 2.77%에 마감하며 약 2주래 최대폭 하락했다.
‘증시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명성이 무색한 상황이다. 그는 취임후 첫 1년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32%나 끌어올리며 100여년래 역대 대통령 중 3번째로 좋은 성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중위권으로 밀려나 오바마나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아래에 있다. TD Ameritrade의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인 Joe Kinahan은 트럼프가 트위터와 성명서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Washington Crossing Advisors의 Kevin Caron은 시장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는 그동안 막대사탕을 던져줬다”며 감세와 친성장 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잔뜩 호재를 안겨주다가 갑자기 무역갈등이 터져나와 어긋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명절 연휴를 마치고 오늘 문을 여는 중국 증시가 과연 G-2 관세전쟁 악재를 비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와 외환시장이 휘청거릴 경우 중국 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 한편, 중국 외환보유고는 3월 3.143조 달러로 다시 증가세를 재개했다.
트럼프 ‘병주고 약주고’…관세전쟁 점입가경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존의 관세 조치 계획보다 두 배나 많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을 위협하자 중국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금요일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그 결과 미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간밤 트위터에서는 “무역 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시진핑 주석과는 항상 친구가 될 것이다. 중국은 무역장벽을 낮출 것이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관세는 상호적으로 될 것이며, 지적재산권 문제에 있어서 딜이 타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 관료들 역시 협상 여지를 열어두었다.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비공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고,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무역전쟁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지만 양국이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먼저 싸움을 걸진 않겠지만 상대방이 먼저 덤빌 경우 정면으로 맞서겠다며, 양국이 상당 기간동안 경제나 무역 이슈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는 10일 보아오 포럼에서 연설 예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BofAML의 Izumi Devalier는 트럼프가 추가 대중 관세 보복 경고를 두 배로 확대했지만 섣불리 무역전쟁 확전으로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며, 단지 광범위한 협상 전략의 일부라고 진단했다. 또, 시장은 미-중간 무역 긴장 고조에 여전히 민감하지만, 점차 이를 뚫고 지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미 고용, 큰 그림은 여전히 견조…연준 긴축 경로 이상無
미국 3월 비농업부분 고용건수가 10만3000건 증가해 예상(18만5000건)을 하회했지만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임금 상승 압력을 유지하고 연준의 꾸준한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 할 것이라는 큰 그림은 바뀌지 않았다. 3월 고용은 예상보다 저조한 반면 2월 수정치는 기존 31만3000건에서 32만6000건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더욱 순조로운 겨울 날씨가 돌아온 것이 일부 고용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미 노동부가 현지시간 6일 발표한 자료에 나왔다. 실업률은 4.1%로 17년래 최저 수준에 유지됐고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은 예상에 부합했다.
작년 평균 18만 2000건 대비 올 들어 3개월간 고용건수가 평균 20만2000건 늘면서, 일자리 수요가 임금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고 이미 감세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제 성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건축 부문 고용 감소 및 기타 날씨에 민감한 업종의 둔화세가 변동성을 확대시켰고, 제조업 부문의 꾸준한 고용 증가가 이를 상쇄했지만, 제조업종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인한 잠재적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블랙록의 채권 부문 글로벌 투자책임자 Rick Rieder는 “3월 수치에서 날씨가 큰 영향을 미쳤고 올 들어 지금까지 지표는 견고한 경제를 나타낸다”며 “이는 연준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게 할 것이다. 연준은 꾸준히 움직이겠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모멘텀 속에 파월 연준 의장은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한편 미국 증시 혼란 및 미-중 무역 분쟁 격화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파월 의장은 2월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2% 인플레이션 및 강력한 노동시장과 함께 꾸준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광범위하게 현 경로를 이어가는 한 연방기금 금리의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최선”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 뉴욕 연은 차기 총재에 지명된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지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내 3~4회 금리인상을 지지하면서 실업률이 낮고 하락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장기 목표에 근접하고 있어 자신의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견조한 성장과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2년간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역시 6월 중순 정책회의까지 물가지표가 인플레이션이 곧 2%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할 경우 연준이 점진적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채 더 큰 홍수가 밀려온다
세계 최대 채권시장이 최근 몇 달간 급증한 미국채 발행 홍수를 간신히 소화해 낸 가운데 이번주 더 큰 물결이 밀려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현지시간 월요일 미국 재정적자 최근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제개편안 통과 및 미 의회가 향후 2년간 지출을 늘리기로 결정하기 이전인 지난 6월, 2018회계연도 재정적자 예상치는 5630억 달러, 2019회계연도 예상치는 6890억 달러였다. 수정치 모두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돼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확대 부담을 늘릴 전망이다.
미국의 부채는 지난 10년간 3배 증가했다. 이번 주에만 총 640억 달러 규모 발행이예정되어 있다.
블랙록의 Rick Rieder 등은 재정적자 증가가 올해 미국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채 발행 증가 전망이 인플레이션 가속화 및 중앙은행 정책 변경과 합쳐져 진정한 수급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할 때 금요일 고용지표가 예상을 하회한 이후 나온 채권 랠리는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
TD 증권의 선임 미국 금리 스트래티지스트 Gennadiy Goldberg는 “CBO 보고서가 앞으로 몇 년간 재정적자가 얼마나 커질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분명 재촉발 시킬 것”이라며 “시장은 2019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올해보다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돈의 4월…한국은행의 선택은?
한국 외환시장은 연일 쏟아지는 뉴스 헤드라인 속에 방향을 잡기 어려워보인다. 대내적으로 우선 이번 주 목요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주열 총재는 연임 후 첫 금통위에서 정책금리를 1.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수년래 저점으로 내려온 달러-원 환율과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도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떤 평가와 전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할 것으로 보고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4~2006년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단기채 매수와 물가 하락을 금리 하락요인으로 안심하기엔 불안하다며, 2분기에 한은의 금리 인상 또는 적어도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무역 갈등이 완화될 때까지 달러-원 환율이 1060~1080원 레인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구두 개입을 내놓으면서 원화의 랠리가 갑자기 중단된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증대되는 가운데 원화의 변동성 역시 여전하다며, 원화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 1050원대 중반 단기 하단 확인후 시장 관심사가 상단 테스트로 넘어갔다며, 글로벌 리스크오프 분위기와 한은 5월 금리인상 시그널 부재 전망 등에 1070원대 중반 저항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