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트럼프 유죄, CRE 사각지대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과 관련해 진행된 뉴욕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모든 34개 장부 조작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서 오는 11월 조 바이든과의 대결에서 법적·정치적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최대 4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트럼프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민주당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항소가 확실해 당분간 구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유권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를 백악관으로 보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77세인 트럼프는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누리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연방이 아닌 주 차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대한 ‘셀프 사면’은 불가능하다.

연준이 주시하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속보치 연율 1.6%에서 1.3%(잠정치)로 하향조정되고, 개인 소비 증가세가 2.5%에서 2.0%으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경제 모멘텀이 다소 식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근원 PCE 물가지수의 경우 1분기 상승률이 연율 3.6%로 속보치 3.7%에서 약간 하락했다. 이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거래일만에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테크주 매도세에 밀려 약세로 마감했다. 장중 현지시간 30일 오전에 S&P 500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의 실시간 가격 피드가 갑자기 80분 정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트레이더들은 거래에 큰 차질이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 등 반도체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중동으로 향하는 대규모 인공지능(AI) 가속기 선적에 대한 허가 발급을 늦추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 당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동 지역의 AI 개발 상황을 살펴보고 있으며, 특히 UAE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의 대량 구매를 찾고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검토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대규모 선적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자는 불확실하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미 상무부는 성명서에서 최우선순위는 “국가 안보 보호”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가 전해진 뒤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4.5% 급락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도이체방크 ‘트럼프 관세 위협으로 연준 금리 인하 무산될 수도’

도이체방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해 새로운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공급 충격으로 작용해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연준의 금리 인하를 내년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Matthew Luzzetti 등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변화는 현재 강력한 성장과 디스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매우 긍정적인 공급 다이내믹스에 적어도 일부 반작용이 될 수 있다”고 투자자노트에서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의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통화 정책 입안자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정책이 자칫 2025년까지 연준의 금리 동결에 또 다른 근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매치에 나선 트럼프는 일련의 보호주의 무역 조치를 제안했다. 도이체방크는 모든 수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최저 10% 기본 관세, 중국의 최혜국 무역 지위 박탈 및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미국 수출품에 대한 외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상호 관세 부과, 유럽산 철강 및 자동차에 대한 관세 등을 주목했다. 한편, 스왑 트레이더들은 올 12월에 첫 25bp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100% 가격에 반영 중이며,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11월 선거 전에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단 한 차례 25bp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윌리엄스 연은총재 ‘정책 제약적이라는 증거 충분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올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아진 차입 비용이 미국 경제를 억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지만 연준의 정책이 좋은 위치에 있고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완화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은 자신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현지시간 목요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밝혔다. “경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다른 경제의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년간 미국 경제의 움직임은 통화정책이 우리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약적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조정의 시급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2%가 되어야만 금리를 내리는 것은 아니라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하고 있다는 일관된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까지 약 2.5%로 하락한 후 내년에는 2%에 가까워지고, 실업률의 경우 올해 말 약 4%에 도달한 후 3.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발언은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연준 내부의 논의에 무게를 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은행들 상업용 부동산 사각지대 경고 

미국 대형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CRE) 익스포저가 규제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Viral Acharya 뉴욕대 경제학 교수 등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논문에 따르면 은행들이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에 제공하는 신용 ​​한도 및 기간 대출(term loan)과 같은 간접적 대출을 감안할 때 대형 은행의 CRE 대출 익스포저는 약 40% 늘어난다. 그러나 최근 CRE 리스크 논의는 이같은 특징을 간과하고 있다고 연구진들은 주장했다. 인도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했던 Acharya 교수는 “모두가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대형 은행들이 소형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익스포저가 적다는 사각지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리츠업계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재택근무가 오피스 빌딩의 장기적인 가치를 위협하고 높은 차입 비용이 많은 다가구 투자에 타격을 입히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부 리츠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스타우드캐피털그룹과 블랙스톤 등은 유동성을 지키기 위해 환매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리츠는 소득을 창출하는 부동산을 소유, 운영 또는 대출하는 회사로 매년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금이 부족하다. 따라서 환매가 우려되고 경제 전반의 스트레스가 높을 때 은행 신용에 의존하게 되고, 그럴 경우 “갑작스러운 자본 또는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Acharya 등은 지적했다. 이를 감안해 규제 당국은 은행 자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 시 대출 기관의 리츠 관련 익스포저를 좀더 잘 반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골드만 오펜하이머 ‘채권 금리 상승에 주식 랠리 멈출 것’

골드만삭스 스트래티지스트 피터 오펜하이머는 채권 금리와 밸류에이션이 동반 상승하면서 올해 나타났던 강력한 주식시장 랠리가 식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어 (주식의) 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거대 테크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미국 기업들의 수익 성장률도 완만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증시가 거의 횡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미국보다 다른 지역의 증시가 더욱 매력적이라고 주장해 온 오펜하이머는 현재 채권 금리가 “모든 자산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주식과 미국채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P 500 지수는 이번주 미국채 입찰 부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10년물 금리가 오르자 4월 중순 이래 첫 주간 하락을 향하고 있다. 그는 “채권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주식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그리고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이는 과속 방지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다각화는 투자자들이 보다 평평한 시장 환경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라며, 지역 및 섹터별 익스포저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빅테크 같은 퀄리티 방어 성장주와 미국 유틸리티, 유럽 은행 같은 ‘가치가 깊은’ 종목을 포괄하는 바벨 접근 방식을 추천했다.

올 여름 극심한 상품 가격 변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트레이더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기록 경신 중인 지구의 고온 현상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암울해 보인다. 북반구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와 전력은 물론 밀이나 콩 같은 주요 작물을 포함해 일부 핵심적인 원자재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홍해부터 파나마 운하까지 이미 비상이 걸린 해운업계는 바싹 마른 수로로 인해 추가 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파괴적인 산불 가능성마저 무시할 수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한 악천후가 에너지, 식량, 연료 비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이 악화되고, 잦은 자연재해로 인해 엄청난 피해와 보험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시장 움직임도 예측하기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재보험사인 Munich Re에 따르면 지난해 극심한 기후와 지진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25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50% 이상 급등할 수 있고, 밀과 커피 시장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artree Partners의 Edward Morse는 글로벌 경제와 석유 시장에 있어서 최대 리스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아니라며, “전 세계적으로 올 여름 최대 리스크는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시즌”이라고 주장했다. 투자펀드들은 공급 우려에 유럽 천연가스 선물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이래 최대치로 크게 늘렸다. StoneX Group의 Carl Neill은 앞으로 몇달 동안 이상 기후로 인해 원자재 상품 트레이더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동반한다. 시장은 그같은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