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3개월짜리 휴전을 선언하고 향후 협상 진전에 따라 관세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악은 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근본적 갈등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어 전문가들은 기대와 경계감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G-20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보호주의’ 문구가 빠져 반쪽 합의문에 그쳤다. 라보뱅크는 “양측이 전쟁도, 양보도 하려 하지 않는다”며 회의적 평가를 내린 반면, BNP파리바 자산운용은 적어도 서로 대화 의지가 강해 보이고 불확실성이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라 단기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원화 등 무역에 민감한 통화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무역긴장 완화 소식에 역외위안화와 호주달러가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50달러선마저 흔들리자 러시아와 사우디가 시장 관리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OPEC+의 감산 합의가 좀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미 증시는 금요일 비둘기적 연준과 미-중 대화 기대에 반등해 S&P 500 지수가 주간 기준 2011년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중순래 처음으로 3% 아래서 마감했다. 미국 금융시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으로 이번주 수요일 휴장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달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2차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그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11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5% 증가에 그쳐 예상치 6.6%를 하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시진핑 임시 휴전…G-20 반쪽합의문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토요일 아르헨티나 만찬에서 90일간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무역협상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해당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현재 10%인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월 1일 25%로 인상하기로 했던 계획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불만사항이었던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과 비관세 무역장벽, 강제 기술 이전 등에 대해 즉시 논의를 촉구했다. 중국은 대미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 수입을 더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90일 이후 구조적 개혁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해당 관세를 25%로 올릴 예정이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담판 직전 환율조작을 언급했으나 이후 성명문에선 환율정책이 담겨있지 않았다. 한편, G-20 정상회의 성명서는 처음으로 ‘보호주의’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빠져 사실상 트럼프의 강경 무역정책 노선에 승리를 안겨줬다.
푸틴 ‘러시아와 사우디, OPEC+ 협정 연장에 동의’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OPEC+로 알려진 산유국들의 협정을 2019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후 “생산량에 대해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사우디와 우리는 같이 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토대로 어떤 숫자가 결정되든지 간에 우리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하고 신속하게 이에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엔나에서 열릴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OPEC 대표들은 지도자들이 합의에 대해 정치적 지지를 확인해주었지만 아직 감산 규모 등에 대해 논의할 사항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OPEC 의장인 UAE 에너지 장관은 OPEC+가 2019년 감산안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무진들이 필요한 감산 수준과 기준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 英총리, 브렉시트 의회 투표 앞두고 사면초가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영국 의회의 비준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정치적 위협을 받았다. Keir Starmer 노동당 브렉시트 대변인은 해당 합의안이 예상대로 의회에서 거부당할 경우 불신임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일요일 스카이뉴스에서 밝혔다. 만약 메이가 여기서도 패배할 경우 영국은 새로운 총선의 길로 향하게 된다.
영국 의회는 12월 11일 최종 투표를 앞두고 이번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상황은 메이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야당은 물론 메이의 연정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또 보수당내 약 100명의 의원들마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보수당 반란세력은 브렉시트 지지파와 반대파 모두 포함되어 있다. 친유럽 성향의 Sam Gyimah 과학장관마저 금요일 사임하며 작년 선거후 벌써 22명의 각료가 사퇴했다. 메이 총리는 ‘플랜B’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Brandon Lewis 토리당 위원장은 “플랜B가 플랜A”라며 의회에 상정한 합의안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못박았다.
유로존 인플레 둔화…伊 4년래 첫 마이너스 성장
유로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한 2.0%로 6년래 고점인 이전치 2.2%에서 둔화되어 유로존 경제가 3분기 성장률이 반토막 난후에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더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년동월대비 1.0%으로 예상치 1.1%를 하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모멘텀 약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드라기 총재를 비롯한 ECB 위원들은 올해말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규모를 2.6조 유로(3조 달러)로 묶어두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탈리아 3분기 잠정치 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1%로 지난 10월 30일 발표했던 속보치 0.0%보다 낮아졌다. 이는 2014년 2분기 이후 첫 경기위축이다. 정부는 올해 1.2%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1.2%는 되어야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는 그같은 추진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EU는 이탈리아 정부에 내년 예산적자 목표를 2.4%에서 1.95%로 낮추도록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 12월 점도표 낮출까
모간스탠리는 보다 타이트해진 금융 상황과 연준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감안할 때, 연준은 12월 18-19일 회의에서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점진적으로” 보다 비둘기파적인 점도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9월에는 정책 입안자들이 2019년 금리인상 횟수에 대해 2, 3, 4차례로 고르게 의견이 나뉘었지만, 12월의 경우 보다 매파적 FOMC 위원들이 점도표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12월에 이어 내년 3월과 6월 금리가 인상되겠지만, 미국 경제가 9월쯤이면 잠재성장률 아래로 둔화될 수 있어 연준은 긴축을 중단하고 정책을 중립수준으로 관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미국 정책 금리가 “중립수준에 가깝다”며, 고용시장이 계속 좋고 인플레이션이 잘 길들여져 있는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상황이 되기도 전에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