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중국이 적극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에 나서고 미국과 프랑스가 디지털세와 관련해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장중 신고점을 경신하는 등 뉴욕증시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막판 힘을 잃었다. 사망자가 계속 늘고 미국마저 감염이 확인되자 중국 우한시는 강력한 여행제한 조치를 발동해 항공과 기차편 등의 운행을 일시 중단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인 비상사태 결정 여부를 미루고 목요일 다시 모이기로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한폐렴이 춘제 대이동에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한 훨씬 심각했던 사스 등 과거 전염병 발병시에도 S&P 500의 반응이 단기에 그쳤다는 점에서 저가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비둘기 BOC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지만 폴로즈 BOC 총재는 기존의 매파적 스탠스를 버리고 경기 둔화 지속시 금리 인하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BOC 금리 결정 후 캐나다달러는 약세로 돌아서 미달러대비 0.5% 가량 후퇴해 연저점을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12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100%로 반영했다. 작년말 국내 경기 부진이 2020년으로 이어져 지속될 수 있다며, 정책성명서에서 현재 금리가 “적절하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BOC는 성명서에서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정책위원회는 최근의 성장 둔화가 전망보다 더 오래 지속될지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소비와 주택시장, 기업 투자를 특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 판단은 성장 리스크가 글로벌 요인에서 내부적 요인으로 바뀌었음을 반영한다. CIBC World Markets는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당장 액션을 취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BOC 내에서 인하에 나서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
포퓰리스트인 살비니의 컴백 가능성이 현지시간 수요일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의 주요 정치 라이벌이 사임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아져 살비니가 유로에 회의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루이지 디마이오는 당 내분 속에 연정의 한 축인 오성운동의 대표직을 사임했다. 이탈리아와 유럽연합이 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8bp나 급등했다. 은행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며 FTSE Italia All-Share Banks Index는 최대 2.2%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일단 연립정부가 어떻게든 권력을 유지하고 패배가 예상되는 조기총선을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로 연정이 2020년을 버텨낼 것으로 보고 이탈리아 국채금리 프리미엄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이번 주말 지방선거다. 살비니의 동맹당이 앞설 경우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와 분트간 스프레드가 200bp 이상 확대될 수 있다고 미즈호는 경고했다. 현재는 162bp 수준이다. ING는 동맹당이 역사적으로 기업에 친화적이었다며, 시장이 살비니가 이끄는 정부에 익숙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채 20년물 셈법
미 재무부가 20년만기 채권 발행 재개 계획을 깜짝 발표한 후 월가 딜러들은 발행 규모와 기존 만기물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기존의 틀에 20년물이 어떻게 배정될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모든 구간에 걸쳐 밸류에이션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it Investment Associates는 “일드커브 모양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이슈는 중요하다”며, “그같은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년물이 2월 또는 5월에 발행될지, 또 SOFR 변동금리채 등 올해 다른 종류의 채권이 도입될지 여부 등에 채권 딜러들의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 대부분의 딜러들은 20년물에 대해 연간 총 발행규모를 14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분기마다 130억 달러 신규발행과 2번의 110억 달러 리오프닝을 예상하고 있다. JP모간은 초기엔 110억 달러 신규 발행과 90억 달러 리오프닝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월간 80억~100억 달러로 내다봤다. 반면 모간스탠리는 월간 160억~200억 달러로 연간 1920억 달러를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논쟁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세계 경제가 꾸준한 성장과 상대적으로 차분한 인플레이션, 미-중 무역 합의에 따른 낙관론 등으로 “최적지점(sweet spot)”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베네수엘라와 터키에 이르기까지 시장 위기를 경고해 유명해진 그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후 투자자들이 희열을 느끼고 있다며 긍정적 견해를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이번 주초 글로벌 성장 전망을 낮추면서도 하방 리스크가 줄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라인하트는 경제 확장세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주기의 시대가 끝났다는 Bridgewater Associates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Bob Prince의 견해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붐-버스트 사이클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5년후 우리는 서브프라임 버블 대신 주식 버블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Prince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 개입과 통화정책 완화로 경기 순환 주기가 무너졌다며, 그 결과 주식시장의 최장기 강세장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의 동료인 레이 달리오는 “현금은 휴지”나 마찬가지라며 투자자들에게 강세장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