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무역·홍콩 갈등, EM 먹구름

(블룸버그) — 미-중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EM 달러채 리스크 스프레드가 작년 중반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다 MSCI EM 통화지수가 거의 3개월래 고점으로 올라서고 증시는 5월래 최고를 향했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EM의 희열은 불안으로 바뀌고 변동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속되는 무역 전쟁에 글로벌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다 홍콩과 칠레 등 일부 지역에서 사회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EM에 불리한 상황이다. 멕시코는 경기 부진에 맞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다.
전반적인 리스크 오프 분위기에 뉴욕 증시는 간밤 대부분 약세에 머물렀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번주 10bp 넘게 빠지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논의를 중단시켰다. 뉴욕 연은은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이전보다 장기로 기간물 레포 운영을 실시한다. 홍콩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폭력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조속한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미 상원은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법안의 신속 통과를 준비하고 있고, 중국 외교부는 이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겠다며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 또다른 미-중 갈등 전선으로 번질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지만 먼저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해 11일에 한국에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버티는 중국

미국이 중국에게 연간 최대 500억 달러의 농산물 수입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1단계 무역합의를 향한 협상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측은 월별, 분기별, 연도별 구매 목표를 제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양국 모두 단계적으로 관세를 되돌리자는 조건을 내세웠다. 한편 중국과 미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나오기도 했다. 목요일 중국은 2015년에 시작된 미국산 가금류에 대한 금지령을 해제해 자격을 갖춘 공급업체로부터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농무부는 중국산 가금류에 대해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는 1단계 무역합의 불발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인상하겠다고 경고했고, 중국은 항구에서 미국산 대두의 하역을 지연시키고 있다. FT는 중국이 휴전을 늦추고 있어 향후 며칠내에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핌코는 미국과 중국 당국자들이 양국간 차이를 해소하고 포괄적 무역협정을 타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무역 긴장 악화를 막을 제한적 범위의 합의는 예상되지만, 아직 보다 실질적인 휴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를 세운 마윈은 미-중 무역 긴장이 그대로 놔두면 20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자신감

파월 연준의장은 미국 경제가 “스타”와 같다며, 사상최장기 확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강한 확신을 표명했다. “우리는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파월은 현지시간 목요일 미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말했다. “미국 경제는 요즘 스타와 같다. 현재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 파월은 이번 확장세가 과거처럼 하이테크나 주택시장과 같이 “정말로 과열된” 분야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 확장세는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있다. 다른 주기에서 나타났던 경고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금융 시장 역시 경제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가 크게 쌓인 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파월이 전망이 크게 바뀌지 않는한 추가 통화 완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제 전망과 연준 정책의 경로가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라리다 연준부의장 역시 긍정적 경기진단을 내놓았고,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일드커브가 낙관적 2020년 전망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인플레이션이 낮아 연준은 물가를 걱정하지 않고 과거보다 더 뜨거운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사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살얼음판 글로벌 경제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독일이 간신히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무역 갈등에 취약하고 미국 경제 모멘텀에 의지한 글로벌 경제의 현실이 드러났다. 중국 10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기록이 시작된 1998년래 최저치로 둔화되고 일본 3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기준 0.2%로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독일 GDP 성장률은 예상과 달리 3분기에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분기는 -0.2%로 이전 추정치보다 낮아졌다. 이같은 취약성은 세계가 미-중 무역 합의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소비 덕분에 성장을 지탱해 온 미국 만이 유일하게 글로벌 모멘텀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Hermes Fund Managers는 “제조업 불황”이라며, “심지어 미국 조차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 단지 차이점은 미국의 경우 소비자가 독일보다 더 큰 동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BofA는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더 악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4분기 GDP 수치는 상당히 약할 것”이라며, “상당한 위축이 나온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맥쿼리 증권은 중국 정부가 이제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향 추세 전환 시점은 전적으로 정부의 부양책 강화 노력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ECB 추가부양 급하지 않다

2명의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은 통화부양책 추가 확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전략을 좀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rancois Villeroy de Galhau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시사했다. 독일 등이 정부 지출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 한 금리가 곧 오르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laas Knot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역시 ECB가 양적완화(QE)와 같은 비 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not는 “통화 정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정책 수단을 배치할 때 좀더 신중함을 보이고 싶어할 수도 있다”며, “이는 단계적 도입과 출구 과정에서 그 효과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덜 전통적인 정책 수단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Villeroy와 Knot를 포함한 ECB 정책위원 3분의 1은 9월 부양책의 일환으로 채권매입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에 반대한 바 있다. 이같은 의견차를 극복하는 것이 라가르드 ECB 신임총재의 첫 임무가 되었다. 라가르드는 이미 ECB의 정책 전략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칠레 페소 연일 사상최저

칠레 중앙은행이 수십년래 최악의 사회 불안 속에 4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발표했지만 칠레 페소화 가치는 현지시간 목요일 사상최저를 경신했다. 화요일 구두개입에 이어 수요일 유동성 투입 계획이 나왔지만, 페소화의 움직임은 시장이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페소 환율은 1% 가량 오른 802.63으로,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칠레 중앙은행은 목요일부터 30일과 90일 만기로 통화스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칠레는 10월 18일부터 격렬한 반정부 시위와 폭동으로 시달리고 있다. 칠레 정부가 일요일 개헌안에 동의하면서 해당 환율은 이번주 7% 이상 올랐다. 연금 개혁과 임금 인상, 교육, 의료보험 등 다양한 요구로 4주간 시위와 폭동이 이어지면서 칠레 당국은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또한 조만간 국부펀드에서 10억 달러를 가져와 지출 확대에 쓰겠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이번 조치만으로 페소화 매도를 막기 어렵다며, “통화가 안정되려면 정치적 측면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