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벤트로 가득찬 하루다.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드디어 발표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위안화 약세에 우려하며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독일, 스위스, 인도 등 총 6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남았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과거 20년에 비해 원화가 크게 강세는 아니라면서도 내수 진작 등을 주문하며 당국의 개입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새벽 공개된 연준의 9월 회의 의사록은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하고 ‘제한적’ 수준까지 금리가 인상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국채 금리와 달러가 상승을 확대했다. 유럽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브렉시트 협상 역시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다. 한국은행은 오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중국에 유리한 국제 우편 조약으로부터 탈퇴를 거론하며 새로운 분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한편, 미 국무장관이 터키가 억류했던 미국인 목사를 풀어줌에 따라 터키에 취해졌던 제재조치 일부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터키 리라는 9거래일 강세를 이어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중국, 환율조작국 피해…무역전쟁 전선은 확대
중국은 가까스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대신 관찰대상국 명단에 남았다. 미 재무부는 중국 위안화 약세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겠다면서, 위안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합쳐져 양국간 무역불균형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도 요구했다.
반면 미 행정부는 미국 소비자에게 중국 기업들이 보내는 국제 소포의 요금을 할인해 주는 192개국으로 구성된 우편조약에서 탈퇴할 계획이라고 밝혀 무역전쟁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현재 일종의 공백기 상황에 있는 듯 보인다”며, 미국과 중국 양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G-20 회의 기간에 무역 협상을 할 시간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았다며, 중국 당국자들에게 그들이 아직 무역 합의를 타결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연준 의사록: 제한적 영역까지 금리 인상 방안 논의
9월 FOMC 의사록 확인 결과 연준위원들은 점진적 인상기조를 지지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정책이 한동안 약간 제한적일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고, 많은 위원들은 연방기금 금리를 그들이 장기적 수준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일시적으로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전망에서 연준위원들은 장기적 중립금리를 약 3%로 추정했다. 2명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가 분명하지 않는 한 제한적 수준의 통화 정책을 채택하는 데에 반대했다.
또한 미국과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 전망 및 통화 정책 차별화는 달러의 추가 강세 가능성으로 인해 하방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연준위원은 일드커브 역전 가능성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언급했으며, 최근 장기 금리가 상승한데다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라보뱅크는 의사록 리뷰 보고서에서 연준이 일드커브 역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2분기에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2020년 가을이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伊 예산안 초안 거부하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이 EU의 규정에 맞지 않아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팅거 집행위원이 밝혔다. 이탈리아 연정은 이번주 초 EU에 예산안 초안을 제출했으며, EU 집행위의 1차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내년 예산 적자 목표를 GDP의 2.4%로 정했으며, 이는 이전 정부 추정치의 3배에 달한다. 외팅거는 “제출된 숫자를 근거로 할 때 이탈리아에 예산안 초안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내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제시한 예산적자 목표는 “구조적 재정수지가 현저히 악화되고 매우 높은 수준의 부채가 기껏해야 약간 줄어드는” 결과를 의미한다며, “유럽 집행위는 예산안 및 규정 위반에 대해 정확히 비판했다고 생각한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럽중앙은행이 부양책을 종료하고 금리 인상으로 한발 다가서면서 이탈리아의 부채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조달비용 상승은 결국 재정정책의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돌파구 찾나?
메이 영국 총리가 교착상태에 놓인 브렉시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현지시간 수요일 저녁 브뤼셀에서 유럽 정상들을 만났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으로, 이는 영국의 EU 탈퇴시 아일랜드에서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EU 정상들은 현재 21개월로 합의한 과도기를 연장해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EU 단일 시장 및 관세동맹에 더 오래 머무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독일총리는 브렉시트 합의가 90% 정도 마무리되었다며, 시기에 맞게 지속가능한 합의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브렉시트 합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컨리프 영란은행(BOE) 부총재는 영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무질서한 탈퇴를 할 경우 파운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 전쟁에 EM 달러채 발행시장도 타격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신흥시장(EM) 달러채 발행이 올해 389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5%나 줄어 2002년래 최대폭 감소를 나타냈다. 반면 다른 통화 표시 채권 발행은 2016년래 처음으로 늘어 7% 증가한 1.1조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EM 정부와 기업들은 달러 조달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JP모간 자산운용은 발행기관들이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이 압박을 받으면서 달러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수출한 나라의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무역에 있어서 좀더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EM은 서로 채널을 개방하고 교역을 늘리고 유럽에 더 의존하고 있다”며 “달러로부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WIFT 데이터에 따르면 유로 역시 국제결제 선호 통화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