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이 1주일간의 황금 연휴를 마치고 거래를 재개하기에 앞서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했다. 미국채 금리의 고공행진과 달러 강세, EM 증시 약세 등 중국 시장이 따라잡아야 할 재료가 가득하다. 달러-역외위안화는 이미 6.9위안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실업률 하락이 연준 긴축 전망을 지지한 가운데 지난주 나스닥은 3.2%나 밀려 3월래 최악의 주간성적을 기록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24%선마저 돌파했다.
이번주엔 2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 입찰이 예정되어 있으며, 기업 분기 실적 발표도 본격 시작된다. 성추문에 휩싸였던 캐버노 연방대법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속에 결국 상원 인준을 받으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는 폼페이오의 방북 성과에 대해 진전이 이뤄졌다며 “가까운 장래에” 김정은 북한 위원장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주 금통위를 앞두고 인상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그러한 “기본적인 입장에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5일 밝혔다. 한은은 별도 자료에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중 무역분쟁, 미 기준금리 인상 지속, 유가 상승 등 리스크 요인들이 중첩적으로 작용하면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PBOC 올해 들어 4번째 지준율 인하…외환보유고 감소
중국인민은행(PBOC)이 격화되는 무역전쟁 속에 자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들어 4번째로 지준율 인하를 단행해, 10월 15일부터 일부 은행의 지준율을 1%p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1.2조 위안 규모의 유동성이 풀리게 되며, 이 중 4500억 위안은 만기가 돌아오는 중기 자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PBOC는 신중하고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면서, 이번 지준율 인하는 위안화 절하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BS Group은 지준율 인하 조치가 시장에 보다 강한 완화 시그널을 준다며, 심리에 지지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itic Securities는 무역전쟁과 연준 긴축에도 불구하고 중국 통화정책은 여전히 국내 경제 문제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외환보유고는 9월 3.087조 달러로 226.9억 달러 줄어들었다. 시장예상치 3.105조 달러를 하회했지만,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환율 및 자산 가치 변동으로 인한 소폭의 감소에 불과하다며 외환보유고가 전반적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무역전쟁 악화 전망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 미달러 급등 가능성은 중국의 방어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 포화 속에 8월 미 원유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핌코, 미국채 10년물 3.5% 전망…Stifel ‘증시 약세장 대비하라’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Mark Kiesel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채권이 주식 대비 10년래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5%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기금과 보험사가 금리 상승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며, 장기금리가 계속 더 오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만기가 짧은 채권을 조언했다.
Stifel Nicolaus의 증시 스트래티지스트인 Barry Bannister는 연준 긴축과 무역 긴장을 이유로 내년 1분기쯤 S&P 500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며 약세장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10월 미 재무부 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Guggenheim의 CIO인 Scott Minerd는 최근의 금리 상승과 증시 약세가 1987년 10월 당시 글로벌 증시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낮은 실업률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보이지 않아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태라며 점진적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또한 채권 금리 상승은 인플레 경고보다는 경제 전망을 반영한다며, 연준이 경제를 궤도에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브렉시트 영국에 자유무역협정 제안…파운드 급등
유럽연합이 영국에 보다 깊이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EU 외교관들이 전했다. 그러나 메이 영국 총리의 ‘마찰없는 무역’ 요구는 거부하기로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며 파운드는 원빅 가량 상승했다. EU측 방안은 메이 총리가 제시한 광범위한 무역 및 안보 관계 청사진 중 “약 30%-40%”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바르니에가 이끄는 EU 브렉시트 협상팀은 금요일 유럽 대사들에게 해당 제안의 개요를 설명한 뒤 수요일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양측이 다음달 브렉시트 합의를 이루기 위해 애쓰면서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번 제안은 메이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U측은 메이를 돕기 위해 문구를 가능한 긍정적으로 모호하게 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일랜드 국경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伊중앙은행도 정부 예산안 경고…‘채권시장 등 돌릴 수도’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파퓰리스트 정부에 투자자들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국가 부채를 늘려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날렸다. 로시 부총재는 정부 재정 계획과 관련해 수개월에 걸친 도발과 혼란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지나치게 밀어부칠 경우 채권시장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산 적자 확대는 경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며, 오히려 시장 반발을 초래해 상황이 더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방아쇠를 쥐고 있다”며 정부 부채를 늘린다고 해서 낮은 생산성이나 사회 불평등, 가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정되는 듯 했던 이탈리아 자산 매도세가 재개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10bp 가까이 상승했다. FTSE MIB 주가지수 역시 1.3% 하락했다.
EU 집행위는 금요일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 적자 확대 계획을 거부했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에게 이미 유연성을 허용한 바 있다며, 기존에 합의한 재정 건전성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종용했다.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EU측 반발을 무시하고 기존 적자 목표를 고수했다.
사상 최저 루피화에도 RBI 깜짝 동결..인도네시아, 통화 방어 노력
인도중앙은행(RBI)은 연일 사상최저를 경신하는 루피화를 방어하는 대신 글로벌 통화긴축과 무역전쟁,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6.5%에 깜짝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25bp 인상을 예상했으나 RBI 금통위는 5:1로 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센섹스 지수가 또다시 2% 넘게 하락했고, 달러-루피 환율은 최대 0.9% 상승하며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RBI는 6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후 긴축을 멈춘 상태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기존 중립에서 “계산된 긴축(calibrated tightening)”으로 전환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무역전쟁 격화와 미국 금리 인상에 밀려 20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자국 통화를 안정시키고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개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BI 총재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안정화 조치를 지속하고 외환시장의 수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억제와 금리 인상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됐지만 루피아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올해 아시아 통화 중 성적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BI는 5월 이후 기준금리를 150bp 인상했으며 수백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