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BATS 탈출구? 美증시 빨간불

신흥시장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취약국들이 통화긴축 등 각종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전이’ 위험이 제한될 것이란 주장이 무색하게 MSCI EM 주식 지수가 연일 밀려나 1월 고점 대비 20% 하락이 바로 코앞이다. ‘BATS’(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의 CDS는 수년래 고점으로 치솟은 상태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가 반등했지만 란드와 루블, 아시아 통화 등이 약세를 보이며 MSCI EM 통화지수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미 증시 역시 기술주 급락에 흔들렸고, 씨티그룹과 골드만은 S&P 500에 대해 ‘빨간불’ 경고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7월 사상최고를 기록하면서 트럼프의 무역 전쟁 엄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캐나다는 NAFTA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아르헨티나는 IMF 지원에 기대하고 있지만 위기 극복에 충분할지 의문이다.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이달 셋째 주가 유력하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한국 7월 경상수지는 87.6억달러 흑자로 전년동월비 확대되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M 약세장…모간스탠리 ‘EM 통화 숏’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매도세가 터키를 공격한 뒤 곧이어 남아공에서 브라질, 인도네시아까지 신흥시장을 덮치며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9월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브라질 등 취약 EM 통화에 대해 숏 포지션 유지를 권고했다. 블랙록은 “신흥시장이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고, 어느 정도 전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 환율 움직임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JPMorgan Private Bank는 무역전쟁이 전면에 부각되고 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한 강달러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IIF에 따르면 EM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은 7월 137억 달러에서 8월 22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무역 긴장, 달러 강세, 추가 미국 금리 인상 전망 등이 겹치며 신흥국 통화는 2017년 5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 인도 루피 등이 연일 저점을 경신하면서 단순히 이들 국가만의 개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Wolfe Research는 아시아 디폴트 확률과 유럽 은행간 대출 시장, 개별 은행의 CDS 스프레드 등이 1997년 신흥시장 위기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대부분의 신흥시장의 경우 펀더멘털이 견조한 편이라 전이 위험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스필오버가 상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대중 무역적자 사상 최고

미국의 7월 대중 무역적자가 368억 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역시 501억 달러로 전월비 9.5% 늘어 3년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 받으며 추가 위협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지표라 더욱 주목된다. 7월 수출은 비행기와 콩 등의 영향에 1% 하락했고, 수입은 0.9% 증가했다. 유럽연합과의 무역 적자 역시 176억 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아직 7월 자료만으로 관세전쟁의 효과를 추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활발한 경제성장에 수입품에 대한 수요 역시 강해 2016년부터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영국의 양보…브렉시트 합의 가능성↑, 파운드 반등

영국과 독일 정부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주요 요구사항을 포기했다는 소식에 브렉시트 합의 기대가 높아지며 파운드가 원빅 넘게 반등했으나, 곧이어 로이터가 독일의 입장이 바뀐게 없다고 보도하면서 오름폭을 절반 가량 반납했다. 블룸버그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은 영국에게 EU와의 향후 경제·무역 관계에 대해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누그러뜨렸고, 영국측 역시 일부 결정을 브렉시트 이후로 미루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원래 양측은 첫 단계부터 미래 관계에 대해 구체적 틀을 마련하고자 애초 1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계획했으나, 이제는 그 10분의 1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NAFTA 협상 재개…캐나다 금리 동결

미국과 캐나다가 다시 NAFTA 개정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미국측은 11월 말 서명 전까지 멕시코와 체결한 잠정 협정에 캐나다가 합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 의회와 재계 반발에도 캐나다를 빼고 NAFTA를 강행할 수 있다며 위협했지만 수일내 합의 진전을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낙농업 관련 규정에 타협 의사를 보이면서도 분쟁 패널등 일부 조항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미 의회의 입장 역시 주목된다. 만약 미 의회 의원들이 트럼프의 위협을 묵인할 경우 트뤼도는 양보를 해야할 압박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미 의회가 캐나다 합류 필요성을 주장할 경우 미국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도 NAFTA 협상을 지켜보기 위해 긴축을 일단 보류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1.5%에 동결되자 캐나다달러는 잠시 반락했다가 보합권에 머물렀다. NAFTA 타결시 폴로즈 BOC 총재는 긴축 기조를 밀고 나갈 추진력을 더 얻게 된다. BOC는 이미 2017년 중반 이후 4차례에 걸쳐서 정책금리를 올렸다. 만약 이번 협상이 불발될 경우 금리 인상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당장 10월부터 최대 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불러드 ‘시장 신호 봐라’…신흥국 줄줄이 금리인상?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필립스 곡선 대신 통화 정책 입안자들은 일드커브나 시장 기반 기대 인플레이션 등 금융시장 신호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며, 현재 통화 정책은 중립적이거나 심지어 약간 제약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드커브가 꽤 플랫한데다 시장 기반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FOMC의 2% 목표 아래 머물고 있다며, 이같은 환경에서 정책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FOMC가 지나치게 멀리 나가 불필요하게 경기침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아직 완전 고용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신흥시장 매도세가 더욱 깊어지자 러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이 앞장서 방어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수요일 “선제적 조치”를 약속하며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 역시 “추가 통화정책 조치의 필요성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하루 전에는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다음주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요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9/06)